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푸른 밤

싱글맘의 육아일기-10

by malee

수진이가 좋아하는 대중가요가 하나 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들국화의 멤버였던 최성원이 부른 이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한데 나와 차 속에서 함께 듣다 보니 수진이 역시 좋아하게 됐다.


7살짜리의 애창곡이 '제주도의 푸른 밤'이라… 친구들은 내가 수진이에게 할 이야기 못할 이야기 다 한다면서 너무 아이처럼 키우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수진이와 함께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목청껏 부를 때가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인기가요 20' 같은 TV 프로그램에 좋아하는 가수라도 나오면 같이 '우와∼' 소리를 지르기도 하니, 이런 모녀를 누가 엄마와 7살 난 딸이라고 할지…

제주도는 아니지만 오레곤주 바닷가에서 바라본 일몰. 1시간은 넘게 바닷가에서 서성이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2017년 7월3일 Realto Beach Photo by malee

한 번은 수진이가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 말고 '엄마, 푸른 밤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 소원이 있는데 제주도 한번 가보고 싶어.'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하긴 그동안 우리 모녀는 어디를 여행한다거나 그런 일이 별로 없었다. 아이가 여름캠프를 가도 사촌, 이모와 함께 다녀왔고 겨울에 한번 스키장을 보내도 이렇게 저렇게 누군가에게 덤으로 보내져서 다녀오곤 했었다.


정작 엄마·아빠와 그런 곳을 다녀온 적이 없는 수진이에게 나는 정말 해준 게 별로 없는 엄마였던 것이다. 나는 바빠서 가지 못했던 여름휴가를 늦가을에 가기로 하고 수진이와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우리 가족이(?) 정말 오랜만에 떠난 여행길… 하지만 늦가을의 제주도는 살짝만 스쳐도 베일 것 같은 거센 억새풀과 그 억새풀이 바람에 스치는 서걱서걱 소리만이 들판을 가르는 삭막하고 썰렁한 여행지였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만큼은 우리 모녀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칠흑 같은 밤하늘의 별을 함께 바라보며 수진이는 '저건 아빠 별, 저 별은 엄마 별, 저건 할아버지 별…' 쉬지 않고 별에다 이름을 갖다 대기 시작했다. '엄마 저 달은 꼭 팬케이크 같이 생겼어' 오랜만에 총총한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면서 깡총거리는 수진이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흐뭇해졌다. 그리고 수진이와 나는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부르며 제주도의 밤을 만끽하였다.


'그래, 엄마와만 사는 아이라고 꼭 기죽을 필요는 없어' 그 당시에는 둘만이라도 열심히 여행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겠다고 다짐했건만…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직장생활은 늘 피곤함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더불어 이혼녀인 나로서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가 누구보다 컸기 때문이었다. 이 스트레스는 미국으로 건너와서도 여전하다.


수진이는 요즘 바다가 보고 싶다고 노래를 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미국에 건너와서 적응한답시고 여름에 바다 한번 데려가지를 않았다. 차로 30분만 달리면 그 넓다는 태평양을 만날 수 있는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말이다.


'엄마 피곤해,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돼' 늘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일부러 '너의 상황에 적응해라'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직 초등학교 1학년에 불과한 수진이가 엄마의 이런 배려(?)를 이해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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