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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Jun 27. 2024

러브버그의 사랑


 사랑은 외모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에게서 배운다

 러브버그, 이름과 다르게 호감이 안 가는 벌레

 언젠가부터 출몰하는 징그러운 벌레

 숮검댕이를 뒤집어쓴 듯 검고 윤기가 없이 메마른 몸뚱이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밀착한 한 쌍의 암수

 그렇게 러브버그는 사나흘을 숙명 같은 사랑을 나눈다

 주위의 시선쯤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한 사랑을 뜨겁게 나눈다

 러브버그의 검고 메마른 몸뚱이는 암수의 사랑이 스스로를 태웠기 때문으로

 진정한 사랑은 틀림없이 스스로를 지우는 것으로

 사나흘을 사랑한 수컷은 몸뚱이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아낌없이 태워 스스로를 지운다

 알을 낳은 암컷도 수컷의 뒤를 따라 스스로를 지우는

 러브버그의 사랑은 죽음으로 완성하는 전설,

 꿈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을 닮았다

 모두가 징그럽다고 멀리하는 벌레이지만

 부끄럼도 없이 당당하고 생명까지 불사르는

 러브버그의 사랑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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