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북은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첫 문장의 힘, 시점의 힘, 묘사의 힘, 퇴고의 힘)의 내용에 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결합하여 쓴 글입니다. 그러므로 작법에 대한 이론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초고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퇴고의 힘'에서는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쓰면 된다고 말합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인물이 등장할지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초고의 목표는 글을 씀으로써 내가 쓰고 있는 글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러합니다. 단편, 중편, 초단편을 집필해 봤는데요. 장르의 길이와 상관없이 일단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만든 이야기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습니다. 대강의 줄거리나 장면을 정하고 시작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 스스로 갇혀 버리는 건 좋지 않습니다. 초고가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 즉 여지를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그럼 초고 스스로 생명력을 얻고 꿈틀거리기 시작할 겁니다.
초고 쓰기에 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에 1쪽이든 2~3쪽이든 쓸 분량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죠. 어떤 이들은 몰입하여 짧은 시간 안에 초고를 완성해내기도 합니다. 그건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텐데요. 저 같은 경우는 오로지 글만 쓸 수는 없기에 조금씩 매일 꾸준히 씁니다. 초단편소설을 매주 1 작품씩 완성시키고 있으므로 초고 자체는 하루나 이틀에 완성하고 (A4 3장~4장) 나머지 시간엔 반복적으로 퇴고를 합니다.
완벽한 글이나 과도한 분량에 대한 목표는 심리적으로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린웰은 자신의 글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나서야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글을 계속 쓰기 위해선 내 글이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자신을 속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죠. 쓰고 나서 엉망이라면 나만 보고 말지! 라며 마음 편하게 생각하라고 합니다.(잠자는 컴퓨터 안의 소설들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자산이니까요.) 그러고 나서 묵묵히 그냥 쓰는 것입니다. 쓰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끝'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가제가 있으면 글을 써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소설을 쓰든 에세이를 쓰든 제목을 먼저 붙입니다. '가제'를 붙이는 것이죠. 지금 이 글에도 이미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제목은 글을 쓸 때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나침반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근데 소설의 경우 다 쓰고 나서 제목을 바꾸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제목을 붙이는 행위는 내가 쓰는 글에 존재감을 부여해 줍니다. 이름 모를 들꽃도 이름을 알고 나면 특별한 존재로 느껴지듯 글도 그러합니다. 가제라도 붙이고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의미를 부여한 존재에게 계속해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하므로 지속적인 글쓰기 및 초고 완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브런치의 경우 연재북이 그런 의미일 것 같습니다. 매거진에 임의로 글을 올리는 것보다 연재북에 제목(가제)을 붙이고 글을 쓸 때 훨씬 책임감과 애정이 커지지요. 그러므로 초고를 완성시킬 확률도 높아집니다.
소설이나 글을 쓰다 보면 벽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생각이 닫혀 버리는 순간이 오는 것이죠. 영감이 떨어지면 속된 말로 미쳐버릴 것 같아집니다.
루시 코린은 말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는 당신이 지금 만들고 있는 이야기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야기는 언제나 작가인 당신보다 똑똑하다. 모든 이야기에는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스스로 움직이며 완성되어 가는 면이 있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때는 지금까지 써놓은 내용을 보고 거기에서 새롭게 영감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실제로 이 방법은 저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써놓은 부분을 반복적으로 읽다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이 찾아지는 것이죠. 그럼 '퇴고의 힘'에서 제시한 영감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섬 만들기>
순서대로 쓰는 게 아니라 미리 생각해 둔 장면부터 쓰는 것입니다. 자신이 생각한 최고의 이야기를 먼저 쓰는 방식입니다. 각각의 장면들은 홀로 떨어져 있는 섬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그 섬들을 이어주는 다리를 건설하면 되는 것이죠. 일단 쓰고 섬같이 흩어져 있는 장면들을 모으면 그 자체로 초고가 되기도 합니다.
<끌리는 쪽 따라가기>
지금 쓰려는 부분이 영 마음에 들지 않고 끌리지도 않는다면 가슴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대목부터 먼저 쓰는 것입니다. 작가가 즐거움, 기쁨, 환희를 느끼는 글에 독자도 똑같이 반응합니다. 지금 지나치게 쥐어짜 내고 있지는 않나요? 그럼 일단 멈추고 내가 가슴 떨리게 즐길 수 있는 대목으로 가서 쓰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문장 이끌어 가기>
드라마, 영화에서 배우들은 대화 중 '애드리브'라는 것을 합니다. 소설이나 글에서도 자신이 쓴 문장을 다시 읽고 호응하면서 즉흥적으로 새로운 장면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쓸 문장을 불러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요. 다시 말해 살짝 막히는 느낌이 들 때면 앞 문장으로 되돌아가 쓸 만한 내용을 찾아오는 것입니다.
<예상하면서 읽기>
자기가 쓴 글을 읽으면서 예상하는 것입니다. 다음 장면에서 등장인물이 할 행동은 무엇인가? 이 인물들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 소설이 어떻게 뻗어나가고 어디에서 해결될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예상하면서 자기가 쓴 글을 읽어 보세요. 지금까지 쓴 장면들이 다음 장면으로 이끌어줄 최고의 가이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써야만 할 것 같은' 장면 조심하기>
써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데 딱히 쓰고 싶지는 않은 장면이 있다면 무리해서 쓸 필요 없습니다. 직감을 따르는 게 좋습니다. 소설을 쓸 때 저도 이런 갈등 상황에 자주 부딪힙니다.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하는 법이지요. 독자에게도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도저히 쓸 자신이 없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지로 써 봤자입니다. 그냥 다른 장면을 넣으세요.
써야만 할 것 같은 장면 중 순전히 정보만 전달하는 장면은 실패하기 딱 좋다고 합니다. 독자는 멍청하지 않습니다. 사건 사이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얼른 뛰어넘고 독자가 기다리는 역동적인 장면으로 가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제가 쓰는 초단편의 경우는 분량이 적기 때문에 이 부분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장편이라면 구구절절 표현해야 할 장면들도 분량이 적은 소설에선 과감하게 치고 나가야 하는 거죠. 장면의 기능을 잘 살펴보고 영리하게 넣고 빼고 하면 좋겠습니다.
<쓰지 않은 이야기가 가르쳐주는 것>
내가 쓰고 싶은 걸 생각하지 말고 소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집중해야 합니다. 쓰지 않아도 될 것들을 골라내면서 소설은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게 됩니다. 이건 초고를 쓸 때도 퇴고를 할 때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 쓰고 나서 지워 버리는 장면들이나 표현이 꽤 많습니다. 좀 더 밀도를 높여 소설의 전개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부터 다루는 책은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퇴고의 힘(맷 벨)'입니다. 퇴고의 중요성은 말로 하기 입 아플 정도이죠. 이번 글은 초고 쓰기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초고, 개고, 퇴고에 대한 3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초고부터 퇴고까지 차례대로 살펴보면서 내 글이 작품이 되게 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설 연휴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금 밀리의 서재에서 흥미로운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밀어주리'를 해주신 분들을 추첨하여 '이노스페이스원 루나 엑스2 (LUNA X2) 6인치 이북리더기 크림 색상'을 준다고 하네요. 이벤트 해당 작품에 저의 초단편소설집 '돈 워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까지 밀어주리 하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기회에 밀어주시고 행운을 꼭 잡으시길 빕니다. 이북리더기 갖고 싶어 하는 분들께 알려 주셔도 좋고요^^ 궁금하시면 링크로 들어가 보세요!!
밀어 주리 1,000명이면 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https://short.millie.co.kr/9t57bu
이번 주 초단편소설은 '고장 난 딸'입니다. 예고편을 보시고 궁금하신 분은 링크에서 전편을 감상해 보세요. 그리고 재미있으셨다면 밀어주리 부탁드립니다!!
https://short.millie.co.kr/zrq4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