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실, 희망보다 현재
독립하기 전까지 본가와 가까운 안양에서 심리 상담을 받았다. 나는 심리 상담사님에게 끈기가 부족한 게 나의 약점이고 이를 극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투자 소모임을 중도하차 했으며 회계사 공부를 했지만, 시험도 치르지 않고 포기했다. 금융권 취업 준비도 몇 번의 탈락으로 접게 됐다.(4화, 8화, 9화 참조)
나는 심리 상담에서도 내면의 결핍을 치유하는 것보다 약점을 보완하여 나를 발전시키려고 애썼다. 위의 활동들로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지쳤던 난 엄마에게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었다. 격려를 받으면 지속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가장 친밀한 엄마에게 나의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나도 힘들어. 너는 너무 나약해."라고 말했다.
그 당시에는 엄마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심리상담을 통해 엄마 말에 상처받았다는 걸 인지했다. 나는 나약하지 않은데, 나는 나 스스로 잘 해내는 존재라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도 엄마에게 힘든 이야기를 잘 안 한다.
엄마에게 위로와 지지를 못 받아 결핍이 컸고 이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이전에 싸웠던 형에게 엄마에게 못 받은 무조건적인 위로와 지지를 원했다. 친구 관계에서 위로와 지지를 쉽게 받을 수 없었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자 나는 형에게 화를 냈다. (10화 아픔 속에서 참조)
나는 인간관계에서도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지 못했다. 대학교 학우들과 관계를 맺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면 관계를 이어가지 않고 과감하게 쳐냈다. 나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 나와 공감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선배 누나와 선배 형에게만 신뢰가 갔던 것이 그 이유였다. (5,6,7화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