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편의점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집에 온 나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마지막 근무는 힘들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2주 전 점장님에게 퇴사를 말한 뒤부터 출근하기 싫었다. 특히나 마지막 근무 때는 몸과 마음이 더 쇠약해졌다. 몸이 아픈 만큼 1분 1초가 길게 느껴졌다.
저녁 10시 출근 도장을 찍고 일을 시작했다. 내 일을 끝내고 숨을 돌리니 새벽 1시였다. 가장 바쁜 시간대가 지나니 한가해졌다. 퇴근까지 7시간 남았다. 7시간을 한꺼번에 기다리자니 힘들어 1시간의 목표를 세웠다. 어떻게든 2시간을 보냈지만, 새벽 3시에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버틸 수 없었다. 힘든 상황에서 종종 글을 쓰곤 하는데 이때도 핸드폰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은 순식간에 써졌고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그 이웃들의 '좋아요'를 받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고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다시 정신을 차렸다. 충전된 에너지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오전 7시. 퇴근까지 1시간을 남겨 두게 됐다.
출근한 GS 직원에게 퇴직안을 제출하고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전 스타벅스에서는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이번 편의점에서는 잘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컸다. 운이 좋게도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 좋은 동료 덕분에 6개월이라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나를 챙겨줘서 고마웠고 재밌고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동료들이 종종 생각날 거 같다.
근무를 끝내고 집에 왔을 당시에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1년 근무 후 퇴사라는 나만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건강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다시 인간관계를 맺을 때 백수인 나를 소개하는 게 위축됐다. 인간관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때는 오로지 휴식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휴식하면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나는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