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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네 Oct 22. 2023

사랑스러운 동네, 망원동

서울살이의 종착지이자, 피날레


사람들은 망원동을 왜 그렇게 좋아할까. TV에 나와서? 핫플이 몰려있어서?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 동네에 뭔가 매력이 넘치는 건 분명하다. 홍대에서 가까운, 하지만 지금은 망원동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가 알고 있는 동네. 처음 망원동을 와본 외지인은 거주지 근처에 먹을 거리와 먹을 곳이 많아서 세상에 이런 별천지가 없는 것 같다고 했고, 오래 전 이 곳에서 자취를 했던 이는 평지라서 너무 좋았다 했다. 또 지금처럼 유명세를 타기도 훨씬 전에 망원동을 보석같은 곳이라고 알아본 이는 정겨운 구석이 가득해서 좋다고 했다.


과연 그렇다. 강남처럼 높은 빌딩이 밀집한 지역이나 어딘가 ‘팬시’하고 ‘타이트’한 분위기를 내는 동네와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 5층을 넘지않는 빌라가 대부분인 주거 밀집 지역이기도 하고, 시장도 있으며, 작고 좁은 골목 사이사이로 ‘요즘’ 감성의 작은 가게들이 즐비한, 그야말로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동네.


예로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동네는 자연스럽게 맛있는 밥집들이 생겨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연유로 오래된 맛집들도 많고(물론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사라진 망원동의 오래된 가게들을 생각하면 슬픔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지만), 사람사는 동네 느낌이 물씬 나는데 곳곳에는 감각있는 카페나 힙한 메뉴를 선보이는 맛집들도 다양하다. 그리고 조금만 걸어나가면 산책이나 운동도 하고, 앉아서 맥주 한 캔을 마실 수 있는 한강공원도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나는 마음이 절로가는 ‘좋은’ 동네에서 살았던 게 분명하지 싶다.




나는 망원동으로의 흘러듬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여느 지방의 20대처럼 상경하며 서울 살이를 시작했다. 삼성동 고시텔과 잠실의 친척집, 그리고 신촌의 오피스텔을 거쳐 그 즈음 제대한 동생과 함께 살려고 투룸이 있는 곳을 찾아 합정동에서 10년을 살다 망원동으로 입성했다. 직장도 여의도, 신사, 을지로, 용산을 전전했는데, 서울 살이 대부분을 머문 합정과 망원 등지가 익숙해져 그런지 직장으로도 다른 약속 장소로도 오가기 좋은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을 늘 했다. 그래서 마음 속엔 합정과 망원 일대에 산다는 알 수 없는 자부심도 있었다. 지인들과 약속 장소를 잡을 때면 자연스럽게 이 일대에서 보게 되거나 내가 이 근처에서 보자고 해도 아무도 반발하는 이가 없었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합정동과 망원동은 행정 구역이 다르긴 하지만, 이 일대에 거주하거나 자주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인접한 동네인 만큼 경계가 없는 하나의 지역으로 뭉뚱 그려지는 경향이 있다. 마치 국경의 구분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유럽의 인접 국가들같다는 생각을 했으나 그보다 더 왕래가 잦고 긴밀하게 엮인 듯 하다. 마냥 합정동에 살면서 망원동으로 가지 않기가 쉽지 않고, 역시 망원동에 살면서 특히 2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더 큰 복합 시설들이 밀집한 합정역을 중심으로한 합정동으로 가지 않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거주민 입장에서는 합정이든 망원이든 좀 더 망원동으로 갈 일이 많기는 한듯 하다. 나는 합정동에 거주하면서도 (처음엔 망원동인줄 몰랐던) 집에서 10분 거리인 ‘망원 배드민턴클럽’을 이용했으며, 거기서 만난 성산동, 망원동, 합정동 주민들과 함께 망원나들목 부근의 치킨집에서, 그리고 ‘루이비통’ 무늬의 장판으로 감싼 평상이 있는 망원동 편의점 앞 등지에서 운동 후에 다같이 맥주 한 잔을 하곤 했다. 또 독서모임도 합정동에 살면서부터도 ‘망원동’에서 오래 했는데 생활과 관련한 활동들은 망원동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다. 더욱이 ‘망원 한강공원’을 떠올리니 꽤 그렇지 않나 싶다.




사랑스러운 동네 망원동을 마음에 품은 이들이 많다. 나도 그 중 하나다. 그리고 망원동은 나에게도 꽤나 큰 의미가 있다. 20대의 끝자락부터 30대의 대부분을 보낸 생활 반경이기도 하지만 망원동은 나의 서울 생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의 형태에서 생활하기도 했던 이유도 크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평범한 1인 가구처럼 월세를 부담하거나 못해도 2년 마다 재계약을 하고, 대출 서류를 작성하거나 갱신해가며 (집주인에게 어이없는 화도 당하고, 전세금을 못돌려받을까 긍긍하기도, 오른 전세 보증금을 보며 숱하게 한숨과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던) 17년을 이어온 주거지의 가장 나은 형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해가 거듭할 수록 늘었던 전세자금 대출 금액은 말하자면 길어진다) 무튼 그런 나의 ‘집’이 있던 동네에서 사람들과 오가며 많은 만남과 인연의 장소가 되었던 망원동. 그런 망원동이 어찌 특별하지 않으리.


한적한 환경을 동경하긴 했어도 서울을 떠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삶에 그 무엇이 예측가능하겠느냐만. 그리운 망원동에 대한 마음과 시간을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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