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퇴고하라. 아직 끝이 아니다.

by 소위 김하진

이 연재북은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첫 문장의 힘, 시점의 힘, 묘사의 힘, 퇴고의 힘)의 내용에 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결합하여 쓴 글입니다. 그러므로 작법에 대한 이론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끝내지 말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야기 속에 머물며 지금의 원고를 더없이 훌륭한 작품으로 탈바꿈시켜야 합니다. 하루 만에 완성되는 '명작'은 없을 겁니다. 온라인 북토크 때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퇴고는 몇 달이 아닌 몇 년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고치고 다듬어 나가다 보면 순간순간의 노력이 모여 언젠가 최고의 작품이 되는 것입니다.



모니터로 보는 원고 VS 종이로 보는 원고


대부분 컴퓨터로 원고를 쓸 겁니다. 하지만 퇴고 단계에선 종이로 출력해서 보는 게 좋습니다. 이 방법은 제가 예전에 쓴 글 '신춘문예 등단(혹은 공모전 수상)을 위해'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퇴고의 힘'이란 책에서도 역시 동일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종이 위에서는 글을 천천히 읽게 되고 단어들을 꼼꼼히 보게 됩니다. 무조건 이 방식이 맞다는 건 아니지만 종이로 하는 작업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확실합니다. 멧 벨은 말합니다. 정체되어 있거나 싫증이 나는 것 같을 때 글쓰기 도구를 바꿔보라고요. 펜과 종이를 쓰고 있었다면 노트북이나 컴퓨터로 바꿔 보고, 반대로도 바꿔 보라는 것이지요. 작업 도구를 바꾸는 건 글쓰기의 인내심을 유지하는 비결이 될 수 있습니다.



소리 내어 읽어보자


눈이 볼 수 없는 것을 귀는 듣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자기 작품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건 도움이 됩니다. 소리 내어 읽을 때는 모든 단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가능성을 귀는 알아챌 때가 있습니다. 글이 문자에서 소리로 바뀌어 나오는 것에 집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 의미에 귀를 기울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퇴고할 때 활용하면 좋습니다.


* 여기서 잠깐! 소위 김하진 작가의 Tip 전수!!

쓰기의 도구를 바꾸어 보자! 소리 내어 써 보기도 하세요!

제가 요즘 아주 재미있는 기능 하나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종일 글을 쓰는 작가들의 경우, 팔목이나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게 사실입니다. 자판을 두드리는 게 힘들 때 도움이 되는 기능 하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한강 작가님은 손가락을 못 쓰게 되었을 때 원고를 직접 불러주고 누군가에게 타이핑하게 시켰다고 들었는데요. 이 기능을 사용한다면 얼마든지 손 없이도 원고를 쓸 수 있습니다.

구글 문서에는 음성입력 기능이 있습니다. 지난번 올린 글 넘어지면 일어서는 것밖에 할 게 없다. 의 경우 이 기능을 사용하여 쓴 것입니다. 감정이 복받친 상태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싶어서 일부러 이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일단 노트북 앞에 앉아 생각이 흘러나오는 대로 혼잣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문자로 변환되어 나오면 그 초고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퇴고하는 것이죠.

또 책의 내용을 정리할 때도 유용합니다. 책에서 밑줄 친 부분을 혼자서 낭독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약간의 오타만 수정하면 될 정도로 원고의 정확도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서(폰 말고 노트북으로 하시길요!) 빈문서를 열고 상단 메뉴의 '도구' 중 '음성입력' 기능을 클릭한 후 사용하시면 됩니다. 잠시지만 자판을 두드리는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초고나 짤막한 메모, 영감 노트 작성 시 아주 유용합니다. 댓글 작성에도 활용할 수 있고요.

Google Docs


다루기 쉽게 쪼개서 보자


아무리 근사한 소리라도 모호한 표현 앞에서는 무의미해집니다. 아름다움과 명확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것이죠. 그럴 때 글을 작은 단위로 쪼개 보면 좋습니다. 한 장면, 한 문단, 한 문장을 각각 '완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 문단씩 떼어 놓은 후 문단들을 다시 연결해 긴 구절이나 장면, 혹은 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문장 단위로 쪼갤 수도 있습니다. 쓸모없는 문장을 버리고 남은 문장들만 다시 합치거나 사이사이에 새로운 문장을 써넣기도 합니다.

이렇게 과감하게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수정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장면의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 잘라내기


모든 장면의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을 잘라내라. 그 외의 부분은 신경 쓰지 말고 잘라낸 자리에만 새로운 문단을 채워 넣으라.

멧 베, 퇴고의 힘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을 쳐내고 그 장면을 다시 읽어 봅니다. 이따금 위아래를 잘라낸 것만으로도 좋아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반대로 잘라낸 부분이 꼭 필요한 대목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을 지우고 다시 쓸 때는 처음 쓸 때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장면의 의미와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쓸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저는 이런 방법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신박한 방법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초고 원고를 가지고 한 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완전히 잘라내고 다시 쓴 적은 없더라도 퇴고시 맨 앞과 뒤만 고쳐 써도 글이 확 달라지긴 합니다. 사실 소설을 퇴고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앞이나 뒤더라고요. 앞은 작품 전체의 첫인상을 좌우하고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에 아주 중요하지요. 또 끝은 감동이나 여운을 주면서 주제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고요. 퇴고하면서 앞과 뒤를 고쳐쓰거나 새로 쓰는 건 아주 유용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처럼 움직이기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장면 변환은 중요합니다. 카메라가 중구난방으로 돌아다닌다면 보는 사람도 같이 어지럽겠죠. 물론 감독이 실험적인 카메라 기법을 사용해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드러내고자 한다면 의도된 혼란이니 상관없겠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설이나 글에서 장면을 일정한 순서 없이 묘사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고 마구 뒤섞여 머릿속에 정리하거나 이해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뭘 말하려는지 알 수 없는 난해한 글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죠. 퇴고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하여 영화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듯 자연스럽게 장면을 변환하도록 합니다.



시간 전환 표시 제대로 하기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과 순서는 중요합니다. 독자가 헷갈릴만한 요소는 없는지 재차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지난 사건 이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를 나타내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시공간을 이동하는 데 독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안내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아야 합니다.

2026년, 2026년 3월에, 10년 전, 1달 후, 몇 분 후 등 단어 몇 개만 이용해도 작품 속 시공간을 분명하게 표시할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효과는 어마어마합니다.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다양한 긴장감을 맛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표현을 일일이 주목하고 곱씹으며 읽는 독자들은 없겠지만, 작품에서 시간 전환 표시가 맡은 역할은 결코 미미하지 않습니다.



다음 글에서도 계속해서 '퇴고'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일에 어머니 팔순이시라 미리 발행합니다. 행복한 봄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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