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한국에서 더 기회가 많을 내가 왜 캐나다에서 자리를 잡았을까?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다. 캐나다에서 사는 내가 한국어 잘한다는 것은 아예 장점이 아니고,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는 것도 너무나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기에 딱히 메리트로 작용하지 않는다. 한국에 돌아가면 사실 나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두 언어를 자유로이 사용할 줄 알기 때문에, 해외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에서도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에서는 내가 사용될만한 곳들이 있을 것이다. 연봉이야 조금 줄어들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살아도 될 테니 지금처럼 비싼 월세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겠지..
그렇다면 나는 "왜" 한국에서 일을 하기로 결정했을까?
1. 받는 만큼 일한다.
"여기는 서비스가 왜 이래?"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아마 북미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이 말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Default(디폴트)로 가지고 있는 서비스 마인드의 기준이 이곳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은 손님이 죄를 지은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들도 많다.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기분은 좋지 않지만, 보통 그런 사람들의 마인드는 '내가 최저시급 받고 일을 하는데 친절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있는 경우가 많다. 손님들이 팁을 좀 넉넉하게 내는 럭셔리한 레스토랑의 경우, 팁을 받기 위해서라도 더 친절을 베풀긴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팁 비율이 높지 않고, 서버들은 최저시급을 받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굳이 더 친절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서버들은 해야 할 일만 하고, 집에 가고, 가게 주인들도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 것으로 서로 선을 지킨다. '융통성 없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런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 있을 때는 매우 속 터지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서 일을 하는 입장으로서 이런 모습은 바람직하게 느껴진다. 내 사업이 아닌 이상 받는 만큼 일하는 거? 어쩌면 당연한 거다.
2. 아무도 서로의 출퇴근 시간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오전 9시까지 출근을 해서 오후 5시에 퇴근을 하는 업무 방식을 따른다. 하지만, 내가 일찍 퇴근을 하기 위해서 점심도 안 먹고 일을 하다가 4시에 회사를 떠난다고 해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냥 이 사람이 자기 할 일만 맞게 끝내고 간다고 하면 된다. 매니저들한테 굳이 내가 무슨 일 때문에 일찍 가야 한다고 얘기를 해야 할 필요도 없고, 휴가를 낼 때도 당연히 회사 업무량 등을 고려해야 하긴 하지만, 따로 매니저와 큰 상의 없이 인터넷을 통해 휴가를 접수하면 다 approve가 된다. 병가도 똑같다. 그 날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병가를 낸다고 해도 그냥 그런 다보다 한다. 그다음 날 일을 가면 'Are you feeling better?' 정도로 위로를 건넬 뿐,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3. 나이 상관없이 존중받는다.
북미권 나라들에서는 나이가 굉장히 사적인 영역에 있는 정보이다. 그렇기에 함부로 몇 살이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대강 그냥 겉모습으로 나이를 가늠할 뿐. 친구가 되고 나서도 나이를 모르는 경우가 꽤 많다. 실제로 필자는 대학과 일에서 만난 캐내디언 친구들이 몇 살인지 모른다. 그러다가 일본어 수업 때 나이에 대해서 배우다가 그 아이들이 나의 나이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시조새였던 그때 그 기억..)
그래서인지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다. 당연히 세상 어디를 가도 예외는 있지만, 특히 일자리에서는 나이가 어리다고 승진이 늦춰지는 일이 없고, 성과에 맞는 연봉과 자리가 주어진다. 그 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동일하다. 위에 사람이 좀 어려 보일지라도 거기에 딴지를 걸지 않고 서로에게 배운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나이를 물어보는 게 너무 자연스럽고, 그것에 따라서 승진이 늦춰지거나, 무시를 받는 일이 조금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모르는 게 약일 때도 분명 있는 것 같다.
한국에 가족들이 다 있기에,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요 근래는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진다. 딱 애매한 나이, 그리고 애매한 경력. 이걸 가지고 한국에 가면 애매한 경력 있는 '신입'에 연봉 삭감까지 당할 것이 너무 뻔하기에 지금 쌓아놓은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신입으로 시작해서 경력을 쌓아 올리기엔 한국보다는 해외가 조금 더 좋아 보이는 것이 지금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