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able Mar 15. 2024

시사랑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사자성어 사용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한국말에 약간 영어 섞어 쓰듯 좀 거슬거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야 사자성어 사용을 좋아하는 터라  '불호'인들의 마음은 잘 모른다.


어쨌든, 내가 사자성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심플'하다는 이유다. '심플'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약간 에스프레소나 착즙 주스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군더더기가 없다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촌철살인(寸鐵殺人)적 '킥(kick)'이 있다.(이 짧은 문장에 한자에 영어에 한국어에 참 글로벌하고 다채롭다 ㅠㅠ). 그러니까, 뭔가 단출하면서도 밋밋한 거 같지만 '톡' 쏘는 맛깔스러움, 또는 진공 압축해서 말아 놓은 침대 같은. 그러니까, 블랙헤드 같은, 눈에 보이는 부분은 작은 피지인데 짜면 덩어리가 나오는... 음... 비유가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 정도 필력이면 브런지 작가 합격을 반납해야 하는 게 아닐까?ㅠㅠ


다시 정리해 보면, 네 글자 안에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어서, 약간 호리병 같이.... 오 그래, '지니'... 그, 알라딘의 램프... 그렇다. 그 조그마한 램프를 문지르면 거인 지니가 나오듯 그래서 불편사항이나 희망사항을 들어주면서 상황 정리를 하듯. 약간 '사자성어'는 그렇게 구구절절함을 네 자로 정리해서 구겨 넣어버리거나, 또는, 네 자만으로 구구절절한 상황과 맞짱을 뜨거나.


이건 어떤가?


간단명료(簡單明瞭:간단하고 분명하게)하고 단도직입(單刀直入:여러 말을 늘어놓지 아니하고 바로 요점이나 본문제를 중심적으로 말하다.)적으로 설파(說破:어떤 내용을 듣는 사람이 납득하도록 분명하게 말함.) 하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이 천방지축(天方地軸: 못난 사람이 말이나 태도가 똑똑하지 못하여 종잡을 수 없이 덤벙이는 모양.)으로 날뛰는 이탈리안 종마 같은 느낌이다.


사자성어를 빼고 적는다면,

'간단하고 분명하게 여러 말을 늘어놓지 아니하고 바로 요점이나 본 문제를 중심적으로 말해서 내용을 듣는 사람이 납득하도록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과, 못난 사람이 말이나 태도가 똑똑하지 못하여 종잡을 수 없이 덤벙이는 모양이, 마치 날뛰는 이탈리안 종마 같다.'를


사자성어로만 적는 다면,


'간단명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설파하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이 천방지축 마치 날뛰는 이탈리안 종마 같다.'

로 '심플'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는 매력... 허허허


둘러 둘러 에둘러 왔지만,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나는 시를 사랑한다.' 앞에서 빌드업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나의 '시 사랑' 이유가 충분히 피력되었을 것 같지만, 두 가지 핵심적 이유를 들자면,


첫째, 함축적이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모든 것을 전투 식량처럼 때려 넣고 바짝 말려 진공 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시적 허용이다. 한 줄도 좋고 한 권도 좋다.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리, 울리는 건 풍악이요 부르는 건 노래라. 의미를 불어넣는 작업이니 형식은 자유분방하다.


'시적허용', '자유시' 선포로, 시. 공을 넘나들수 있다는 그 매력이 아주 중독적이다. 수박의 붉은색을 통해 붉은 피가 낭자한 전쟁터로 가기도, 재즈풍의 와인바로, 지난해 선물 받은 붉은색 루비 반지의 사연이 되기도.


물론, 문학은 언어의 예술이다. 장르와 무관하게 그 언어의 미를 뿜뿜거릴 수 있다. 사실 모든 문학의 형태를 사랑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마음이다.


우리나라 꽃 중의 꽃이 '무궁화'라고 한다면, 나의 나라에서 문학중 문학은 '시'이다.


내용이 좀 길다. 사실 그래서 적다가 좀 지치기도 하고 간결함과 급진적 발상의 투영이 좋아 생긴 나의 '시 사랑'을 이렇게 만연하게, 그리고 구태의연하고 길게 표현할 수 있다니...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시적 허용 외에 왠지 허용할게 많아질 것 같다는.....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의 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