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80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어두운 골목길 저 멀리에

by 밤과 꿈 Mar 12. 2025


 가로등 불빛까지 희미한 골목길

 막다른 휘어 돌아가는 어귀에는

 어린 날의 호기심과 상상들이 한가득

 장롱에 빼곡한 이불처럼 머물고 있었다

 옥상에 올라 비로소 눈에 담는 그 길을

 밤중에 걸어갈 일이 전혀 없었고

 낮에도  상상하는 공포가 길을 막았는데


 여드름과 함께 찾아온 사춘기에는

 어두운 골목 저 멀리로

 종종걸음으로 걸어 돌아가는

 여학생의 흰 종아리가 마음을 이끌어

 다음날 마음을 좇아 찾아간 그 길에는

 어린 날 호기심과는 다른 설렘이 있었지만 

 모를 부끄러움에 서둘러 발길을 돌렸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았던 골목길에는

 어린 날 마음에 품었던 호기심과 상상도

 사춘기가 선물한 설렘도 모두 사라지고

 흘러간 시간만큼 기억들이 더께가 되어

 예전에 생생했던 빛을 잃고 있었다


 빛이 바래어 누추해진 지난날의 상실감으로

 마음이 무거웠던  그날 이후로

 그 골목길을 다시는 찾지 않았고

 저 멀리에서 어두워도 추억들이 생생한

 골목길을 마음에 영원히 간직하기로 했다

 그래야 살아온 날들이 누추하지 않기에.

 

 

 

 

 

 

 

수요일 연재
이전 19화 함께라서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