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19화. 나의 안식처이자 작업 공간
본가에 있는 나의 물품들을 자취방으로 모두 옮겼다. 나만의 공간이 있는 게 좋았고 여기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기뻐하는 나와 달리 엄마는 섭섭해하고 서운해하셨다. 그 당시 12월이었는데 엄마는 따뜻한 봄이 되면 나가라고 말씀하셨다. 엄마에게 상처받았던 나는 최대한 빠르게 나가겠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엄마의 마음을 알고 나니 내 마음도 약해졌다. 짐을 다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본가에서 보내고 월요일에 가겠다고 했다. 자취방으로 가기 전까지 본가에서 3일 정도 보냈는데 특별히 할 게 없었다. 할 게 없다 보니 불안하고 무기력했다.
본가에서 마지막 저녁은 슬펐다. 부모님에게 보호와 사랑을 받아왔지만 나 또한 연로하신 부모님을 보호했고 사랑했다. 전자기기가 고장나거나 IT, 투자에 관해 물어보실 때 발 벗고 도와드리며 알려드렸다. 이제는 옆에서 못하니 나 없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자식과 대화하면 치매에 도움 되고 더 젊게 살 수 있는데 이제는 그런 자식이 되지 못해 슬펐다.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고 월요일이 되자 나는 본가를 떠났다.
자취방에 가는 길은 설렜다. 자취방에서 첫날은 적응이 안 돼 어색했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잘 못 드는 데 이날도 어김없이 잠이 안 왔다. 잠이 오지 않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나의 미래와 부모님이 걱정됐다.
이튿날부터 가구와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했다. 식료품을 사 왔고 스스로 집 밥을 해 먹었다. 삼 일째 되는 날 소파와 책상, 매트리스가 왔고 바닥이 아닌 책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독립하면 수면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본가와 다르지 않게 편히 잠드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부모님 눈치 없이 지내는 게 마음 편하고 좋았다. 일주일 정도 되니 사람 사는 집 같았고 적응도 됐다.
그리고 경제 활동을 위해 준비했다. 기초 일러스트 한 달 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로고 디자인에 도전하고 싶었다.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일인 거 같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