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18화. 보증금 1,000만 원
공황 장애로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게 힘들었다. 부모님과 독립하고 싶었지만 투자로 돈을 날려서 한 푼도 없었다. 역설적으로 부모님과 독립에 부모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부모님이 좋게 보실 이유가 없었으며 도움을 주지 않아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에 들어온 아빠에게 독립하고 싶다고 정중히 말했다. 아빠는 내가 상관할 건 아니라며 엄마에게 이야기 하라고 했다. 독립에 목숨이 달려있다고 생각한 나는 물러서지 않고 세게 나갔다.
나는 폭발했다.
의자를 바닥에 힘껏 집어던지면서 화를 내고 울면서 아파서 죽겠으니 독립시켜 달라고 떼를 썼다. 인제야 아빠는 심각성을 인지하셨고 나를 진정시켜 줬다. 시간이 지나 엄마가 들어오셨고 엄마에게도 독립시켜 달라 말을 했다. 엄마는 말로써는 알겠다고 했다.
이후 내가 먼저 연희동 월세방을 알아본 뒤에 엄마에게 말했다. 보증금은 1,000만 원이었다. 계약금 50만 원 정도는 내가 낼 수 있었지만 잔금 950만 원은 도움이 필요했다.
엄마는 집을 확인하고 싶어 하셨다. 엄마 혼자서 자취방을 보러 가겠단 말에 같이 갔다.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잔금을 보내지 않을까 두려웠다. 집을 세일즈 하기 위해 따라갔다.
집을 보러 간 날 비가 왔고 저녁이었다. 우중충하고 어두운 집을 본 엄마는 결국 집을 안 좋게 봤다. 안양 사무실에서 잔금을 보내주겠다고 했고 서울 신촌에서 경기도 안양까지 갔다. 안양에 있는 엄마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잔금은 의왕인 집에서 보내주겠다며 회피했다.
차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고 엄마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빠와 같이 또 물러서면 안될 거라 생각했고 나는 확답이 필요했다.
엄마 앞에서도 폭발했다.
엄마는 이런 나를 두고서도 굽히지 않으셨다. 나에게 표현이 과하지 않냐고 나를 탓했다. 자식을 공황까지 내몰고 간 본인이 죄책감이나 미안함도 없는 모습에 미쳐버릴 거 같았다. 결국 나는 엄마에게 실망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너무나 서러웠고 아빠에게 안기면서 엉엉 울었다.
나의 눈물을 보자 엄마는 놀라셨고 그제야 잔금을 보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