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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Mar 28. 2024

당신의 금고를 터는 보이지 않는 도둑, 인플레이션 -1

인플레이션, 대체 뭐가 중헌디?

요즘 미쳐버린 물가 상승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죠?


제가 살고 있는 런던은 미쳐버린 생활물가 때문에 밥을 굶는 직장인들이 나올 지경입니다.


이렇게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경제학에선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 합니다.


그럼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인플레이션은 대체 왜 발생하는 걸까요? 물가는 어떻게 측정하며 또 어떻게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까요? 이런 질문들에 답하며 금융 브런치 첫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 대체 뭐가 중헌디?


독일에 한 형제가 있었습니다.


두 형제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큰 형은 일해서 번 돈으로 저축을 하고, 동생은 열심히 빈 병을 모았습니다.


1년이 지난 후, 큰 형은 모은 돈이 휴지조각이 되는 바람에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랍게도 빈 병을 모아 집으로 바꿨다고 하네요.


1차 대전 후 독일의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잘 드러내는 믿거나 말거나 일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현대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년에 20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지금 돈을 벌면 버는 대로 벽돌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훔쳐가기도 어렵고, 빈 병의 일화에서처럼 물가 방어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전후 독일이나 경제가 폭망한 아르헨티나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사람들을 힘들게

할까요? 그게 아니라는 건 코로나 시대를 지나 초물가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낮은 인플레이션, 연 2%의 인플레이션이라면 괜찮은 걸까요?




떡볶이 아일랜드


제 아내는 떡볶이를 참 좋아합니다. 매일 떡볶이만 먹어도 좋겠다고 할 정도죠.


그럼 “떡볶이”라는 단 하나의 물품만 존재하는 섬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떡볶이 아일랜드에서는 떡볶이가 유일한 상품이라, 떡볶이만 만들고 떡볶이만 먹습니다.


떡볶이 아일랜드의 주민 제인은 한 달에 만원의 돈을 법니다. 어떻게 버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기로 합시다. 제인은 번 돈을 전부 떡볶이를 사 먹습니다.


2024년 떡볶이 가격은 한 그릇이 천 원이었다고 합시다. 그럼 제인은 2024년에 매 달 열 그릇의 떡볶이를 먹을 수 있습니다.


매 년 2%씩 물가가 오른다 가정하면 2025년 떡볶이 가격은 1,020원, 2026년은 1,040원, 2027년은 1,061이 됩니다. 이를 계속하면, 2030년에는 1,126원, 2040년에는 1,373원, 2050년에는 1,673원이 됩니다


그릇 수로 환산해 보면 2030년에는 8.9그릇, 2040년에는 7.3그릇, 2050년에는 약 6그릇이 됩니다. 2024년의 30년 후인 2054년에는 같은 돈 만원으로 5.5그릇의 떡볶이를 먹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지만, 30년 만에 한 달에 먹을 수 있는 떡볶이의 양이 45%나 줄어든 것입니다.


같은 금액의 연금을 받는 연금 생활자나 통장에 목돈을 쌓아놓은 은퇴한 사업가를 생각해 보세요.


100세 시대에 30년을 소득 증가 없이 사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닐 겁니다. 그런데 30년 후에 내가 받는 연금의 가치나 재산의 가치가 45%나 떨어진다는 건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코로나 직후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거의 5-6%에 달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2%가 아니라 5%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복리를 계산할 땐 보통 72의 법칙이라 해서 72를 연 수익률이나 이자율로 나눈 만큼의 해가 지나면 원금이 두 배가 된다고 합니다.


이를 물가에 적용해 보면, 연간 2%의 인플레이션은 36(72/2 = 36)년이 지나면 약 두 배가 됩니다. 5% 일 때는 이 시간이 엄청 짧아져, 단 14.4년 만에 두 배가 되고 맙니다.


즉 5% 인플레이션의 떡볶이 아일랜드에선 단 14년 만에 같은 금액으로 먹을 수 있는 떡볶이 그릇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얘기죠.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당신의 금고를 터는 보이지 않는 도둑이라 말한 것입니다.




이제 인플레이션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대답은 충분할 거라 생각합니다. 복리 때문에 단 3% 차이만으로도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죠.


다음 화부터는 물가와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측정하는지 알아보고, 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하며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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