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Raise Me Up (Secret Garden)
예전에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 2001)란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에 개봉되었던 영화여서 기억이 나실지 모르겠다. 영화의 내용이 다소 도덕 교과서처럼 전개되고 면이 있고, 결말이 황당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과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좋았다. 누군가에게 받은 감사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준다는 것... 그럼으로써 세상이 더 밝아진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또 다른 영화 한 편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만났다. 켄 로치 감독의 해피엔딩 영화인 '천사를 위한 위스키'(Angel's Share, 2012)은 찌질한 삶을 살고 있던 주인공 로비가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게 되고 그 계기로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로비가 자신을 편견 없이 살펴주는 멘토 같은 어른인 해리를 만나면서 우연한 기회에 인생이 바뀐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해리 같은 이웃 어른의 역할에 나는 가장 큰 감명을 받았고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생각이 나는 장면은 또 다른 장면이다. 갓 태어난 아들과 여자친구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로비지만 그에게는 정착을 할 공간이 없다. 그런 그에게 여자친구의 이모의 친구가 방을 빌려주려고 하는 장면이 있다. 너무 아름다운 공간을 둘러보면서 뜻밖의 호의에 얼떨떨해진 그는 그 집주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물론 로비는 이 멋진 호의도 자신을 해치려고 미행한 동네 건달 때문에 받아들이질 못하게 되지만...)
로비 : 왜 이렇게 잘해 주세요?
(Why are you doing this for us?)
집주인 : 나도 어떤 분의 도움으로 인생이 바뀌었어. 그 행운을 나눠주고 싶어.
(Someone gave me a chance once and it change my life.
And I sure that you two could do with some luck.)
먼 옛날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음악을 들으면서 나도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고3의 겨울, 학력고사를 치르고 난 후에 음악감상회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약간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가난한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그럴만한 여유 자금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친구가 생겼다. 우리는 졸업을 앞둔 터라 3년간 푼돈으로 적립한 학생적금을 막 돌려받던 때에였고,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던 한 친구가 학생적금을 돌려받은 5만 원을 고스란히 우리 행사 자금으로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그때 이후로 한참 동안을 생각해 봐도 그 친구가 왜 그렇게 했는지 의외였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여튼 우리는 그 친구가 빌려준 5만 원 덕에 행사 자금이 마련되어서 행사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행사가 끝난 뒤에도 그 친구에게 그 5만 원을 돌려줄 수가 없었다. 행사는 그보다 더 많은 적자를 남긴 채 끝났고 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그 해 겨울방학, 학력고사를 마치고 희망에 들떠 있어야 될 즐거운 겨울의 시간 동안 거의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했다. 빚이 있으니 그걸 갚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마음은 그러했는데 결국 그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그 후론 같은 대학에 다녔던 그 친구를 먼발치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가난한 주머니 탓에 그 돈을 돌려줄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지금은 그 돈의 열 배 이상이라도 돌려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친구를 만나지를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또 한 친구가 더 있다. 이 친구는 음악감상회에 스태프로 함께 참여하고 싶어서 스스로 자원해서 조명을 담당했던 친구였다. 그 당시에는 조명기구상에서 조명기구를 빌려서 우리가 직접 설치를 하고 조작까지도 했던 시절이었다. 조명기구 대여료는 조명기구를 반납하면서 지불해야 했는데 대여료를 줄 형편이 되지 않아 결국 이 친구는 자기 손목시계를 풀어서 대신 맡겼다고 했다. 그 친구의 손목시계도 결국 찾아주질 못하고 말았다. 어느 날 Air Supply의 Lost In Love라는 곡에 홀딱 빠졌다고 하던 말이 기억나던 그 친구는 못 찾아준 손목시계를 전혀 아까와하지 않았다. 참 고맙다는 생각을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가지게 한 친구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끔 개인적으로 콘서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또다시 더 큰 적자에 시달린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적자를 대부분 혼자 떠안으면서도 계속 그 행사들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 친구들의 희생 어린 기부에 대한 기억이 아닌가 싶다. 항상 마음속에서 빚을 지울 수 없었던 그 기억들이 또다시 콘서트를 준비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 친구들을 보게 된다면 그때를 기억하면서 그들에게 고마움의 초대권을 항상 주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비록 그들에게 돌려주지는 못한 빚이지만 그들이 내게 기부한 5만 원과 손목시계가 내겐 큰 힘이 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음악회를 만들어주면서 그 빚을 갚고 싶은 생각을 했다.
Secret Garden의 You Raise Me Up을 들으면서 아직도 가끔 그들을 생각한다.
그들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 나는 그들이 내게 보여주었던 기부의 마음을 세상에 다시 전한다.
내게 힘이 되어준 고마운 그들을 기억한다.
You Raise Me Up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Then, I am still and wait here in the silence
Until you come and sit awhile with me
내가 힘들어 내 영혼이 너무 지칠 때에
괴로움이 밀려와 내 마음이 무거울 때에
당신이 내 옆에 와 앉으실 때까지
나는 고요히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당신이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산 위에 우뚝 설 수 있고
당신이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폭풍의 바다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어깨에 기댈 때에 나는 강해지며
당신은 나를 일으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당신이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산 위에 우뚝 설 수 있고
당신이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폭풍의 바다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어깨에 기댈 때에 나는 강해지며
당신은 나를 일으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There is no life - no life without its hunger;
Each restless heart beats so imperfectly;
But when you come and I am filled with wonder,
Sometimes, I think I glimpse eternity
저마다 굶주림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저마다 불안한 가슴은 불완전하게 고동칩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셔서 내 가슴이 경이로 가득 찰 때에
때때로, 나는 영원을 살짝 엿본다고 생각합니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And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당신이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산 위에 우뚝 설 수 있고
당신이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폭풍의 바다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어깨에 기댈 때에 나는 강해지며
당신은 나를 일으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이 곡은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합창곡으로도 심심찮게 공연이 되고 있는 곡이다.
Josh Grovan의 CD에 수록된 버전을 가장 많이 듣지만 오리지널 버전인 Secret Garden의 곡이 가장 좋다.
많이들 들어보시고 내겐 힘이 되어준 이들이 어떤 분들이 있는가 생각을 해보시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혹, 그런 기억이 있다면 그 고마움을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기회도 함께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Pay It Forward'의 우리말 제목처럼,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말이다.
Secret Garden의 오리지널 버전 (Sanghai)
Secret Garden의 오리지널 버전 ('Allsang på Grensen', Halden, Fredriksten festning, 2022)
Josh Groban의 버전 (Proms in Hyde Park, 2018)
Westlife의 버전 (Live at Croke Park,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