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시간을 아껴가며 일해야 할 정도로 바쁜 기간이 있었다. 처음으로 단위가 꽤 큰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되었던 시기였다. 인정받았다는 뿌듯한 마음은 짧았고 프로젝트 기일이 다가올수록 담당자로서 해야 할 업무도 커뮤니케이션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종종 끼니를 거를 때도 있었지만 야근은 거르지 않고 했다. 과중한 업무와 함께 무거워진 마음을 이끌고 출근한 어느 날, 동료들은 점심을 위해 자리를 비웠고 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배를 곯고 일하고 있는지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았는데 같은 팀 동료가 옆에 다가오더니 근처 제과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건넸다.
"섬진님,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아니, 이 비싼 샌드위치를... 감사합니다. 점심 먹을 정신이 없었네요."
"그래도 다 먹고살려고 하는 건데 밥은 먹어야죠!"
"그러게요,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진짜"
편의점 샌드위치보다 거의 2.5배 비싼 샌드위치에다 내 끼니를 걱정해 이렇게 직접 챙겨주는 동료에게 감동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샌드위치를 받아 들고 '그래,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라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렇게 따뜻한 마음도 잠시, 여전히 몸과 마음을 혹사하는 일의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에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과 스스로 유능감을 느끼고자 하는 채근이 뒤섞여 계속해서 나를 채찍질했다. 다행히도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퍼지는 일 없이 성황리에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후 고단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제주도로 짧은 휴가를 갔다. 경쾌한 팝송을 틀고 해변을 따라 차를 몰다가 자연스럽게 길가에 있는 단출한 음식점으로 미끌어지듯 들어갔다. 혼자 먹기 무난한 카레를 시켜 몇 입 떠먹으며 생각했다. '그래,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카레는 맛있었지만,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 '근데 그게 맞나? 먹고살기 위해서만 일을 하는 걸까? 그건 좀 별로인데….' 그저 먹고살기 위한 일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으며 일할 수는 없을지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다. 사실은 이번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성취감보다는 허탈감이 더 컸다. 내가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