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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환 Sep 13. 2021

#7. 검찰 권한의 확대

 앞서 말했듯 검찰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두각을 나타낸 조직이다. 검찰은 이승부 정부 초기 현직 장관을 수사하면서 정권에 위험한 조직이라는 인상을 줬고, 그 이후로는 정권의 철저한 통제 대상에 들어간다. 이승만 대통령은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갈아치우면서 말 잘 듣는 검찰을 길들였다. 검찰은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반공 사건을 주로 다뤘고,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보기관과 경찰에 줄곧 밀린 2류 권력기관이었다. 조작과 고문을 자행하던 정보기관과 경찰이 1987년 민주화 이후 힘이 떨어졌고, 검찰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 이후는 계속 검찰은 행정부 내에서 역할을 확대해 나갔다.     

 민주화 이후 검찰은 권력의 핵심부를 장악해 갔다. 노태우 대통령 부인의 고종사촌 동생으로 검사 출신인 박철언 씨는 노 대통령 당선 이후 제6공화국의 황태자로 불렸다. 이 때부터 검찰 출신들은 보수 정당 역사에서 군 출신을 서서히 밀어내고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김기춘, 강재섭, 박희태 등 검사 출신들은 노태우 정부에 이어 김영삼 정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홍준표, 안상수, 장윤석, 권영세, 원희룡, 최병국 등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전성기를 누린다. 김기춘, 강재섭, 박희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전·현직 검사들은 보수 정권 시절 새로운 피 역할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 법무부 장관, 김진모 민정2비서관과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은 정권 실세라는 말을 들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정홍원, 안대희, 황교안 등 검사 출신들이 국무총리에 잇따라 지명되는 등 검사 출신이 특히 중용됐다. 국가정보원에도 검사 출신들이 고위직을 자주 맡았다. 검사 출신들이 위력을 보이면서 검찰의 위상도 날로 높아졌다.     

 검찰의 지위가 높아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검사장 숫자 증가다. 검사장은 정부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관용차와 운전기사 등이 제공된다. 법무부와 검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행정부 부처에는 차관급은 한 자리 숫자다. 그런데 검찰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사람이 50명이 넘는다. 1980년대에 35명에 불과했던 검사장급 인사는 2009년에는 54명까지 늘어난다. 심지어 검찰개혁을 주장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 숫자는 늘어갔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후 검찰에 대한 견제 움직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으로 검사장 숫자가 다소 줄어든다.

 검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요한 사건은 모두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인식도 굳어졌다. 6공화국 이후 전 정권 비리든 살아있는 권력 비리든 모든 수사는 검찰 몫이었다.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도 모두 검찰이 수사했다. 정권이 힘이 셀 때 하명수사도 검찰에게 줬다. 현 여권도 사건을 고발할 때 경찰이 아닌 검찰로 가져갔다. 검찰로 중요한 사건이 집중되면서 검찰은 정권의 하수인이 되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정권을 흔들 수도 있는 지위를 점점 획득해 갔다.

 검찰총장도 과거보다 존재감이 커졌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처음으로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실시된다.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출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다루는 사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검찰총장도 주요 권력자가 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이 원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이 오자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에 충분히 맞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극한의 충돌을 보여줬다. 이 때 검찰 인사의 완전 독립 주장까지 나왔다. 대통령이 아예 검찰 인사권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독립된 사법부에도 대법원장에게 완전한 인사권을 주지 않는 것을 봤을 때 이는 이치에 맞지 않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인사를 할 수 있지만, 대법관 인사는 제청권을 가지고 있을 뿐 임명은 대통령이 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부의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임명권까지 준다면 대법원장의 인사 전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검찰 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검찰총장을 배출한 특정 인맥이 요직을 장악하는 것도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행정부의 실질적 기능에서도 검찰은 권한을 확대했다. 행정부 내에 검사 파견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 다른 권력기관은 물론 금융감독기관, 지방자치단체, 외교 공관 등에도 검사들이 파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각 기관에 파견된 검사들은 검찰의 정보요원 역할도 했다. 마음먹으면 검찰이 행정부 대부분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과언이 아니다. 조국 사태 이후 법무부의 개혁 조치 중 하나로 파견 검사 축소가 나왔던 것은 이러한 맥락이 있다.

 검찰은 수사 지휘를 이용해 권한을 키우기도 했다. 언론 매체를 접하다 보면 '특사경'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별사법경찰'의 준말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는 검사와 사법경찰관리만 할 수 있다. 즉 검찰과 경찰만 압수수색 등 강제 권한을 행사해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를 할 수 있다. 일반 공무원 중에도 특사경을 지정해 수사권을 줄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는 '삼림, 해사, 전매, 세무, 군수사기관 기타 특별한 사항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의 범위는 법률로써 정한다'고 돼 있다. 즉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특사경을 만들어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특사경 제도는 검찰의 영향력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 특사경은 대표적으로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에 있다. 식품, 위생, 밀수 등의 수사를 이들 기관에서 한다.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조직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검사들이 각 행정부 곳곳으로 파견을 나갔다. 특사경 제도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이고 그만큼 검사의 지휘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검사의 지휘를 받는 기관들이 많아지면서 검사들의 공직 수명도 연장됐다. 검사들은 임관이 되면 대부분이 검사장 승진을 목표로 하는데 예전에는 이 경쟁에서 탈락하면 대부분의 검사들이 옷을 벗거나 한직인 고검 검사로 갔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해도 갈 곳이 있다. 승진에서 탈락한 검사들이 제일 선호하는 근무처는 지자체로 알려져 있다. 지자체에서 모든 특사경 업무를 총괄하고 지도하면 검사장이 된 것 못지않다. 이 같은 현상은 요즘 들어 서초동 변호사 시장이 예전 같은 호황은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지휘할 대상을 넓히기 위해 다른 기관에 특사경 권한을 가지라고 권하기도 했다. 대부분 기관은 강제 수사권을 주면 환영한다. 그런데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기 위해 수사권을 절대 거부하는 조직이 있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는 과거 검찰이 여러 차례 수사권을 가지라고 권했지만, 거부했다고 한다. 절대 검찰 지휘는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검사 파견은 이런 외부기관 파견뿐 아니라 내부기관 파견도 있다. 검찰 조직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되다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가 파견으로 많은 부분을 채우는 조직이었다. 중앙수사부장, 수사기획관, 중수 1, 2과가 있지만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면 전국에서 상당 수의 검사를 파견 받았다. 그래서 중수부는 예비군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수부가 없어지면서 검사를 마음껏 파견받는 시스템은 사라진 듯 보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이 주요 수사마다 검사들을 대거 파견을 받았다. 이에 대한 제동은 거의 없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서도 관련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검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과거 중수부가 그랬던 것처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특별한 조직이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은 중수부가 있던 시절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검찰의 감독기관인 법무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검찰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요 실·국 간부, 핵심 자리는 모두 검사들이 차지했었다. 법무부에는 검찰 관련 업무 외에도 범죄예방, 정부 입법, 국가 송무, 출입국 관리, 교정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검찰국 외에는 검사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법무부의 일부 실·국장 자리에 검사들을 배제하고 외부 전문가들 임명하기 시작했다.     

 제도 설계 자체부터 큰 권한을 가지고 있던 검찰은 권위주의 시절 그 권한에 맞는 역할을 가지지 못했지만, 민주화 이후 그 힘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한다. 검사들이 권력의 중심, 입법부 등으로 권한을 더 키워가면서 실질적 힘은 더 커지기 시작했다. 20년 이상 몸집과 위력을 모두 키운 검찰에 반작용이 생겼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시절에 대검 중수부 폐지되고, 검사장 숫자도 줄었다. 그러나 그 때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후반으로 갈수록 검사 출신 인사들에게 더 기댔다.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는 비대해진 검찰의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정권이 출범되자마자 검사장 숫자를 줄였다. 과거 고검장급이었던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사장급으로 낮췄고, 검사장급이었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름에 맞게 차장검사 급으로 내려간다. 법무부 주요 보직에 검사가 아닌 사람들을 임명한다. 법무실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의 보직은 외부 변호사나 관련 전문가로 채워졌다. 검찰 제도 설계 변경도 시도된다.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문제도 꾸준히 시도된다. 하지만 검찰 내·외부 파견 문제, 특수부 검사에 대한 지나친 우대 등은 정권 초 개혁 분위기 속에서도 뒤로 미뤄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이후 파견 등은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고, 특정 인맥이 모든 요직을 장악했다. 윤 지검장과 그 주변의 검사들을 매우 신뢰한다는 인상을 줬고, 정권이 원하는 적폐청산 수사는 검찰로 더 쏠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는 여권 내에서 급한 과제로 인식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부작용도 낳았다. 철저하지 못한 개혁은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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