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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눈발이 흩날리고

by 밤과 꿈


때 늦은 눈발이 흩날리는 밤에 생각한다

어색하게 화장한 얼굴로 그녀가 하던 말

지금으로서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곱씹는다

그때도 내 마음에는 오늘처럼 눈발이 흩날렸을 것이다

그녀가 했던 말에 담긴 일말의 여지에도

그 말은 지독한 치통처럼 아팠고

아픈 만큼 내 마음에는 오래

그치지 않을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옷깃을 여미고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칼바람을 맞고 길 위에 섰던 그 시절

나에게는 그녀의 위로가 절실했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은 셈법이 달라

마음에 흩날리는 꽃비를 기대했을 것이다

함께 꽃길을 걷자 말하지 못한 내가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에 눈발이 흩날리고

오늘처럼 눈발이 흩날리는 날이면

오래전 어긋난 사랑을 아프게 추억한다





NOTE


날궂이를 하는 것일까, 눈비가 내리는 날마다 불쑥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이십 대에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나에게는 첫사랑이었던 사람이다.

그때의 감정이야 남았겠냐 마는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이 영 개운치가 않다.

부족했던 자신에 대한 자책과 하릴없이 흘러가 버린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일종의 자기 연민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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