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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5시간전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숫자 - 이자율 -1

이자율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경제란 완전히 이해하기 불가능한 복잡한 기계와도 같습니다. 부분 부분 이해가 가능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예상이 가능하지만, 전체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죠. 단순한 물리학 법칙의 세계를 넘어 다양한 참여자들의 이해관계와 심리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복잡한 경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 꼽자면 바로 "이자율"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제의 모든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화부터 몇 화에 걸쳐 이자율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이자율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광범위하다 보니,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우리 주변에서 시작해 점점 범위를 넓혀나가기로 했습니다.


먼저 이자율이란 무엇일까요?


영어로는 "Interest Rate"이라 부르는 이자율은 쉽게 말하면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데 드는 비용을 말합니다. 또 다른 정의로는 "화폐의 시간가치 (Time Value of Money)"라고 하지요. 어려운 단어 같지만, 쉽게 말하자면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화폐의 가치를 말합니다.


화폐의 시간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오늘 받는 1억 원과 1년 후에 받는 1억 원의 가치는 같을까요? 인플레이션을 무시한다고 치면 금액 자체는 같지만, 받는 시점 때문에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1억 원을 오늘 받아 은행에 넣어둔다고 칩시다. 1년 후에 이자로 500만 원을 받는다면 연 이자율이 5%가 되겠죠. 즉, 오늘 받은 1억 원은 1년 후에 받을 1억 원보다 5%만큼 더 가치가 있습니다. 이때 이 5%를 화폐의 시간가치, 또는 이자율이라고 합니다.


어렵지 않죠? 그렇지만 이 이자율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조금씩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자율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먼저 이자율은 개인이나 기업의 저축, 투자, 대출 활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1960년대 대한민국의 예금 금리는 무려 30%대였다고 합니다. 72의 법칙을 기억하세요? 72를 연 수익률로 나누면 원금이 2배 되는 시간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는 법칙입니다. 30% 예금 금리라면 원금이 2배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년이 채 안 걸리는 셈입니다. 이렇게 금리가 높다면 사람들이 은행으로 벌떼같이 몰려들겠죠?


반면 이자율이 매우 낮다면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은행 대신 주식이나 채권, 혹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저축 또한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저축률 또한 줄어들게 됩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또한 대출이 크게 증가합니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이 1%에 불과하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집을 사려고 달려들어 대출을 받겠죠? 그러나 이자율이 5%라면 조금 고민을 해볼 테고, 10%라면 아마 집을 사려는 계획을 미룰 수도 있습니다.


또한 대출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거나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반면 떡볶이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분식집을 차리려다가도, 이자율이 20-30%에 달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겁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자율이 낮으면 대출과 투자를 늘리고, 높으면 대출과 투자를 줄입니다.


이자율의 중요성은 스케일에 있습니다. 개인과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의 이자율이 달라지고 예금금리 또한 상품과 은행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자율은 한 국가 전체의 개인과 기업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 이자율이 낮아져서 모든 국민과 기업이 대출과 투자를 늘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가장 먼저 자산 가격이 상승합니다. 경제의 기본원리는 수요와 공급입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요가 공급보다 적으면 가격이 내려가죠. 마찬가지로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으로 몰리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합니다.


대출과 투자가 늘기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됩니다. 기업들의 고용이 늘고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수입도 늘어납니다. 개인들의 씀씀이도 커지면서 경기가 부양되죠.


또한 이자율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름도 어려운 "이자율 평가 이론(Interest Rate Parity)"에 따르면, 나라 간의 이자율 차이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자율이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이자율이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차익거래(Arbitrage) 때문에 환율이 변한다는 이론입니다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볼게요). 이 이론에 따르면 이자율이 낮아지면 환율이 저평가됩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더 부자가 되며, 환율이 저평가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세를 부를 겁니다. 반대로 이자율이 높다면 경제의 활력이 줄고, 사람들이 가난해지며, 환율이 고평가 되겠죠.


이렇게만 따지면 이자율이 낮은 게 무조건 좋아 보이는데, 과연 그게 사실일까요?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거의 0%에 가깝게 내리면서, 이른바 제로금리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피했지만, 코로나 이후 각국이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면서 자산가격에 거품(자산 버블)이 끼고 소비자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조절을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다시 올리게 됩니다.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해서죠. 서서히 물가와 이자율의 퍼즐이 맞춰져 가는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자산 버블이란 것은 무엇이고 중앙은행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자율을 조절하는 걸까요? 다음 화에서는 우선 경제학 교과서의 단골 주제이기도 한 자산 버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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