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17화. 휘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2022년 12월 8일 저녁 잠들기 전에 가슴이 벌렁거렸다. 잔잔했던 마음에 큰 파도가 쳤다. 그래서 안 먹고 버티던 공황 응급약을 3주 만에 먹었다. 2주 전에는 두통이 심하게 왔었다. 얼음주머니로 머리를 식히고 가벼운 산책으로 해결해 보려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 후에 자고 일어나니 조금 괜찮아졌다.
정신과에 방문해서 의사 선생님에게 두통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두통이 있던 날이 평소보다 힘들었는지 물으셨다. 생각해 보니 그날은 심리상담소와 일러스트 학원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복습하다가 머리가 아팠다. 학원을 끝내고 집에 왔는데 또 머리가 아픈 거였다.
나는 이때쯤 일러스트 수업을 받고 남는 시간에 미술관을 방문했다. 집에 들어와서는 예술 서적을 읽었고 상담 선생님이 추천한 '그릿' 책을 읽었다. 몸과 마음이 회복이 되지 않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 몸이 부담이 온 것이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거라 생각했고 나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일러스트 복습을 마저 끝내고 계획했던 책은 읽지 않았다.
남는 시간에 머리 비우고 볼 수 있는 환승연애 2를 봤다. 연애 예능에서 하트 시그널을 가장 재밌게 봤었는데 환승연애 1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중도 하차했다. 하트 시그널만큼 재밌는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는데 환승연애 2가 인기를 끌었다 해서 관심이 가 보게 됐다. 너무 재밌게 보면서 4화까지 보다가 잠이 졸려 불을 끄고 누웠다.
즐거운 시간이 끝나니 고요한 시간이 찾아왔다. 고요한 시간에 있는 나는 불안했다. 예능을 보면서 놀고 있는 나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출연자들이 젊은 나이에 멋있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게 비교되면서 부러웠다. 나도 멋진 사람인데, 멋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해서 아쉬웠다.
최근에 타로, 사주 본 것도 생각이 났다. "2022년, 2023년까지 힘드실 거예요." 그 당시 2022년 힘들어서 갔는데 올해는 힘든 게 아니고 진짜 역경은 내년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내년부터 독립생활인데 힘들다고 하니 두려웠다.
매를 맞을 때도 맞기 전이 두렵다. 막상 매를 맞으면 맞을만하다. 나는 하루빨리 힘든 걸 맞이하고 싶다.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의 마음에 파도가 휘몰아쳤고 견디지 못해 공황 약을 먹고 잠을 잤다. 이때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시간이 지나면 이 거센 파도 또한 지나갈 거야."
몸과 마음이 좋은 날도 있으면 좋지 않은 날도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이 좋지 않을 때 오늘과 같이 기록하면 된다고 나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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