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의 Coffee Cantata
나는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해야만 하는 커피매니아는 아니다. 회사에서 생활을 하던 시절에 가끔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커피보다는 녹차 한 잔을 제대로 우려서 천천히 음미하는 여유를 가지길 원했고, 그것을 쉼의 한 방편이라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래서 꽉 짜인 일정 속에서 억지로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 내가 차 한 잔 하는 여유를 가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쉽지 않은 바람이었다. 차 한 잔 우려내어 채 마시기도 전에 바로 이어져야 했던 하루의 일정 때문에, 아침에 내린 차를 하루 종일 틈틈이 홀짝거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었던 방식으로 일에 매달려야 했던 유형이다.
사무실에서의 나의 일상에는 조직생활의 치열함에 지배되던 시간만이 있었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사무실에서 온전히 나만의 것을 찾고 싶은 욕망을 따스한 녹차 한 잔을 우려내는 여유로라도 표출하고 싶었다. 회사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내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회사 안에서의 내 삶에는 나의 것이 없었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어쩌다, 아주 가끔, 사무실에서 차를 한 잔 우려낼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던 순간이 그리도 그리웠고 그 순간을 늘 갈망하면서 지냈다. 왜 그리 살았을까...
결국엔 회사 생활을 조금 일찍 접고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는 시간이 대부분인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 생활 속에서 외적으로 오던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내가 시간을 통제하면서 조정하는 일들, 그리고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겪는 사소한 일상들만이 있다. 외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상을 통제할 수 있는 순간이 오니 일과 쉼의 구분은 없어졌다. 회사 안에서 바라던 쉼의 여유를 이젠 찾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주체적인 나의 것이 된 일은 그 양이 아무리 많아도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으니 그 시간들 속에서는 일과 쉼의 경계가 예전과 다르다. 그리고 그런 일상에서 쉼을 필요로 하는 순간은 이전과는 다르게 조직의 틀에서 부지불식간에 스트레스를 쟁여두고 있던 머리를 쉬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 몸을 쓰는 노동을 한 후의 체력 고갈을 막기 위해서 몸을 쉬게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전의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차에 대한 갈증이 느껴질 때면 수시로 찾던 티백 녹차도, 피로감에 지친 몸이 달달한 무언가를 찾을 때 가끔 즐기던 봉지커피도 이제 나의 일상에서는 필요치 않다. 함께 일하는 사무실에서 우리에게 허여 된 것은 인스턴트 차 종류 밖에 없고, 시간을 들여서 준비해야 하는 차 한 잔은 사치에 불과했다. 그러니 그때는 항상 그런 종류만 찾게 되고, 동료들끼리 함께 차 한잔 하자며 티타임을 가지며 모여 앉을 때에도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인 것은 항상 인스턴트 차들이었다. 그래서 대개는 선택의 범위가 티백에 담긴 차나 혹은 봉지커피 종류, 그 두 가지로 한정된다.
어쩌다가 한번 여유가 생길라치면 녹차 중에서 가장 좋아하던 세작이나 우전을 통으로 사놓고 일인용 다기에다 우려먹기도 하지만 그 녹차들은 한 통을 사놓으면 번번이 일 년을 넘기기가 일수였다. 그만큼 그런 여유가 주어지지는 않았고 짧게 주어지는 순간의 짬을 이용하려면 항상 인스턴트 차들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저 차 한 잔과 함께 하는 쉼에 대한 갈증을 살짝 해갈해 주는 정도가 전부였다.
커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회사 사무실에 존재하는 커피는 대개는 봉지커피다. 그중에서도 프림과 설탕이 함께 들어있는 달달한 믹스커피는 기본이다. 최고의 히트 상품 중의 하나라고 할 정도인 믹스커피는 실제로도 선호도가 높다. 사무실의 잡다한 예산을 결제하던 부서장 시절에 믹스커피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는 것에 놀란 적이 있었다. 나는 좋든 싫든 다른 선택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걸 마시는 상황이다 보니 하루에 한 잔 정도만으로 스스로 제한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간혹 손님이 오거나 회의가 있을라치면 하루에 두 세 잔 이상을 마시게 될 때도 있다. 적게 마시는 내가 그 정도이다. 회사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무의식적으로 이걸 많이 찾는 이는 하루에 대여섯 잔은 기본이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커피는 이게 최고라고 이야기하는 이도 제법 있다. 상대적으로 비싸고 맛있는 원두커피를 내놓아도 가장 싼 믹스커피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취향은 누구에게나 달리 올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선택의 많은 부분은 습관 때문에 입맛이 길들여진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여튼 나는 어느 순간에 달달한 것을 자주 먹게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져서 봉지커피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와도 가급적 블랙을 선택했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티백 녹차나 소위 국산차라고 하는 다른 종류의 차를 선택하기도 했다. 봉지커피로 블랙을 마실 때는 태운 커피의 쓴맛이 싫어서 묽게 희석해서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내가 블랙커피를 묽게 마시는 것은 맛없는 커피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기도 했다. 맛있는 커피는 진하게 마시는 것이 오히려 맛을 느끼기가 좋다. 단순히 모양새만 커피라는 느낌이 드는 인스턴트 봉지커피나 저가의 카페 커피는 진하게 마시면 탄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예전에는 진하게 태운 커피(이걸 강배전 방식이라고 하더라)의 맛이 진짜 커피의 맛이라고 오해를 한 적도 있다. 물론 이런 오해는 많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장 흔히 먹는 방식의 커피, 말하자면 뜨거운 물에 진하게 제조하는 모든 커피는 원두가 맛있거나 혹은 맛있게 제조하는 바리스타의 솜씨가 아니면 호불호가 너무 명확해진다. 솜씨 좋은 바리스타가 운영하거나 혹은 혼자서 차분하게 커피를 만들어 주는 작은 카페에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카페에서 만들어지는 커피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커피맛에 낭패를 느낄 확률이 너무 높다. 커피를 찾아가면서 즐기는 매니아는 아니지만, 맛없는 커피의 불편한 맛이 싫다. 봉지커피는 적어도 기대감을 가지게 하지는 않는다. 그게 아닐 바에는 내 입맛에 맞게 내가 내려 먹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더치커피이다.
나는 커피의 카페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었다. 카페인에 반응을 하는 것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나는 밤늦게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자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나온 후에 그 생각이 바뀌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던 그 시절에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몸이 많이 피로했었던지 저녁시간에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는 지장이 없었다. 혼자서 일을 하면 조직에 의해 통제되던 일상에서의 피로는 사라진다. 그 이후에 간혹 저녁시간에 커피를 마시고 잠이 잘 오지 않는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건 나이가 더 들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긴 하다. 피로감이 줄어서이든 나이가 더 들어서이든 지금은 나도 카페인의 영향을 받기는 하는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더치커피를 선택한 데에는 찬물에 내리는 커피여서 뜨거운 물에 내리는 모든 커피보다는 아무래도 맛이 부드럽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가 있다. 카페인이 적다는 오해를 한 것이 선택의 두 번째 이유다. 하지만 더치커피에 대해서 좀 더 공부를 한 후에는 그것이 오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치커피의 카페인도 뜨거운 물로 내리는 커피의 카페인과 양이 거의 비슷하다.
하긴 나도 더치커피를 마시고 잠을 잘 못 이룬 적이 한번 있었다. 예전에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한 후에 근처 카페에서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신 적이 있었다. 더치커피가 막 유행을 하기 시작하던 시절이어서 흔치 않은 메뉴였는데 마침 그 카페에 더치커피가 있어서 그걸 선택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커피의 카페인 영향을 별로 안 받았는다고 생각한 점도 있지만, 더치커피에는 카페인이 거의 없다는 오해를 하던 시절이라 그걸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그날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몇 시간을 엎치락거렸다. 정신이 너무 말똥 해서 오랜만에 잠을 설쳤다. 잠자리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들던 나에게는 신기한 경험이 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요즘의 나는 더치커피를 직접 내려서 만들어 놓고 마신다. 물론 커피는 없으면 안 마셔도 될 만큼, 그리 즐기는 것은 아니다. 하루 한 잔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워낙 커피를 많이 찾으니 커피를 항상 준비해두고 있는 것이고, 그럴 바에야 직접 만드는 것이 좋을 테고, 그러면 선택은 더치커피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하루에 한 잔 정도는 마시게 되는 것이 더치커피이다.
혼자 있는 사무실은 하루 일을 시작하면서 커피 한 잔 챙겨서 홀짝홀짝 마시는 여유가 좋다. 좀 더 여유로운 날에는 마당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혹은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 다 마시고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도 하루에 한두 잔 정도밖에 안 마신다. 손님이 오거나 혹은 마음이 동하면 한 잔 정도는 더 마시기도 한다. 내가 혼자서 돈 들여 커피를 사서 마시는 일은 잘 없다. 그래도 가장 만만한 것이 커피가 되어 버리다 보니 여유로운 시간에 커피 한 잔 챙겨 들면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이 따라온다.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에 맞는 음악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커피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서 바로 그 이미지가 떠오르는 곡은 세 곡이 있다. 대학시절부터 비가 오는 날 마시던 따끈한 믹스커피 한 잔에 곁들이던 음악은 Bob Dylan의 One More Cup of Coffee였다. 커피 광고에 사용된 이후에 가장 부드럽고 멋스러운 커피 음악으로 다가온 Manhattan Transfer의 Java Jive도 있다.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된 곡이지만, 커피 음악의 압권이 되어버린 곡은 조수미의 깔끔한 목소리로 즐겨 듣던 Bach의 Coffee Cantata, 오늘은 그 곡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믿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Bach(1685~1750)가 살던 시대에도 커피 광고가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방송을 위한 광고가 아니고 커피하우스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 정도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커피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오스만제국이 신성로마제국을 두 번째로 침략을 했던 1683년이었다. 폴란드왕국의 도움으로 오스만제국을 물리치고 그들이 남기고 간 물자 중에서 커피자루를 발견했고, 그 덕에 전 유럽으로 커피가 퍼졌는데 특히 라이프치히에서 크게 유행을 했다. Bach가 성장하던 시기에는 이미 커피가 가정에서도 즐기던 것이었고, 커피하우스가 한참 각광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커피하우스도 서로 경쟁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한 커피하우스(Cafe Zimmermann)에서 Bach에게 연주회를 제안했고, 그에 맞춰 만든 세속 칸타타로 만든 것이 Coffee Cantata(BWV 211)였다. Bach 그 자신이 커피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 스스로 커피를 예찬하는 마음이 가득했을 법도 하다.
기악 반주가 있는 성악곡 형식인 칸타타를 Bach는 거의 250여 곡을 작곡했다. 그중 교회 칸타타는 200곡 정도인데, 1707년에 칸타타를 처음 작곡해 마지막 칸타타는 1745년에 작곡했다. 라이프치히에서 교회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1723년에 만든 곡이 대부분이라 한다. 기념일이나 결혼식 등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만든 세속 칸타타는 50여 곡이 되는 걸로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한다. 커피 칸타타가 만들어진 것은 1732년이다.
일반적으로 Bach의 칸타타는 합창으로 시작해서 노래를 하듯 대사를 하는 레치타티보와 성악가가 솔로로 노래하는 아리아가 번갈아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합창으로 끝이 맺어진다. 커피 칸타타는 합창이 아닌 레치타티보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세 명의 성악가가 합창을 하면서 끝을 맺는다. 전체 길이는 대략 25분 내외로 진행된다.
가사의 내용은 아버지와 딸이 커피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내용이다. 당시에 커피가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커피를 금지시키기도 했다는데, 딸이 커피에 지나치게 탐닉하는 것이 못마땅한 부모의 마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를 그만 마시라고 하고, 딸은 커피 없이는 못 산다고 응수를 한다. 할 수 없이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를 그만 마시지 않으면 남편을 구해주지 않겠다고 압박한다. 딸은 어쩔 수 없이 커피보다는 남편을 택하지만, 결혼 조건에 자신이 커피를 마셔도 방해하지 않는 남편을 얻는 걸로 조건을 건다. 결국 딸은 남편도, 커피도 모두 얻는다는 엔딩이고 마지막의 합창은 커피 마시는 것을 어떻게 탓하냐는 찬양으로 마무리된다. 가사를 읽으면서 그 시절의 커피 애호 역시 지금 못지않은 강렬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정도면 커피 칸타타는 커피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칸타타라는 사실이 틀리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1. Recitativo (해설자)
조용히! 수다를 그치고 이야기 좀 들어봐요
저기 슐레드리안씨가 딸 리스겐을 데리고 이리로 옵니다
그는 갈색곰처럼 으르렁거리고 있군요
딸이 뭘 했길래 그런지 직접 들어봅시다.
2. Aria (아버지)
정말 애들 키우는 건 끝도 없는 골칫덩어리를 안고 있는 것 아닙니까?
난 매일같이 내 딸 리스겐을 타이르지만 쇠귀에 경 읽기예요
3. Recitativo
(아버지) 요 나쁜 녀석, 못된 계집애 같으니, 아, 언제나 아빠 말을 좀 들을까, 커피 좀 치우라니까!
(딸) 아빠, 너무 심하게 그러지 마세요 난 하루에 세 차례 내 잔으로 커피를 못 마시면 너무나 괴로워서 염소고기구이 조각처럼 말라비틀어질 거예요
4. Aria (딸)
아, 너무나 달콤한 커피 맛
천 번의 키스보다도 사랑스럽고
머스캣 포도주보다도 부드러워
커피, 커피를 난 마셔야만 해
누군가 날 즐겁게 하려면
아, 커피를 부어 주세요
5. Recitativo
(아버지) 만약 커피를 끊지 않으면 어떤 결혼식 파티에도 못 갈 줄 알아라. 산책도 금지야!
(딸) 좋아요. 커피만 있으면 돼요.
(아버지) 이런 멍청이 같으니라고! 딱 맞는 고래수염 드레스도 안 사 줄란다.
(딸) 그건 없어도 괜찮아요.
(아버지) 창문에 다가가지도 말고 지나가는 사람도 바라보지 마라!
(딸) 신경 안 써요. 그렇지만, 아빠 제발 커피는 그대로 마시게 해 주세요.
(아버지) 너 내 손에서 은리본 금리본받아서 네 모자에 달 생각도 하지 말아라
(딸) 네, 좋아요, 내가 커피 즐기는 것만 놔 주시면요.
(아버지) 너, 고약한 리스겐, 정말 이걸 다 포기하겠단 말이냐?
6. Aria (아버지)
고집 센 여자애들을 쉽게 이길 도리가 없어.
그렇지만 급소를 찌르면 오호! 멋지게 해낼 수 있지.
7. Recitativo
(아버지) 지금부터 네 아빠가 하는 말 잘 들어.
(딸) 뭐든지 좋아요, 커피만 빼고.
(아버지) 좋아! 그럼 너 잘 알아둬라. 절대로 남편을 못 얻을 거다.
(딸) 어머! 아빠, 남편을요?
(아버지) 내 손에 장을 지져도 절대 그런 일 없어!
(딸) 내가 커피 끊을 때까지요? 당장 커피를 입에 대지 않을게요.
아빠, 들어봐요. 난 커피 더 이상 안 마실게요.
(아버지) 그렇다면 넌 마침내 남편을 얻는 거지.
8. Aria (딸)
바로 오늘요. 사랑하는 아빠, 그렇게 해요!
아, 남편이라니! 정말로 내게 어울리는 이!
오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침내 커피 대신에 멋진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즉시 이루어져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9. Recitativo (해설자)
이제 늙은 슐레드리안은 가서 딸 리스겐을 위한 배필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리스겐은 은밀하게 알렸지요.
우리 집에 와서 내게 청혼하려는 사람은 아래와 같이 약속하고 그것을 결혼증서에 기록해야 함. 즉, 내 마음대로 커피를 끓일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함.
10. 코러스 (아버지, 딸, 해설)
고양이는 쥐를 잡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고,
처녀들은 커피에 사로잡혀 있네.
어머니는 자기 커피잔을 사랑하고
할머니도 커피를 마시는데
누가 딸들을 탓하랴?
우리가 독립적인 성악곡으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은 네 번째의 아리아, 즉 딸이 부르는 커피 찬가이다. 이 곡의 가사에는 커피에 대한 최상의 찬사가 담겨 있다. 천 번의 키스보다도 사랑스럽고 머스캣 포도주보다도 부드러워서 너무나 달콤한 커피를 나는 계속 마셔야 된다는 내용의 가사가 경쾌한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반복이 된다. 말로만 듣던 이 곡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SACD로 발매된 조수미의 Journey To Baroque 음반을 들으면서이다. 디지털로 녹음된 고음질로 듣는 조수미의 바로크 성악곡들은 맑고 산뜻한 느낌을 주지만, 특히 이 곡이 가장 압권으로 느껴진다. 커피를 찬양하는 희열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맑은 고음질로 들으면 저절로 커피 한 잔을 찾게 하는 매력이 있다.
커피와 함께 하면 좋을 분위기의 곡들은 세상에 참 많다. 그중에서 커피를 한 잔 앞에 두면 바로 이미지가 연결이 되는 음악 세 곡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반대로 음악을 들으면 커피가 생각나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곡은 커피 칸타타의 네 번째 아리아, 바로 이 곡이다. 조수미의 깔끔한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덧붙여)
One More Cup of Coffee (Bob Dylan with Joan Baez)
Java Jive (Manhattan Transf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