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육아일기-12
수진이와 내가 이곳 미국으로 건너온 지 이제 8개월에 접어들었다. 이는 곧 수진이가 아빠를 만나지 못한 게 8개월이 됐다는 이야기와 같다. 하긴 한국에 있을 때에도 고작해야 한 달에 한번 아니면 두 번 정도 만났던 아빠지만 아예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어 만나지 못하게 되니 요즘은 아빠와의 이별을 조금 실감하고 있는 듯하다.
한 번은 이른 아침에 갑자기 눈을 뜨더니 '엄마, 나 꿈에서 아빠 꿈꿨어, 아빠가 미국에 와서 내가 우리 집을 구경시켜 주고 있었는데… 잠이 깨버렸네’하고는 내 품에 꼭 안겨서는 한참을 '아빠가 보고 싶다’며 중얼거리다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다시 잠에 빠진 수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나도 애 아빠와 헤어진 후, 그의 꿈을 꾼 적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한결같이 그 꿈은 학창 시절의 풋풋한 기억이나 연애할 때의 즐거웠던 추억이 아니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새벽이나 되어야 귀가하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침침한 방안… 나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 내 옆의 빈자리를 쳐다본다. 시계는 어김없이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직도 안 들어왔군’ 꿈속의 나는 잠에서 갓 깨어나 정신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그 흐릿함 속에서도 '이혼까지 하고 나서 왜 이런 쓸데없는 꿈을 꾸지’하는 비애감을 느끼며 꿈속에서 멍하니 앉아 있곤 하는 것이다.
이런 꿈을 몇 번 꾸고 나자 '단순히 힘들었던 과거가 꿈으로 나타난 걸까, 아니면 아직도 내 무의식 속에서는 그에게 집착하고 있는 걸까?’이런 고민을 하기도 했다. 결국 아빠가 보고 싶다던 수진이는 오랜만에 아빠에게 메일을 보냈다.
'아빠, 안녕하세요? 저 수진이예요. 올해 제 계획은 공부 잘하기예요. 아빠, 보고 싶으니까 24일 날에 오세요. 그때가 설날이니깐요. 저 그때 세배할게요. 아빠 사랑해! 얼마나 사랑하냐면, the earth 만큼 좋아! Good Bye!’
물론 수진이의 세배는 아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수진이에게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먼 거리인지, 그리고 여기에 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나마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한 것에 대해 별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는 수진이가 아빠마저 만날 수 없는 걸 받아들이려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