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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Apr 04. 2024

당신의 금고를 터는 보이지 않는 도둑, 인플레이션 -3

물가는 대체 왜 오르는 걸까?

요즘에는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게 물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일가격부터 시작해서 휘발유, 전기, 외식까지, 내 주식만 빼고 안 오르는 게 하나도 없죠. 그럼 도대체 물가는 왜 오르는 걸까요?




먼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생산 비용의 증가입니다.


떡볶이 1,000원어치를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가 100원이었다면, 분식집 사장님은 900원을 남길 수 있겠죠. 그런데 재료가 200원이 되었다면 같은 가격에 800원밖에 못 남깁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을 올리게 되고, 결국 그렇게 물가가 오르는 거죠.


최근의 물가 상승은 생산 비용의 증가가 큰 몫을 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비료 가격은 물론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생산 비용 증가로 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가 막히면서, 유럽에서 건너오는 물자의 비용 또한 크게 올랐고요.


천조국 미국이 엄청나게 원유를 뽑아내면서 에너지 가격은 안정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기후변화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생긴 카카오나 바나나 같은 작물들의 가격 또한 무척 오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가가 오르는 다른 이유는 수요의 증가입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수요와 공급입니다.


밀가루 가격이 올랐어도 떡볶이를 사 먹는 사람이 없다면 분식집 사장님은 가격을 올리기가 어렵겠죠. 반대로 밀가루 가격이 그대로여도 떡볶이 열풍이 불어서 불티나게 팔린다면, 100원쯤 슬쩍 올려도 뭐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수요가 증가합니다.


보너스가 많이 나오니 한 마리 먹던 치킨을 두 마리 먹게 되는 거죠. 그래서 수요의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은 적절하기만 하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반면 생산 비용의 증가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너스가 안 나와서 치킨을 못 사 먹는데, 닭 가격이 올라 치킨 가격까지 올라버린 거죠. 이런 상황을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합니다. 경기 침체(Economic 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죠.


인플레이션은 또한 임금의 상승과도 큰 관련이 있습니다. 앞의 예에서, 경기가 좋아서 보너스가 많이 나오면, 치킨을 더 많이 사 먹게 되고, 덩달아 수요가 늘면서 치킨 가격도 올라가게 되는 거죠. 이것을 임금-가격 순환(Wage-price sprial)이라고 합니다.


임금-가격 순환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임금이 사회 전반적으로 오르면 상관이 없는데, 임금 상승이 특정 직종에 제한되거나 임금 상승보다 가격 상승이 훨씬 가파르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 비용의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보다는 훨씬 건강한 물가 상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돈의 양(Quantity of Money) 또한 물가를 오르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마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와 같은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쉽게 말하면 정부가 돈을 푸는 거죠.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에 돈을 풀 수 있는데, 기준금리를 낮추거나, 채권을 매입하거나, 또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 등을 통해 시장에 풀린 돈의 양을 늘릴 수 있습니다.


돈의 양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물건의 수는 같은데 돈의 양이 늘어나면 당연히 물건의 가격은 오르게 됩니다.


코비드-19를 겪으면서 각국 정부가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시중에 풀었고, 최악의 경기 침체는 막았지만 갈 곳 없는 돈들이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자산 가격의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가져왔죠. 영끌족이나 벼락부자, 벼락거지와 같은 말들이 이때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렇게 물가가 오르는 원인들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이렇게 물가가 오르는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물가관리에 책임이 있는 중앙은행들은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해 적정한 인플레이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적정한 물가상승은 건강한 경제의 척도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물가가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요?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면, 물가가 내려가는 현상은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부릅니다.


디플레이션은 주로 일본처럼 장기 경기침체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할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제로금리까지 감수하면서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이유가 있는 거죠.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돈을 쓰기를 꺼리게 됩니다.


2만 원 하던 치킨 가격이 자고 일어나면 1만 9천 원이 된다면, 누가 오늘 2만 원을 주고 치킨을 사 먹을까요?


이렇게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쓰지 않으니, 수요가 떨어지면서 경기는 더욱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이를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라 합니다. 돈을 풀어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거죠.


물론 유동성 함정도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가 내려가면서,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되니 수요가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죠. 이를 피구효과(Pigou Effect)라고 합니다.


최근 일본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보면, 피구효과로 인해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물가 상승의 원인과 물가 하락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이론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물가가 상승하는 원인을 알면 경제 뉴스를 읽고 미래에 대한 예상을 하기가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조금 더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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