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 부산역 ~ 영도대교 / 14.5km / 5:30 / 보통
- 시점 : 부산역 KTX 1번 출구
- 종점 : 영도대교 입구 중구관광안내소 옆
두루누비 사이트에서 가져온 코스의 기본 정보입니다. 저의 남파랑길 걷기는 구간별로 경로 중심으로 정리를 하면서 주요 포인트에 대한 간단한 느낌을 적습니다. 지나온 경로를 기억하기 위한 용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날이 흐리고 비가 잔잔히 내린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는 오래전부터 확인하고 있어서 당혹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예상보다 강수량이 적어 보여서 다행스럽다. 비가 많이 오지는 않고 잔잔하게 내리는 정도이다. 지금 정도의 비라면 챙겨 온 우의도 입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걷는 데에 조금 불편하긴 해도 크게 지장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어쨌거나 결혼 30주년의 그날이다. 작년쯤에 어렴풋이 생각을 해두었던 긴 해외여행은 아내는 부담스러운가 보다. 막 박사 논문 초안 작업을 시작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현금 재고가 소진된 상태지만, 날짜에 맞추어 여행을 가야 한다면 여행비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서로 부담은 줄어든 셈이지만, 오늘 날씨만큼은 맑았으면 좋았으련만... 그게 조금 아쉽다.
오늘이라고 특별히 빨리 눈을 뜨지는 않았다. 그냥 집에서처럼 비슷한 시각에 눈을 떴고 좁은 방 안에서 아침 채비를 했다. 대략 8시 정도에 아침식사를 하러 10층의 작은 라운지로 갈 수 있었다. 평일이니 우리 부부 외에 간간이 보이는 이들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인다. 10층의 창밖을 내려다보니 자갈치시장이 보인다. 그 왼편으로는 영도의 봉래산(396m)이, 오른편으로는 송도의 장군산(326m)이 조금 더 먼발치로 보이는 풍경과 함께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을 때운다.
평소에 토스트나 커피로 아침을 때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침에 빵을 먹으면 왠지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밥을 먹거나 불가피할 경우에도 최소한 밥과 유사한 것으로 아침을 해결하는데, 여기는 다른 선택이 없다. 편의점에서 간편한 인스턴트 밥을 사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내겐 빵이나 인스턴트 밥이나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토스트와 커피로 간편하게 배를 채운다. 여행지에서는 그 정도도도 충분하다.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배낭을 챙겼다.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으로 몇 발짝만 걸으면 어제 차를 주차해 둔 타워주차장이 있다. 전기차는 타워에 넣지 못한다고 해서 근무하는 아저씨가 지정해 주는 대로 앞에 차를 세워두었는데, 이틀 동안 두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오늘 오전은 주차장 주인이 근무를 한다고 차를 이동하든지 아니면 주인과 다시 이야기를 해보라고 해서 잠시 주차장에 들렀다 가야 된다.
다행스럽게도 주차장 주인은 어제 주차를 하면서의 사정을 듣더니, 작은 전기차는 타워에 넣어도 된다기에 하루를 더 연장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부산역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이래 저래 부산역에서 출발한 시각이 9:40 정도 되었다. 2구간의 시점은 부산역 KTX 1번 출구 앞에 있는 두리발 전용 승강장이다.
시작되는 구간은 부산역의 담장을 따라서 이어지는 초량동의 뒷길이다. 이십여 년 전, 회사일로 부산의 부두로 출장을 올 일이 가끔 있었다. 그 당시에는 가장 빈번하게 출장을 오던 곳이 바로 이 동네였다. 하루를 묵어야 되는 경우에는 부산역 바로 옆의 비즈니스호텔(호텔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모텔 수준)에 묵었기에 이 부근은 친근한 곳이다. 다만 건물들의 모습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들 좋아졌다. 새 건물도 많이 보인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한 모양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략 1km 정도 되는 지점을 통과하면서 시간을 확인해 보니 15분 정도 걸렸다. 비가 와도 평균 속도 정도는 되는 수준이다. (9:56, 1.0km)
부산대교가 시작되는 초입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이어져 있고 그 앞으로 롯데타워의 건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전면에 옛 건물이 남아 있어 신구가 교차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10:08, 1.7km)
다리를 건너 영도로 들어섰다(2.5km). 봉래교차로에서 좌로 꺾은 후 길을 건너면 아파트 단지(에일린의 뜰)가 나온다. 이 아파트 단지의 담장을 따라가면 오르막이 시작된다(3.2km). 오르막이 꽤 가파르다. 아마도 2022년이었을 것이다. 이 마을에 두어 번 와 본 적이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한 봉산마을이다.
에일린의 뜰 담장 끝부분에 산복도로가 나오는데, 그 도로와 만나는 지점의 좌측 편이 도시재생사업의 벤치마킹을 위해서 왔었던 봉산마을의 사업 구역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볼거리가 제법 있다. 길은 산복도로 위의 좁은 마을길로 이어지기에 봉산마을은 일단 지나칠 수밖에 없다. (3.5km, 10:40)
가파른 골목길을 300m가량 천천히 올라가니 봉내골 그린공원의 입구가 나온다(3.8km, 10:47). 이제부터 길은 산기슭으로 이어진다. 마을길처럼 크게 가파른 코스는 없지만, 여전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지금부터는 계속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지는데, 마을사람들의 산책 코스인지 왕래가 제법 있다.
청학마을에 도착했다. 3층 높이의 작은 건물이 있는데, 여기가 청학동 해돋이전망대이고 이 건물에 작은 카페가 있는데 평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4.4km, 11:00).
조금 더 가보니 약수터가 나온다. 약수 맛이 제법 좋다고 아내가 물병에 약수를 채워준다. 약수터 앞에 군부대처럼 보이는 건물의 뒷담장이 있는데 지도를 찾아보니 해양경찰 특공대 건물로 되어 있다(4.7km).
여기서 다시 조금 더 가면 영도 조내기 고구마 역사기념관이 나온다. 호기심에 잠시 둘러본다. 작은 기념관이다. 고구마가 전래된 역사부터 고구마의 품종 그리고 약간의 어린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작지만 아기자기한 기념관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5.0km, 11:20)
시배지였던 영도 봉래산 자락에 '조내기 고구마 역사기념관'이 자리한다. 우리나라에 고구마가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설명하고, 그 선구자 역할을 해냈던 조엄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고구마 재배 방법, 요리 방법 등을 소개한다. 쿠킹 클래스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기념관 1층은 전시실이다. 고구마의 전파 경로와 역사를 시간 순서로 소개한다. 조엄이 고구마를 조선에 들여온 과정, 영도에서 재배하게 된 내용 등도 찾아볼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금~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 사이에 방문해 해설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2층은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고구마를 넣은 쿠키와 머핀을 만들어볼 수 있는 쿠킹 클래스에 참여해 볼 수도 있다. 3층에는 루프탑이 있으며, 기념관 내에서 운영하는 카페 조고매의 디저트와 함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역사관 뒤로는 봉래산 산책로가 이어져, 전망대로 올라가 부산의 풍경을 감상해 볼 수도 있다.
고구마기념관에서 나온 후는 평탄한 하향길이 전반적으로 이어진다(5.4km). 그 후에 고신대 뒤편으로 나있는 숲길이 이어지고(5.9km, 11:50), 고신대 뒤편에서 왼쪽으로 길이 꺾어지면서는 경사가 조금 가파른 하향길이 이어진다(6.3km).
이제 영도의 동편 산기슭, 봉래산 둘레길에 포함된 숲길은 모두 지나왔고, 와치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동삼1동의 차도와 만난다(6.7km, 12:03). 복지관 앞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동삼1동을 감싸는 와치로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와치로를 따라서 내려가다가 절영로와 교차되는 지점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이내 '중리맛집거리'라는 표지가 보인다(7.9km, 12:20). 배가 출출해지는 시간... 점심식사를 할 식당을 찾아본다.
가성비가 좋은 식당을 만났다. 이름도 정겨운 '남경시골밥상'.
출입구에 '재료 소진'이라고 해서 지나치려다가 주인에게 물어보니 어제 붙인 것을 깜박 잊고 안 떼어냈다고... (12:25)
부산에서 길을 걷다 보면 역시 동네 식당을 직접 보면서 맛집을 가늠해 보는 것이 가성비가 높다. 이 동네에서는 '복국'을 하는 식당의 주차장이 엄청 넓어서 유명한 집인가 싶은 정도이고, 나머지는 고만고만한 동네 식당이다. 가격대가 괜찮을 것 같다. 우리가 주문한 시골밥상은 '영양돌솥밥'과 함께 나온 반찬 가짓수가 제법 많다. 반찬이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내 입맛에 맞는 것이 최소한 절반만 되어도 충분하다. 가격도 착해서 8,000원. 요즘 어디서 돌솥밥이 포함된 식단을 이 가격에 먹을 수 있으랴... 일단 돌솥밥과 된장찌개는 만족, 나머지 반찬은 몇 가지만 빼고 맛있게 먹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쉰 후에 다시 길을 이어간다. 중리맛집거리는 크지 않다. 끝자락은 중리바닷가로 이어진다(8.7km, 13:30). 자그마한 중리항이 보이고 길은 우측의 바닷길로 이어진다.
영도의 왼편에 있는 절영로를 따라 이어지는 바닷가 길이다. 대략 400m 정도를 가다가 이후부터는 계속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야 되는 전망 좋은 바닷가길이다. 이 구간에서 역시 수많은 계단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만나게 되는 바닷가의 돌계단들은 정성스럽게 조성이 되어 있다. (10.1km, 14:10)
대략 2km 정도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왼편에 있는 바다 방향의 전망을 감상하면서 길을 이어간다. 이 구간은 흰여울문화마을에 오는 이들은 잘 오지 않는 구간이다. 이 구간의 마지막에 흰여울마을로 이어지는 해안터널이 나온다(10.8km, 14:25). 아마도 흰여울문화마을에 오는 이들이라면 이 터널을 보고서 탐방을 끝낼 것이다. 그래서 중리항에서 흰여울터널까지 이어지는 절영해안은 낚시를 하러 오는 이들이나 혹은 길을 걷는 이들 외에는 없을 것 같다.
터널을 지나면 흰여울문화마을이 위로 보인다(11.2km, 14:37). 흰여울문화마을을 지나는 구간에는 가장 아래의 바닷가길인 절영해안산책로가 있고, 마을의 아래쪽으로 상가들이 이어지는 길이 있다. 그리고 마을의 상단에는 차도인 절영로가 있다. 남파랑길에서 안내하는 경로는 바닷가길로 들어서 잠시 가다가 계단을 따라서 마을의 아래쪽으로 나있는 길로 올라가 상가를 따라가면서 마을을 둘러보다가 다시 바닷가길로 내려오는 걸로 되어 있다. 하지만 정해진 경로와 상관없이 마을의 주요 지점을 챙겨보면서 흰여울문화마을을 잠시 둘러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단점이라면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골목들을 다 들어가 보아야지 이 마을의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고, 시간이 제법 걸린다.
흰여울문화마을을 통과하면 바다의 느낌을 담은 형태의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에는 카페마렌이 있다. 바닷가를 조망할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 느낌이 나지만 우리는 그냥 통과. (12.3km, 15:00)
이제부터는 남항대교가 보이는 남항동 방파제길로 연결되는데, 중간에 남항대교수변공원, 브리지수변테마공원이 있다. 그 끝에서 좌측으로 조금만 가면 남항동방파제 등대로 가볼 수 있고, 길은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차도로 이어진다.
한국선용품산업협회의 커다란 건물을 지나친 후에 좌측으로 이어지는 길은 작은 조선소와 관련된 업체들이 모여있는 깡깡이예술마을로 향한다. 조금 가다 보면 깡깡이예술마을을 운영하는 사무실이 보인다(14.5km, 15:40)
안녕하세요! 깡깡이예술마을입니다.
19세기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조선소가 세워졌던 영도 대평동(남항동)은 근대 조선산업의 발상지로서 다양한 산업유산과 해양생활 문화자원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녹슨 배의 표면을 벗겨내는 망치질 소리에서 유래해 깡깡이마을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항구도시 부산 사람들의 역동적인 삶과 독특한 산업현장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깡깡이예술마을 조성사업은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프로젝트로 문화예술인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평동 마을회와 공공기관이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깡깡이예술마을 조성사업을 통해 사라진 뱃길을 다시 잇는 영도 도선복원프로젝트,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수집하여 출판, 전시하는 마을박물관 프로젝트와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깡깡이예술마을을 벗어나면, 이제 영도대교가 보인다. 영도대교가 시작되는 초입에 가수 현인의 노래비가 있다(15.7km, 16:05). 가수 현인은 부산 영도구에서 태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가수이다. 영동대교가 도개를 할 때에 그의 대표곡 중의 하나인 '굳세어라, 금순아'가 흘러나온다고 하니 이 자리에 그의 노래비가 있을 만하다.
영도다리에서는 다시 롯데마트 건물이 보이고, 부산대교에 비해서 짧은 영도대교를 건너면 이 구간은 끝이 난다. 2구간의 안내판은 영도대교를 건너 처음 만나는 버스정류장과 중구관광안내소 사이에 있다. 여기서 남파랑길 2구간을 마친다(16.0km, 16:10).
남파랑길 2구간은 당초 태종대까지 포함되어 있는 구간이지만 실제로는 태종대로 가는 구간은 삭제되어 있다. 두루누비 사이트에 안내되어 있는 지도상의 경로와 실제 경로에는 차이가 있음에도 거리는 비슷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안내 자료의 신뢰감이 떨어져 보인다. 전반부에는 숲 속 산책로가 중심이 되고, 후반부에는 바닷길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경관이 좋은 구간이고 특히 봉산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을 통과하기에 시간을 조금 길게 잡고 걷기를 하면 두 마을을 모두 보고도 하루 만에 완보가 가능한 구간이다. 초보자에게 가장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은 전반부에 봉래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경사가 있고, 후반부에 중리항에서 절영해안로를 따라가는 길에 계단의 압박이 크다는 점이다. 그 외에는 무난한 구간이고 경관도 좋다.
구간의 길이가 조금 길어지더라도 태종대까지 돌아오는 원래의 경로가 유지되었다면 1구간과는 또 다른 점에서 뛰어난 명소를 많이 포함하는 구간이 될 수 있었다.
일시
2024년 3월 5일(화)
시점 출발
오전 9시 40분
종점 도착
오후 4시 10분 (중식 60분)
주요 경로
부산역 - 부산세관 - 부산항만공사 - 부산대교 - 봉래교차로 - 에일린의 뜰 - 봉산마을 - 봉래골그린공원 - 청학동 해돋이전망대 - 해양경찰청 특공대(약수터) - 고구마역사기념관 - 고신대 뒤편 - BMC와치공원 - 와치종합사회복지관 - 와치로 - 한진로즈힐아파트 - 중리맛집거리 - 중리항(중리바닷가) - 흰여울해안터널 - 흰여울문화마을 - 남항동방파제 - 방파제등대 - 한국선용품산업협회 - 깡깡이마을공작소 - 깡강이예술마을 - 깡깡이안내센터 - 영도대교 - 중구관광안내소
도보 거리
16.0km
난이도
'보통' 수준
주차
부산항 주변의 주차장은 평일 낮에도 만차인 경우가 많아서 피하는 것이 좋음. 부산대교로 가는 도중에 낡았지만 가격이 착한 주차장이 보인다. 혹은 남포역이나 자갈치역 인근의 주차장을 이용하고 전철로 시점까지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숙소
K게스트하우스 남포 1호점 (지하철 남포역 4번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