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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고작가 Aug 21. 2021

노벨이 노벨상을 만든 이유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허나, 그가 왜 이런 화학무기를 만들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누군가는 노벨이 전쟁을 계획하는 에게 사주를 받거나, 노벨 자신이 무언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세상에 없던 폭약을 만들었을 거라 말할지도 모른다.


노벨의 아버지, 임마누엘 노벨은 군에 기뢰와 지뢰를 개발, 생산해 납품하는 발명가이자 화학공장의 주인이었다. 노벨과 그의 형제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도와 공장에서 일을 했고, 각종 전쟁무기나 폭약에 관련된 것들이라면 그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노벨의 아버지도 자신의 길을 따라주는 아들들이 고마웠을 것이다.


허나, 전쟁에 필요한 각종 무기를 만드는 곳이니 만큼 결코 안전하다 말할 수 없었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야 만다. 폭약을 생산하던 중, 공장이 폭파되어 일하던 근로자는 물론 노벨의 동생까지 한순간에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임마누엘 노벨은 연이은 사업실패로 힘든 시간을 겪다가 전쟁에 필요한 화학무기를 만들면서 힘겹게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였다. 자식을 먹여 살리게 해준 화학무기가 자식의 생명을 앗아가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 것인데 그 충격 때문에 뇌졸증으로 쓰러지고 더 이상 공장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노벨은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 기존의 화약보다 더 안전하면서도 위력적인 폭약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기존의 폭약은 자극에 예민해 쉽게 폭발하였고, 그로 인해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모든 발명엔 수천 번, 아니 수만 번의 실패가 뒤따른다. 노벨의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폭약의 주요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이 굳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액체인데 어떤 이유로 굳게 되었을까 확인해보니 정답은 용기 주변에 있던 규조토였다. 흡수력이 뛰어난 규조토가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수한 것이다. 노벨은 이같은 원리를 이용해 안전하면서도 단단한 고체형태의 폭약,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노벨은 쉽게 폭발하지 않는 다이너마이트의 성질이 건축, 광산개발 등에 쓰인다면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만든 폭약은 전쟁터에서 대량 살상무기로 쓰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노벨의 죄책감도 커져만 갔다. 이미 그가 살고 있는 스웨덴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에 공장이 추가로 세워지고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후에야 자신이 발명한 것이 인류에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하고 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아마 처음에 돈을 벌 때는 좋다고 여기저기에 팔다가 나중에 사람들이 하도 많이 죽으니 죄의식을 느꼈던 것 같은데 마음의 짐 때문인지, 인류를 위해서인지 그건 모르겠으나 자신의 유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한다. 그리고 인류에게 공헌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을 만들라는 유언장을 남기고 1896년 12월, 숨을 거두었다.


노벨의 유언대로 얼마 후, 노벨재단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매년 각 분야에서 크게 공헌한 인물을 선정해 노벨상을 수여한다. 개인이 받는 상금만 10억 원이라고 하는데 노벨이 남긴 유산은 지금 가치로 따져도 40억 원에 불과하다. 대체 100년 넘는 기간 동안 매년, 큰돈의 상금을 어떻게 마련한 걸까?


답은 노벨재단의 재테크 능력에 있다. 노벨은 유언장에 자신의 재산을 '안전한 유가증권에 투자하라'고 적었고, 운영진들은 지금까지도 투자를 통해 매년 지출되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상금을 마련하고 있다. 40억으로 120년 간 수천 명의 수상자에게 10억 원씩 지급한 걸 보면 노벨재단의 투자 안목이 꽤나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 노벨은 자신의 유언이 120년이나 흐른 지금에도 잘 지켜지는 걸 보며 굉장히 뿌듯해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많은 사람을 죽게했다는 죄책감에서 조금은 벗어나지 않았을까? 노벨이 노벨상을 만든 건 참으로 잘한 일인 것 같다. 안 그랬으면 노벨은 지금 쯤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폭약 발명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을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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