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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싹지기 May 16. 2024

흑하랑, 너 참 신기하구나!

갑자기 어른이 되어 버린 흑하랑

이번 주에는 텃밭에 두 가지의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흑하랑이 갑자기 아이에서 어른이 된 느낌으로 훌쩍 자라 버린 것과 또 하나는 구덩이를 파고 맷돌호박과 애플수박을 심은 것이다.


흑하랑에는 무언가 다른 모습이 있다

다른 상추에 비하자면 흑하랑이 모종의 성장세가 조금 빠르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 그 이후에 또 다르게 관찰된 사실 하나는 아랫잎에서 무언지 모를 벌레들의 알이 발견된 것이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비닐하우스이지만 텃밭 간의 간격이 그리 넓지 않은데도 꽃상추와 아삭이상추가 심긴 옆의 틀밭에서는 관찰되지 않은 것이니 이 틀밭에만 유별나게 벌레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흑하랑에만 유별나게 아랫잎에서 벌레의 알이 관찰되었고, 특이한 점은 아랫잎에만 관찰이 되니 밑의 잎을 모두 따버리면 위의 잎들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충제나 다른 무언가를 치지 않는 상추에서는 벌레나 알이 발견되면 민감해진다. 거의 그 상추는 못 먹을 가능성이 높다. 씻어낸다 해도 찝찝함이 남아 있어 대부분은 버리게 된다. 하지만 흑하랑에서는 모든 상추에서 아랫잎만 제거하면 지면에서 멀어지는 그 위의 잎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전체를 모두 확인해 보고 확신을 하게 된 점이다.


그보다도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흑하랑의 놀랄만한 성장세이다. 지난 주말에 남파랑길을 걷느라 사흘 동안 텃밭에 내려가보지 못했다. 돌아오자마자 텃밭에 내려가보니 다른 것들은 고만고만한데 흑하랑만 유별나게 줄기가 훌쩍 솟아 올라와 있다. 벌레알이 발견된 아랫잎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틀밭 하나를 모두 정리해 보니 같이 파종해서 비슷한 시기에 정식한 청치마상추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양새를 보인다. 보통의 경우엔 아랫잎을 몇 번을 수확한 후에야 보이게 되는 모습으로 훌쩍 커버린 것이다. 이런 추세로 성장하면 몇 번 수확을 하지 못하고 키가 멀대처럼 커버릴 것이다.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든다. 너무 빠르다.


그러다 보니 첫 수확을 한 흑하랑을 서둘러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선물을 했다. 잠자리에 누우면 항상 바로 눈이 감기는 나는 흑하랑을 먹어봐도 별 차이를 못 느끼겠던데, 그들에게는 어떤 반응이 올는지 궁금하다.


왼쪽은 한번 수확을 했는데 이렇게 키가 커버린 흑하랑이고, 오른쪽은 비슷한 시기에 심었지만 이제 막 아랫잎을 정리하려는 청치마상추이다.



호박 구덩이를 파고 거름발효통을 심었다


땅이 단단한 논바닥을 괭이와 삽으로 파서 밭을 확장하려니 일이 더디게 진행이 된다. 이제야 겨우, 그것도 큰 작정을 하고서 호박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호박 구덩이에 도움이 되고,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킬 적당한 크기의 고무통도 3개를 사서 아래쪽에 구멍을 뚫었다. 호박이든, 수박이든 모종 사이에 들어가도록 하나씩 배치를 했다. 애플수박은 작년엔 줄기를 공중으로 유인해서 키워봤는데 올해는 자리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올해는 잡초가 자라는 빈 공간에 밭흙을 복토하고 비닐하우스 프레임으로 큰 터널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밭흙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유난히 경주에는 언제부터인가 밭흙도, 마사도 구하기 힘들고 값도 엄청나게 비싸다. 아직 그게 진행이 되질 않다 보니 넝쿨들을 올릴 마땅한 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다. 관행농법을 하는 이들은 아무 공간에서나 호박을 척척 잘도 키운다. 하지만, 무성한 잡초 사이로 호박이나 수박을 키우는 것이 초보농부에게는 관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서 넝쿨들은 공중에 띄워서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이게 초기에 약간의 설치물을 준비해야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물론 이후에는 공중에 띄워서 키우는 것이 관리에 훨씬 편하다.


하여튼...

이번에는 작년에 매리골드를 키우기 위해서 계단식으로 땅에 깔아놓은 나무팔레트 위로 줄기를 유인하는 방식으로 키워 보기로 했다. 나무팔레트로 간격을 일정하게 해서 매리골드를 키워보니 보기는 좋았는데, 작년에 그 매리골드는 차로 만들지를 못했다. 생각보다 꽃의 성장세가 좋지 않아서 그냥 꽃만 보고 모두 보내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는 그 공간에 맷돌호박과 애플수박을 키워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호박은 물 빠짐이 좋아야 된다는데, 물이 고이는 논땅이어서 할 수 없이 구덩이를 깊이 파서 부드러운 흙을 채웠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있다. 구덩이가 크도 비가 많이 오게 되면 아무래도 물 빠짐이 원활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다. 작년에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 난데없이 호박이 올라온 적도 있다. 물론 늦게 올라와서 작은 호박 하나 정도만 따고 겨울이 와버렸지만, 그걸 믿고 올해는 이 방식으로 일단 시도를 해보기로 한다. 늦어도 내년까지는 넝쿨들을 위한 터널이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올해는 대안으로 시도해 보는 차원에서이다.




꽃보다는 상추!


지금은 오글오글 자라나는 꽃상추가 가장 맛있는 시기이다. 보기에도 좋다. 이렇게 모여 있으면 왜 이름이 꽃상추인지 실감을 할 수 있다. 직접 재배한 꽃상추는 이 시기에는 잎이 적당히 아삭하면서도 야들야들한 느낌이어서 식감이 가장 좋다.






지금은 역시 분홍꽃이 대세이다.

이 꽃은 낮달맞이꽃과 비슷한데, 크기가 작다. 그동안 이름을 확인하지 못해서 그냥 '새끼달맞이꽃'이라고 불렀는데, 최근에 확인을 해보니 '분홍애기달맞이꽃'이란다. 달맞이꽃은 노란색, 낮달맞이꽃은 분홍색, 그래서 요만한 크기의 노란색 달맞이꽃은 '애기달맞이꽃'이라고 하고, 분홍색의 작은 달맞이꽃은 '본홍애기달맞이꽃'이라고 한다. 이게 정식 명칭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그렇게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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