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현 May 17. 2024

38화. 나의 공간

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재

38화. 나의 공간


20살이 돼서 내 방이 생겼다. 21살에는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 다녀 기숙사나 원룸에서 자취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사니 좋았다.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맞았다. 부모님은 걱정하셨고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 학점을 챙겼다. 챙기는 와중에 나에게 도움 되는 과목을 신청했다. 금융과 창업 관련 과목을 수강했다. 시간이 남는 대로 공모전까지 참가했다. 최선을 다하며 학기를 다녔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본가로 들어온 나는 쉬고 싶었다.


그러나 본가는 나의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엄마는 쉬고 있는 날 가만두지 않으셨다. 방학 동안에도 열심히 살라고 압박하셨다. 학기 동안 열심히 살았던 내 노력이 물거품 되는 기분이었다. 엄마의 압박이 부담된다는 내 의사를 표현해도 반복됐다. 더욱 화가 나는 건 아빠에게 이런 엄마를 멈춰달라고 했지만 아빠 역시 내 의견을 묵살했다.


그 당시 나는 학기 중에 물리적인 독립을 잠깐 했지만 본가에 다시 돌아온 나는 정신적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엄마의 압박에도 흔들렸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나는 내 욕구를 표출하는 것보다 가족들의 눈치를 많이 봐왔다.


가정환경이 어려워 내 방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두 누나의 사춘기까지 맞닥뜨렸다. 내 방이 없던 집에서 싸우는 게 보였고 우는 소리까지 내 귀로 들렸다.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두려웠지만 표현하지 못했다. 나까지 문제 삼으면 부모님이 힘들었을 것이고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경제적인 문제가 원인이라 생각했다. 우리 집안의 책임을 내가 짊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중학생이 돼도 사춘기 없이 엄마가 시킨 사교육을 20살까지 반항 없이 받았다. 하지만 나의 노력보다 작은 누나가 먼저 결혼으로 분가하게 되면서 우리 집은 안정을 갖추게 됐다. 이때부터 내 방이 생겼다.


내 방이 생기고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 시작하니 나의 자아가 나왔다. 그때부터 반항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고 20살이 돼서 인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전 07화 37화. 마지막 근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