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것과 멋있는 것이 어우러지는 봄
당근에 또 관심 있는 화초들이 떴다. 에키네시아에 이어 올해 심어보려고 작정했던 버베나가 올라왔길래 위치를 물어 사러 갔다. 자주 다니던 길목에 있지만 잘 보이지 않던 작은 농원이다. 버베나 11개가 남았다고 해서 몽땅 사 가지고 왔다. 버베나는 지금보다 훨씬 크게 성장을 하고, 월동을 하는 다년생인 데다가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핀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품종이다. (3/16 아띠정원)
옆에 팬지처럼 보이는 것이 있길래 물어보니 앵초라고 한다. 팬지는 향이 없는데, 앵초는 향이 프리지어와 유사한 향이 가득히 난다. 이것도 낙점... 24개 들이 한 박스를 샀다. 몇 개만 사면 한 포트에 1,500원이라는데, 박스로 사니 한 포트에 1,000원 꼴이다. 이것도 월동을 하는 다년생이라고 한다. 노지에 직접 심어놓은 것도 보여 주신다. 노지에서는 지금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줄기가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3/16 아띠정원)
당근에 '츄립'을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아, 판매자의 주소가 이 근처구나... 튤립인 것 같은데, 혹시나 내가 모르는 다른 화초가 있나 싶어 채팅창을 열어 '튤립인가요?'라고 물어보니 '네'라는 대답이 온다. 그래서 20개를 주문했다. 작년에 튤립 구근을 100개 내지는 200개 정도까지 주문할 생각을 하다가 아직 튤립을 심을 화단을 완성하지 못해서 미루었는데 벌써 봄이 와버렸다. 이번에 판매가 올라온 것은 올봄에 꽃을 피운다고 하니 우선 이 정도만 사기로 한다. 내년을 위해서는 올봄에 서둘러 전용 화단을 만든 후에 가을에 구근을 많이 주문해 보기로 했다. 튤립은 풍성해야 제맛이고, 꽃들은 모아서 키우는 것이 보기가 좋았다. 내년에는 화단 하나를 튤립으로 가득 채워 봐야지 작정을 다시 해본다.
근데, 이 분은 배달까지 해주신다. 1개를 덤으로 넣어 주신다. 모두 21개의 포트를 마당에 내려놓고, 보내준 품종표를 잘 갈무리해 두었다. 6개 품종을 섞어서 주문했으니 꽃이 피면 구분이 가능할 것 같다. 근데, 받아놓고 보니 어디에 심을까 이래저래 고민을 하게 만든다. (3/11 월)
작년 가을에 모종판에 파종한 에키네시아가 아직도 소식이 없다. 아무래도 발아에 실패한 듯...
오늘 에키네시아를 모종판에 다시 파종했다. 씨앗의 크기가 미세하지는 않아서 포트당 3개 안팎으로 챙겨 넣는 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암발아로 14일 정도 걸린다길래 상토 봉투로 잘 덮어 두었다. 대략 3월 말까지는 발아를 해야 문제가 없는데, 잘 될는지 모르겠네. (3/14 목)
발아가 잘 되는 씨앗은 엄청 잘 되는데, 유난히 까다로운 것들이 있다. 될 때까지 계속 도전...
작년 김장에 앞서 배추를 심어 봤는데, 세 번이나 모종을 모조리 먹어 치우는 것들이 있는데, 무언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흙속에 무언가가 있긴 한데, 눈에 보이진 않는다. 누군가가 그랬다. 걔들은 낮에는 안 보이고 밤에 나와서 먹어 치운다고...
그러다가 올봄에 농사짓는 유 선생 중의 한 분의 영상에서 힌트를 얻었다. 아, 작은 딱정벌레 같은 것이 올봄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넘들이었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니 Flea Beetle이라는 넘들... 틀림없는 것 같다. 벼룩처럼 뛰는 딱정벌레, 한편으로는 작은 바퀴벌레처럼 보이지만 동작이 굼뜬다. 결국 올해는 토양살충제의 힘을 빌려야겠는데, 식물 추출 성분이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뒤져서 주문했고, 받자마자 님유박부터 틀밭 몇 개에 살포했다.(3/15 금 비닐하우스 틀밭 2개, 외부 틀밭 4개, 3/16 외부 틀밭 1개)
총진싹 액제는 벌레의 피해가 많은 배나무, 매화나무, 모과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에 치기 위해 500배 희석만 해두었다. 요즘 바람이 강해졌다. 뿌려도 엉뚱한 곳으로 흩날릴 것 같아서 바람이 잦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3/16 토)
오늘 보니 루꼴라는 아주 쪼금 커져서 흙이 안 보일 정도로 바글거린다. (3/16)
3/9일에 파종한 흑하랑이 일주일 만에 드문 드문 싹이 올라온 것이 보인다. 역시 흑하랑도 보통의 상추처럼 발아가 잘 되는 모양이다. (3/16)
3/10일에 틀밭에 흩뿌려 놓은 꽃상추도 드문 드문하긴 하지만, 싹들이 올라오고 있다. 흩뿌려 놓긴 했지만 적당히 간격을 두고 발아를 하면 좋은데, 너무 발아가 잘 되어도 결국은 솎아내야 하니 제발 적당히... (3/16)
살구나무에 분홍색 예쁜 꽃이 피었다. 나무에도, 채소에도 농약을 치지 않으니 과실나무들은 꽃이 필 때가 가장 쓸모 있다. 그 뒤로는 벌레들이 잔뜩 붙어서 열매들을 못 먹게 만든다. 벌레들 때문에 작년에도 배는 하나도 못 건졌고, 살구는 그나마 몇 개는 건졌는데, 자두는 성장을 하지 않는다. 그냥 두고 혼자서 잘 자라라고 해보니 벌레들의 극성이 해마다 심해진다.
오늘은 바람도 좀 잦아들었다.
올해는 어떻게든 벌레들의 극성을 좀 가라앉혀야 될 텐데 싶어서 친환경 성분이라는 총진싹 희석액으로 시도를 해본다. (3/20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