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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Apr 03. 2024

당신의 금고를 터는 보이지 않는 도둑, 인플레이션 -2

햄버거로 물가를 측정한다?

지난 시간에는 인플레이션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이번에는 물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전에, 돈에 대해서 잠깐 얘기하고 넘어갈게요.


돈에는 크게 세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교환의 매개체의 기능입니다. 물물교환 대신 돈으로 물건을 사고팔면 경제활동이 훨씬 단순해지고 활성화됩니다.


호랑이 가죽 1개를 물고기 10마리와 교환한다고 칩시다. 이때, 수중에 물고기가 없고 악어가죽이 있다면 호랑이 가죽을 얻기가 힘듭니다. 호랑이 가죽 장수가 악어가죽이 필요 없을 수도 있고, 악어가죽을 물고기로 바꾸기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물고기 장수도 악어가죽이 필요 없을 수 있으니까요.


이때, 조개라는 교환의 매개체가 있으면 교환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예를 들어 호랑이 가죽 1개가 조개 10개, 악어가죽 1개가 조개 5개에 거래된다면, 악어가죽 2개를 팔아 조개 10개를 얻고, 그걸로 호랑이 가죽을 사면 됩니다. 악어가죽을 물고기 장수와 바꿀 필요가 없으니까 교환이 훨씬 수월하겠죠.


선사시대에는 조개나 특정한 모양의 돌 등을 돈으로 썼다고 해요. 그러다가 금이나 은, 구리로 만든 동전들이 쓰이고, 훗날 정부가 보증하는 종이화폐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종이화폐보다 전자화폐가 훨씬 흔하게 쓰이고 있죠.


그럼 두 번째 돈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바로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써의 기능입니다. 쉽게 말하면 부를 저장하는 기능이라는 뜻이죠. 앞의 예에서 악어가죽 장수는 악어가죽을 얻을 때마다 창고에 쌓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부를 저장하는 방식의 한 가지겠죠.


그러나 악어가죽은 보관이 어렵겠죠. 악어가죽이 아니라 물고기라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금세 썩어서 가치가 없어지고 말 겁니다. 반면 화폐로 가치를 저장한다면, 보관이 쉬울뿐더러 이용하기도 훨씬 간편하겠죠.


마지막으로 세 번째 돈의 기능은 바로 상품의 가격표시 기능입니다. 첫 번째 기능의 예시에서처럼, 호랑이 가죽 1개에 조개 10개라고 표시하면 이 물건이 비싼지 싼 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호랑이 가죽 장수가 여럿이라면, 가격을 비교하기도 훨씬 쉬워지겠죠.


이렇게 돈으로 표시된 물건의 가치를 "가격"이라고 합니다. 그럼 "물가"는 무엇일까요?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물가란 여러 상품이나 서비스의 종합적인 가격 수준이라고 합니다. 즉, 전반적인 물품들의 가격 수준을 뜻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물가 측정의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종류의 상품 가격을 측정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같은 종류의 물건이라도 판매자나 판매 경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하지요. 또한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을 초콜릿이나 과자와 같은 상품과 묶어서 물가를 측정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물가 측정은 여러 가지 지표를 가지고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를 이용해 물가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구의 총 소비지출 중 비중이 큰 458개의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을 반영해 소비자물가지수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에 들어가지 않는 아파트 물가의 변화는, 주택매매가격지수로 따로 측정을 하고 있습니다. 주택 시장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 또한 비슷한 지수를 만들어 측정을 하고 있는데, 미국도 주택가격지수(Housing Price Index)를 통해 주택의 물가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라던가 수출입 물가지수(Export and Import Price Index)와 같은 보조 지표들도 상황에 따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문가들이 고심해서 만든 지수들에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물건의 "질"의 상승은 감안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쉬운 예로, 휴대폰이 있습니다. 과거 휴대폰은 전화기의 대체품이었다면, 지금의 휴대폰은 컴퓨터와 카메라, 음악 플레이어를 비롯해 수많은 다른 물건들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가격 변화만 측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나라별로 생활 수준이라던가 생활환경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지표를 활용해 각 나라의 물가 수준을 비교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물가상승률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가지고 비교는 가능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가 어디냐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황금 아치 이론(Golden Arch Theory)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여기서 황금 아치란 미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의 노란색 M자 표시를 말하는데요, 미국의 정치경제학자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에서 주장한 이론입니다.


이론의 핵심은, 맥도널드가 들어가 있는 나라에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맥도널드가 들어서있다는 말은 세계화되어 있다는 말이고, 세계화되어 있다는 말은 전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말이기 때문에, 세계화가 전쟁을 억지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지금의 사태를 보면 황금 아치 이론이 맞는 이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다른 예로 황금 아치를 이용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1986년, 각국의 물가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각국의 빅맥(Big Mac) 가격을 비교한 빅맥지수(Big Mac Index)라는 것을 발표합니다.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크기, 모양의 빅맥이라면 각 국가별 물가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또한 각 나라의 환율이 고평가 되었는지, 저평가되었는지 판단하는 지표로 쓰이기도 합니다.


물론 빅맥지수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각 국가의 햄버거 가게에 대한 위상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맥도널드가 저렴한 식사의 이미지라면, 인도에서는 고급 식당에 가깝습니다. 이런 위상에 따라 가격 책정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또한 햄버거 체인 간의 경쟁에 따른 가격 차이도 존재합니다. 햄버거 체인이 많은 나라일수록 경쟁에 의해 가격이 낮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이런 경우에는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빅맥지수는 기껏해야 보조지표나 재미를 위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국가별 물가를 제대로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나오지 않은 걸 보면, 물가를 제대로 측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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