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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싹지기 Mar 13. 2024

니어링처럼 살고 싶다.

프롤로그 : 비닐하우스와 쿠바식 틀밭을 만들기까지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동경한다.


100번째 생일을 앞둔 어느 날, 스콧이 아내 헬렌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먹고 가야겠어."


음식을 일절 먹지 않고 죽음을 준비하겠다는 선언이었고 평생 동반자였던 헬렌은 남편의 결정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스콧은 미리 작성해 놓은 유서에 마지막 순간이 오면 자연스럽게 죽을 것이라고 써놓았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평소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음, 자신을 화장해 바다가 보이는 나무 아래 뿌려달라고 부탁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이제 기쁜 마음으로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거나 깨어남이다. 삶이 우리에게 다가온 것처럼 그 어떤 경우라도 죽음을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



[스코트 니어링의 좌우명]
-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 미리 계획을 세울 것
- 일관성을 유지할 것
-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 매일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혀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자본주의 체제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최소한의 물질로 자급자족하는 '조화로운 삶'을 사는 노부부의 삶을 지탱한 두 기둥은 평화주의와 채식주의였다. 두 사람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삶을 추구했고, 직접 가꾼 곡물과 채소를 먹었다.






스코트 니어링의 마지막 한 마디란 영상 강의를 들으며 문득 생각에 빠졌다.

그가 말하는 '조화로운 삶'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먹기 위한 노동에 4시간,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는데 4시간, 독서와 글쓰기 같은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에 4시간...

생각만 해도 평화로운 하루이다.


적게 벌고 적게 쓰고 그로 벌게 되는 시간을 온전히 나와 친교 하고, 자연과 친교 하고, 사람들과 친교 하는 시간에 쓰게 된다면 얼마나 온전한 하루가 될까 생각해 본다.


2017년 4월에 이른 퇴직을 결심한 그 해 9월 26일에 나는 스코트 니어링의 삶을 생각하면서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포스팅을 남겼다.



정년퇴직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나는 이른 퇴직을 했다


예정보다는 조금 늦어졌지만, 결국 나는 2019년 3월에 퇴직을 했다.

퇴직으로 변화된 나의 삶을 정의하자면 이렇다.


- 조직에서 주어진 일을 공동으로 하다가 내가 추구하는 소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 자본주의적인 소비에서 최대한 벗어나 자급자족으로 한 걸음 더 발을 내딛는다.

- 환경을 파괴하는 삶에서 환경을 지켜나가는 삶으로 전환한다.

- 많이 쓰기 위해서 벌이를 해야 하던 삶에서 적게 쓰면서 가치 있는 소비를 하는 삶으로 가면서 내게 필요한 만큼만 수입을 갖는다.


이른 퇴직을 결심하게 된 나의 소명은 청소년들이 바른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서 그들이 행복한 삶으로 진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 일은 그렇게 방향을 잡았고, 내 개인의 삶은 스코트 니어링이 추구한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직접 내 손으로 만들고, 먹거리도 내가 지을 수 있는 것은 직접 지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십여 년을 자본주의에 기반한 삶을 살아온 내가 니어링처럼 산다는 것, 특히 천박한 자본주의의 신기원을 만들어 보겠다는 듯이 점점 더 자본에 미쳐가는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안정된 직장, 고액 연봉 그리고 곧 있을 승진의 기회, 이런 것을 버리고 세상으로 나선 내게 사람들이 보낸 시선도 그 선상에 있었다. 하지만 인생이 또다시 주어진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그래서 나의 결심은 더 확고해졌다. 하지만 그 길은 멀다. 그래서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니어링의 삶에 다가가 보기로 한다.



비어 있는 농지에 비닐하우스와 쿠바식 틀밭을 지었다


시골마을에 있는 내 사무실 앞, 비어 있는 농지에 비닐하우스와 쿠바식 틀밭을 지었다.

비닐하우스를 혼자서 세우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전문가의 손을 빌렸다. 쿠바식 틀밭은 직접 만들어서 앉혔다. 그렇게 나의 텃밭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 이것저것 작물들을 생각나는 대로 재배해 보았다.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너무 많이 재배한 상추는 원 없이 먹기도 했고, 오이, 단호박, 서리태, 감자처럼 수확해서 먹는 재미가 있는 작물들도 재배해 보면서 올해부터는 조금은 더 체계적인 경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3월,

올 한 해 텃밭의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이제부터 정리해 보려 한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추억하듯이 직접 재배하는 작물들에게도 그들의 앨범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작년에 재배해 나름 수확이 있었던 작물들]
오이, 참외, 샐러리, 단호박, 주키니 호박, 부추, 대파, 쪽파, 꽃상추, 청상추, 아삭이 상추, 감자, 서리태, 가지, 미니수박, 바질, 콜라비

[재배에 실패한 작물들]
당근(이식하면 안 되는데 이식해서 실패), 시금치(발아율이 너무 낮아서 실패), 로즈메리(10개 정도 발아했으나 어릴 때 모두 말라죽어서 실패), 참나물(발아가 단 하나도 안되었다. 왜?), 배추(모종을 3번이나 사서 심었는데 심는 족족 무언가가 아작 내버려서 결국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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