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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Jul 14. 2024

당연한 사랑

선우정아님의 “도망가자”를 듣고

(배경 그림은 playground ai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시간도 없을뿐더러 외국에 살다 보면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만 계속 듣지 새로운 노래 자체를 접할 기회가 없다.


그러다 우연히 선우정아님의 “도망가자”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다른 가수의 커버 영상만 봐서 원래 다른 가수의 노래로 알고 있었는데, 원곡가수의 노래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일단 감상해 보자.


https://youtu.be/wyN27QpglGE?si=_AmwpbYQo2UnrcZ7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 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해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 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노래의 가사는 복잡하지 않고 직설적이다. 툭툭 내뱉는 말투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가사가 쉽다 보니 따라 부르기가 좋았다. 그런데 중간에 나오는 ”당연해“라는 부분을 부를 때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지지리 궁상맞게도.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바로 그런 당연한 사랑이 그리웠던 것이 아닐까. 아무 말 없이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부모님의 사랑 같은 것,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어른스럽지 못한 일이고, 모든 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속이 썩어가도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더 어린 시절에 받았던 “당연한 사랑”이 그리워졌다. 내가 우리 딸아이에게 그러하듯, 우리 부모님도 내게 당연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었으니까.


잘 부른 노래에는 칭찬 댓글이 달리지만, 마음을 울리는 명곡에는 인생 사연이 달린다고 한다. 역시나 선우정아님의 노래가 담긴 영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그 치유의 과정이 담겨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오랫동안 앓다 돌아가셨다.


외국에 사느라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 불효가 마음에

걸려, 효도를 더 해야 하니 건강해지셔야 한다고, 효도를 많이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어머니께서는 이미 어렸을 때 효도를 다 했다고 오히려 나를 위로하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었다.


지금,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그때 하셨던 어머니의 말씀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이의 귀여운 몸짓 말투 하나하나가 내게는 너무 소중한 행복이었던 것. 아이가 내게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것.


이런 게 바로 당연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니었을까.


어른이 된 지금. 그런 당연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은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며 얻은 상처가 치유되었던 것이다.




노래는 도망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자. 씩씩하게. 이렇게 끝마친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잠시 쉬었다 돌아가자. 내가 곁에 있으니.


사랑이 오글거림으로, 감정이 나약함으로 비치는 세상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노래였다.


한동안 노래에 푹 빠졌다 돌아와 글을 쓴다. 내 글이 누군가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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