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소유에 대해

by 찐빵

내 것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집에 들어오는 물건은 거의 첫째인 오빠의 이름이 쓰였다. 우산도, 천체 망원경도, 자전거도 죄다 오빠 이름 석 자로 우리 집에 들어왔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내 차지인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고 갈까 봐 늘 전전긍긍이었다. 잘못했다가는 우산살이 부러진 것을 삐뚜름하게 쓰고 가야 했다. 잘 접어지지도 않는 애물단지 우산. 이런 나의 마음도 몰라주고 오빠는 우산을 몇 개나 잃어버렸나 모른다. 그 많은 자전거들은 또 어떻고. 얄미워얄미워... 나의 전전긍긍과 다른 저 여유.


대학에 가서 경제활동이 가능해졌을 때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내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 시디플레이어, 내 전자 피아노, 내 옷과 내 책... 놀자고 하는 게임에서도 지는 것을 싫어했고 내 것을 잃어버리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 시절의 내가 안쓰러워 안아주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가져야만 존재할 것 같은 몸부림...

‘무소유’라는 책은 충격적이었다. 가진다는 것의 고통.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찾은 것 같았다. 내려놓음의 편안함이 더 멋지게 느껴졌다.

세상이 이쪽으로 가라고 하면 반대쪽을 선택할 때 쾌감을 느꼈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라고 할 때, 가난한 남자를 선택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게 더 멋져 보였다. 진짜는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육아휴직을 고민할 때, 어른들은 아이 어렸을 때 하나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당히 육아휴직을 선택하고 아들 셋을 낳아 키웠다. 다들 혀를 차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장 가난했던 그 시절, 가장 풍요로웠다. 햇살에 살랑대는 옷가지의 흔들거림과 천천히 걸어야 보이는 것들, 아이의 말 한마디를 담을 수 있는 마음, 가난해야 보이는 채워짐.

세상은 여전히, 꾸준히, 강렬하게 가지라고 권한다. 내 아이에게 이 책을 읽혀야 성공할 것만 같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어야 예뻐보일 것 같다. 방 4개짜리 집을 가져야 아이들이 안 싸울 것 같다. 전기 자동차를 사야 환경을 아끼는 사람이 될 것 같다. 달팽이 크림을 발라야 피부가 탱탱해질 것 같다. 여행 티켓을 때마다 끊어줘야 성공한 인생 같다. 미용 광 마스크를 쓰고 누워있어야 고생한 나에 대한 보상이 될 것 같다.

영혼까지 팔아서 가지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마음이 헛헛할 때 더 채우고 싶어진다. ‘가질까’와 ‘말까’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다.

한 사이트에 들어간다. 남편이 꽤나 미운 날. 일하느라 나의 모든 것을 쏟아놓고 온 날. 아들들의 어떤 말도 담을 수 없는 날. 내 것이라고 이름하는 것을 담아야만 숨이 쉬어질 것 같은 날이다. 숨 한 번 쉬고 결제하기를 눌러버렸다. 돌아서서 내가 사고 싶었던 것이 그것이었는지 휑한 마음을 채우고 싶었던 건지 헷갈린다.

한 사이트에 들어간다. 사고 싶은 옷, 액세서리를 고심해서 장바구니에 담는다. 분명 고심했는데 3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냉철한 이성의 작동을 통하여 하나씩 삭제를 누른다. 가슴이 떨린다. 마지막 두, 세 개를 놓고 심하게 흔들린다. 진짜 이것은 꼭 사야 할 것만 같은데 눈을 찔끔 감고 창을 닫는다. 이렇게 오늘 30만 원을 벌었다. 1~2시간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승리하고 소유하기에서 돌아섰다. ‘나는 너무 많이 가졌다 나는 너무 많이 가졌다.’ 마지막 암송으로 마친다. 소유하려고 했던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집 안에 미어터지는 책들과 버리지 못한 아이들 장난감, 버거운 옷들에 내 삶이 무겁다. 책들은

‘어서 나를 읽지 못해!’

무언의 압박을 넘어서 책 위에 이름 없는 책들이 되어 숨 쉴 곳이 없다. 갈 곳 몰라 토해놓은 옷들에게 언젠가는 이별을 고해야지.

캠핑카에 기타 하나, 책 몇 권, 옷 몇 벌 싣고서 훌훌 여기도 잠깐 저기도 잠깐 그렇게. 노을이 보이는 곳에 멈춰서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자. 늘어지게 잠도 자고 바람결에 머리카락도 흩날리자. 새소리에 눈을 뜨고 새똥은 피할 수 있는 곳에 거처를 마련하자. 남들이 가진 것 없다고 놀릴 수도 있겠지. 그 소리에 열이 받아 바로 사버릴 수 있는 것은 말고. 건강한 몸과 더 건강한 웃음만 가지고.

머리의 생각이 가슴으로 내려와 삶으로 꽃 피운다면 얼마나 좋으랴.

“엄마 택배가 젤로 많이 와.”

부끄러운 인생. 얼마나 더 부끄러워야 훌훌 털고 떠날 수 있을까.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3화삼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