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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을 샅샅이 뒤져보자는 결심

프롤로그 : 남산길 홀로 산책을 시작하면서

by 꿈싹지기 Mar 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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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산책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 러닝머신의 죽음


오랫동안 나의 아침운동을 담당했던 러닝머신이 수명을 다했다. 작년 말부터 동작에 이상이 생기면서 위태로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었다. 겨울이면 유난히 정전기가 많이 생겨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더니 결국 그 정전기가 드디어는 액정에도 영향을 끼친 모양이다. 액정이 하나둘씩 탈이 나기 시작하더니 그다음에는 스위치의 동작이 하나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간당간당하게 겨우 유지되는 느낌이던 러닝머신이 얼마 전에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하더니 새해가 되어서 드디어 동작을 멈추었다.


러닝머신을 구입한 지가 벌써 10여 년은 더 된 것 같다. 러닝머신을 산 시기에 대한 기억 속의 단서가 없어서 추정도 쉽지가 않다. 얼추 십이삼 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추정할 뿐이다. 생전에 운동을 하지 않던 내가 러닝머신을 사야 되겠다고 작정하면서도 스스로의 작심이 삼일 만에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모양새만 갖춘 저가의 러닝머신을 하나 찾아서 구입한 것이 지금의 러닝머신이다. 회사 다니던 시절의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도저히 체력이 감당이 안될 것 같아 무언가 수를 내야 되겠다 싶어서 러닝머신에 매달리면서 거의 매일 사용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본전이나 뽑겠나 싶었는데, 야근과 음주가 극도로 잦아지던 시점부터는 본전 이상의 가동률과 성능을 발휘해 주었었다. 매일 러닝머신을 사용한 세월만 해도 십 년은 넘긴 것 같다. 그래서 본전은 제대로 뽑은 것 같다.

러닝머신의 구입 시기에 대한 내 기억은 많이 과장되어 있었다. 우연히 페북의 지난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포스팅에서 기록을 발견했다. 2018년에 구입했다고 적어 놓았으니 대략 7년 정도 사용했다. 아, 그런데 나는 가전제품은 기본 10년은 써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기대보다는 좀 이르게 수명이 끝난 셈이다. 


이젠 무언가를 새로 사는 것도 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나, 그냥 러닝머신을 포기하고 오랜만에 아침산책을 재개했다. 러닝머신이 고장 나고 아침산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날이 하필이면 한파가 오는 시기로 접어드는 날이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시작했다. 영하 13도를 기록하던 새벽에도 손끝과 귀가 시린 것 외에는 그런대로 걸을만했다.


아직은 일출 시간이 늦으니 어둑한 시간부터 걷기 시작하지만, 익숙한 논길을 따라서 조금 걷다 보면 어슴프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지라 어둑한 시간에 산책을 시작하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집에서 조금 늦게 나서는 날에는 늘 다니던 불곡으로 올라가서 감실 부처를 지나서 절골로 내려오는 가장 짧은 코스로 돌아오는데, 대략 35~40분 정도 걸린다. 조금 일찍 나서는 날에는 여유롭게 상서장까지 돌아서 온다. 그러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날 마음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코스를 바꾸어 탑골도 가고, 보리사도 가고 혹은 새천년숲까지 갔다 오거나 혹은 해목령까지 올랐다 내려오기도 하면 여러 가지 코스가 생긴다.


이 짧은 순간에도 여러 개의 유적을 지나게 되는 것이 남산 자락을 다니는 길이다. 어제, 오늘은 1시간 코스로 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논길 사이로 접어들면 그제야 저 멀리 토함산 쪽에서 해가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따가운 아침 햇살을 눈에 맞기도 하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오히려 다니기에는 더 편안하다.


이렇게 아침 이른 시간에 혼자서 산길을 오르다 보니 그동안 못 가본 샛길들을 하나씩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그 생각은 결심이 되었다. 오랫동안 남산 자락에 살면서 못했던 일이지만 이제야 하게 된다는 기대감도 살짝... 


작년 한 해 동안 고청 윤경렬 선생님의 답사기 '겨레의 땅, 부처의 땅'의 순서를 따라 남산의 골짜기, 말하자면 남산의 탐방로를 모두 훑어 보았으니 올해는 그 길들을 다시 걸어보면서 그 사이사이로 나있는 샛길들도 돌아봐야겠다 싶었다. 그 마지막은 남산의 곳곳에 자리 잡은 유물들과 기암들 그리고 좋은 경관들의 위치를 머릿속에 기억하고 익히는 것이다. 남산 자락에 산다면 그 정도는 몸에 체득하고 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든다. 좋은 욕심인가?



2018. 3. 1. 러닝머신 설치에 대한 페이스북 포스팅

[3월을 시작하며 두 가지의 새로운 시작] 
3월의 시작이 무척 순조롭다. 3월을 시작하며 새로 시작한 두 가지 일들. 
그중 하나는 사이버대학원에서의 코칭심리학을 시작하는 첫 번째 강의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이른 출근시간 때문에 중단했던 아침산책을 대신해서 매일매일 걷기를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 방안에 러닝머신을 설치한 것이다.
오늘 두 가지 모두를 시작했다. 어차피 이 두 가지는 거의 한꺼번에 이루어질 것이니 강의를 큰 화면에 틀어놓고 그걸 바라보면서 45분 동안 4킬로미터 정도를 걸어 봤다. 제법 썰렁한 방안에서도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이마와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강의를 들으면서 걸으니 상쾌한 기분이다. 이만하면 3월의 첫날을 시작하는 기분으로는 그만이다.
아무래도 새로 산 러닝머신은 아마도 가성비가 꽤 높은 득템이 될 것 같다. 사이버대학에서의 코칭 심리학 강의는 멘토링 스킬을 코칭 수준으로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멋진 삼일절!!!


2018. 11. 6. 백리길을 다녀온 후의 페북 포스팅 중에서

#러닝머신효과
올해의 백리길이 진행되던 이틀 동안, 나는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하지만, 일박이일의 여정을 마치고 난 후의 후유증은 역시 나이를 속이기 힘들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재작년 한 해 동안의 나는 쏟아지는 회사일과 민원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내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운동이라고는 딱한 가지 간신히 해오던 30분간의 아침산책마저도 못하게 되면서 체력이 급저하되었다. 건강검진 결과에 붉은 글씨가 늘어났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 속에 고민고민하다가 장만한 값싼 러닝머신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러닝머신에서의 걷기를 해온 것이 그나마 효과가 있었나 보다.
올해는 백리길을 걷는 이틀 동안은 크게 힘든 점이 없었던 것 같다. 값싼 러닝머신이라도 본전은 충분히 한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휴가를 내지 못한 월요일은 머리에서 제대로 출력을 내기가 쉽지 않다. 머리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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