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즈 피아니스트 소니 클락의 Cool Struttin'
도시의 활력은 기침(起寢)하여 하루를 열어가는 사람들의 분주함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틀 시간에 맞추어 일과를 시작하지만, 어둑새벽부터 생활로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세상이 어둠 속에 잠들어 있을 때부터 일상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는 많다. 물론 그 시간에야 비로소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어머님 생전에 고대구로병원에 자주 입원하셨다. 노령인 만큼 늦은 시간까지 어머님의 곁에 머물다 집으로 들어가는 새벽, 인근의 가리봉동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력시장에는 노동을 팔기 위해 모여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무리를 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아침은 태양보다 일찍 시작된다. 그런가 하면 동대문 패션시장은 쇼핑하는 사람들로 밤새 불야성을 이룬다. 그곳에서 붐비는 인파 중에는 단순한 소비자도 있지만 다음 하루의 생활을 준비하는 소매상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그 시간이 일상을 마무리하면서 또 하루를 준비하는 때이기도 한 것이다. 모두의 수고가 눈물겹다. 그 생활의 고달픔으로 눈물겨운 것이 아니라 생활에 집중하는 수고가 눈물겹고 아름답다. 생활이 주는 이 아름다움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붐비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그리고 차로 꽉 막힌 도로에서 시작되는 일상, 그 피곤한 출발이 지긋지긋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생활을 가능케 하는 일터로 향하는 아침나절의 활력은 건강한 일상의 모습이다. 그 활력에서 모든 삶의 의지와 희망이 발현된다. 어떤 조건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 삶이란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 안다.
현업에서 은퇴를 해 분주한 아침의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섰을 때에야 날마다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아직 현업에 있을 나이에 건강 등의 사유로 일시적이나마 현업을 떠나 있다면 소소한 일상의 가치가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질 것이다. 모든 것의 가치는 언제나 그 대상으로부터 벗어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분명해지는 법이다. 나처럼 밤잠이 없어 늦게 잠이 드는 경우, 더군다나 은퇴 후 일찍 기침할 이유가 없을 때 간혹 맞이하는 쨍한 아침 햇살에서 느끼는 여유와 편안함이 고맙다. 그 기분에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생활에 활력까지 더하는 듯하다.
아침의 활력을 잘 표현한 음악이 있다. 바로 재즈 피아니스트 소니 클락이 아내에게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는 Cool Struttin'이 바로 그 곡이다. '멋진 걸음걸이'라고 번안할 수 있는 제목의 이 곡은 소니 클락의 앨범 Cool Struttin'에 타이틀곡으로 수록되었다. 아트 파머, 폴 체임버스, 필리 조 존스 등의 재즈 명인들과 함께 완성한 이 앨범은 1950년대 후반 재즈 전문 음반사인 블루노트에서 꽃 피운 하드 밥 재즈를 대표하는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음반의 음악적 내용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음반의 재킷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도로를 활보하는 여성의 하반신 사진을 사용한 재킷 디자인이 Cool Struttin'의 음악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이힐이 지면에 닿는 소리에서 이 곡의 펑키한 리듬이 연상될 정도다. LP라서 가능한 호사다. 같은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CD에서는 잘 만들어진 앨범 재킷이 주는 쾌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시원한 사이즈의 재킷을 보면서 듣는 음악의 맛과 멋을 만끽하는 재미가 있는 음반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빗어내는 애환이 얽혀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 많은 만큼 생활도 복잡하고 고달프지만 매일 아침이 선물하는 활력이 있기에 매번 생활의 애환을 털어내고 내일을 바라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해가 떠 있는 낮이 연출하는 도시의 매력이다.
https://youtu.be/UiidZPQ9G2g?si=Z2U4OP-Op1uzR34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