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현 Mar 13. 2024

19화. 나의 안식처이자 작업 공간

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19화. 나의 안식처이자 작업 공간


본가에 있는 나의 물품들을 자취방으로 모두 옮겼다. 나만의 공간이 있는 게 좋았고 여기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기뻐하는 나와 달리 엄마는 섭섭해하고 서운해하셨다. 그 당시 12월이었는데 엄마는 따뜻한 봄이 되면 나가라고 말씀하셨다. 엄마에게 상처받았던 나는 최대한 빠르게 나가겠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엄마의 마음을 알고 나니 내 마음도 약해졌다. 짐을 다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본가에서 보내고 월요일에 가겠다고 했다. 자취방으로 가기 전까지 본가에서 3일 정도 보냈는데 특별히 할 게 없었다. 할 게 없다 보니 불안하고 무기력했다.


본가에서 마지막 저녁은 슬펐다. 부모님에게 보호와 사랑을 받아왔지만 나 또한 연로하신 부모님을 보호했고 사랑했다. 전자기기가 고장나거나 IT, 투자에 관해 물어보실 때 발 벗고 도와드리며 알려드렸다. 이제는 옆에서 못하니 나 없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자식과 대화하면 치매에 도움 되고 더 젊게 살 수 있는데 이제는 그런 자식이 되지 못해 슬펐다.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고 월요일이 되자 나는 본가를 떠났다.




자취방에 가는 길은 설렜다. 자취방에서 첫날은 적응이 안 돼 어색했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잘 못 드는 데 이날도 어김없이 잠이 안 왔다. 잠이 오지 않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나의 미래와 부모님이 걱정됐다.


이튿날부터 가구와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했다. 식료품을 사 왔고 스스로 집 밥을 해 먹었다. 삼 일째 되는 날 소파와 책상, 매트리스가 왔고 바닥이 아닌 책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독립하면 수면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본가와 다르지 않게 편히 잠드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부모님 눈치 없이 지내는 게 마음 편하고 좋았다. 일주일 정도 되니 사람 사는 집 같았고 적응도 됐다.


그리고 경제 활동을 위해 준비했다. 기초 일러스트 한 달 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로고 디자인에 도전하고 싶었다.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일인 거 같아 시작했다.



이전 18화 18화. 보증금 1,000만 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