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희망보다 현실
산책하는 데 가슴이 조여왔다. 또 공황이 찾아온 것이다. 안타깝게도 응급약은 집에 있었다. 햇빛을 받고 산책하는데도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내 힘든 상황의 모든 원인은 부모님 탓으로 생각했다. 부모님에게 화가 났고 주체할 수 없었다. 이러다 내가 미쳐버릴 거 같았고 이성의 끈을 놓으면 큰일을 저지를 거 같았다.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올까 봐 두려웠다.
그때의 나는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건강이 좋지 않았고 일할 수 없었다. 이전과 같이 엄마가 계속 일에 대한 압박을 주실까 봐 걱정됐다. 6개월을 쉬어야 건강이 회복되는데 기다려주지 못하실 거 같았다. 그리고 현재 내 경제적인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었다. 엄마도, 경제적인 상황도 좋지 못했다.
일단은 엄마에게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설득해야 했다. 그래야 엄마도, 나도 살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이 힘드니 시간을 더 달라고 이야기하려고 굳게 마음먹었다. 식당에서 순대국밥을 먹고 정신을 차렸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년 공황보다 지금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말했다. 엄마의 목소리가 안 좋아졌고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심리상담에서 찾았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어려서부터 나 스스로 감정을 억압해 왔고 이런 습관이 성인까지 고착됐고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올해는 쉬고 싶고 내년에도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난생처음으로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들이었지만 여린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키우려다가 어린 내가 마음에 상처를 입은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서는 엄마 자신을 잊으며 편하게 살라고 하셨다. 이제는 압박을 안 할 테니 건강하게 사는 데에 집중하라고 말하셨다.
이런 엄마가 어색했다. 한 달 후에 다시 엄마가 돌변하면서 일에 대한 압박을 다시 주실 거 같았다. 나는 이제 정말 쉬어도 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