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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고작가 Jun 27. 2020

라흐마니노프 왈 "말하는 대로 되리라!"


누구나 한 번쯤은 살면서 큰 실패를 맛본다. 어떤 이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실패한 채로 좌절하며 살아간다.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는 전자에 속한다.   

   

유복한 집안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는 피아노에 일찍이 두각을 드러냈다. 9살에 차이코프스키가 졸업한 페테르스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했고 그 후에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악 교육기관, 모스크바 음악원으로 옮겨 유명 작곡가들 밑에서 작곡법을 배웠다.      


타고난 영재성에 뛰어난 스승, 거기에 노력까지 더해지니 실력은 나날이 발전했다. 19세에 졸업작품으로 작곡한 오페라 '알레코(Aleko)'가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러시아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는 차이코프스키의 공연에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허나 너무 일찍 성공을 맛본 만큼, 실패 역시 너무나도 빨리 그를 찾아왔다. 25살 때 발표한 첫 번째 교향곡이 악평을 받은 것이다. 세자르 큐이라는 러시아의 작곡가는 라흐마니노프의 초연을 듣고"이집트의 10가지 재앙을 묘사한 것 같다"며 "지옥의 음악학교에서나 칭송받을 음악일 것이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냥 별로라고 하면 될 것을... 비난을 너무 구체적이고, 또 창의적으로 했다. 나 같으면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당시 라흐마니노프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잔인한 혹평들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그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작곡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고, 항상 실력이 뛰어나다는 칭찬만 들어왔기 때문에 비난에 익숙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향한 거리낌 없는 악평에 이렇게 말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부러져버렸다. 여러 시간 스스로 질문하고 또 회의해본 결과, 나는 작곡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뿌리 깊은 무감각이 날 점령해 버렸다. 나는 낮 시간의 절반 이상을 침대에 누워 파괴되어 버린 내 생애를 한탄하면서 보내고 있다”     


맴찢이란 말은 정말이지 이럴 때 써야 하는 게 아닐까? 단 세 줄 안에 절망의 나락에 빠진 라흐마니노프의 마음이 너무나도 잘 묘사되어 있는데 당시 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안 형편도 어려워 월세도 못 낼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에게 마음을 치유받고자 찾아갔다가 대차게 까이기까지 했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 라흐마니노프는 결국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그 탓에 그렇게 좋아하던 피아노와 작곡을 거의 한동안 등한시했다고 하니, 이만하면 음악을 아예 그만둬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허나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을 포기하는 대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우울증 치료와 최면술을 받기 시작한다. 그를 치료한 정신과 의사는 자신감 회복을 위해 "당신은 새로운 협주곡을 씁니다. 그 협주곡은 대성공을 하게 됩니다."라고 읊조리며 끊임없이 라흐마니노프에게 용기를 주었다.      


최면이 정말로 효과를 발휘한 걸까?

치료를 받은 라흐마니노프는 다시 작곡을 시작하게 되고, 그로부터 3년 후 발표한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심지어 이 곡은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와 광고 음악으로 쓰이며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Mlq-hOIoc

조성진이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대한민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스타, 조성진을 비롯해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고 싶어 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난 이 곡의 탄생이 말이 가진 힘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믿는다.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한 의사가 그에게 새로운 협주곡을 쓸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또 그 협주곡이 성공할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이 곡을 발표한 이후에도 새로 선보이는 곡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이미 최면치료의 효과를 본 라흐마니노프가 끊임없이 성공에 대한 자기 암시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만하면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어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나도 평소 '재수 없다'/'짜증나 죽겠다' 이런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곤 하는데 앞으로는 '난 잘할 수 있어'/'난 최고야'라고 습관적으로 말해야겠다. 왜냐면 나도 성공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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