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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네 Oct 22. 2023

망원동이라는 세상

<망원동 노스텔지아> 프롤로그


언젠간 정리해야지 하던 서랍이었다. 막연히 나중으로만 미뤘지, 당장은 아니었다. 별생각 없이 열었던 서랍 속 기억은 예고도 없이 범람했다. 하나둘 더듬고만 있었는데 그새 깊은 바다까지 떠밀려 갔다. 정신 차려 보니 나는 그 속에서 신나게 유영하고 있었다. 


언젠가 찜해두었던 ‘아무튼’ 시리즈의 <아무튼 망원동>을 읽었다. 책을 읽다 적잖이 당황했다. 망원동의 바다에 흠뻑 빠져 속절없이 잠겨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구경거리가 가득한 신나는 바닷속 세상이듯, 멀게만 느껴진 떠나온 망원동은 아직도 내 안의 어딘가에서 재생되고 있는 세상이었다. 책은 망원동을 보여주는 투시경이라도 되는 듯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가게 했다. 


벚꽃이 만개하기 직전의 어느 봄날, 망원동을 떠나왔다. 그간의 서울살이와 망원동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지만 짧지 않다면 짧지 않은 생활을 마무리 지으려면 책상 앞에 앉아있기보다 동네와 사람들 사이를 더 누볐어야 했다. 그렇게 안녕인듯했던 망원동은 알고 보니 기억나지 않는 기억 저 아래에서 끊임없이 부유하고 있었다. 


망원동만큼 애정이 담긴 동네 이야기가 많은 곳을 아직 찾지 못했다. 많은 이가 사랑해 마지않는 망원동을 생각하면 각자의 언젠가의 어느 날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게 열리면 좋겠다. 아니면 나처럼 허우적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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