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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하굣길2(71년생의 군것질거리)

집에 가는 시간은 등교시간보다 길었다.

by 다올

오늘도 신나게 하교 한다. 집까지 가려면 30분을 걸어가야 한다. 일단 배를 채워야 한다. 무엇으로? 학교 앞 즐비한 문방구에서. 하하하. 하지만 그 시절 내 주머니는 든든하지 않았다. 용돈을 받는 날도 있었고 안 받는 날도 있었지만 대체로 용돈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물욕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용돈이래 봐야 백 원 정도이었다. 하지만 그 돈으론 꽤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일단 껌을 사면 만화까지 읽을 수 있는 롯데껌이 이십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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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20원짜리 껌에 들어있던 만화가 119,000원이란다. 나도 잘 찾아봐야겠다. 보물상자 어디에 들어있을 수도.. 아카시아 껌좀이는 많이 있는데 -


그리고 분홍빛 육각형 소시지가 들어있고 케첩을 듬뿍 발라 먹을 수 있는 핫도그가 오십 원이었다. 케첩도 귀하던 시절이었다. 케첩을 많이 바르기 위해 구불구불 케첩을 바른다. 그리고 꼭 먼저 케첩을 핥아먹고 핫도그를 먹는다. 그렇지 않으면 꼭 옷에 케첩을 흘리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 아니라고 말해주오. 요새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파는 사천 원짜리 핫도그는 아직도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비싼 가격이다. 하긴 삼백 원~오백 원 하던 짜장면 값이 육, 칠천 원 하는 것을 보면 비슷하게 오른 것인데 왠지 사천 원을 주고 사 먹을 용기가 나에게는 없다.


문방구에서 파는 주전부리 거리는 거의 십 원, 이십 원짜리가 많았다. 뽑기도 십 원이었는데 스케치북 크기의 종이에 1부터 몇백까지 숫자가 쓰여있다. 그중 하나를 떼면 뒤에 숫자가 쓰여 있어서 그 숫자만큼 콩같이 생긴 젤리도 아닌 사탕도 아닌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캐러멜 같은 과자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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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원을 통 크게 쓴다면 설탕을 녹여서 만든 뽑기 엿이 있다. 진짜 진짜 운이 좋다면 팔뚝 크기의 잉어를 뽑을 수 있다. 보통은 꽝이 많이 나오는데 꽝이 나와도 작은 엿을 하나 주었다. 그야말로 달디단 사탕엿이었다. 잉어, 총, 호랑이, 사람 등 모양도 다양했다. 주로 남자아이들이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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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떡볶이도 백 원이었다. 그땐 다 밀떡이었는데 백 원에 자그마치 열두 개를 주었다. 떡볶이는 떡이 세 개쯤 남았을 때 국물을 듬뿍 묻혀서 국물까지 싹싹 먹는 것이 국룰이다. 입가의 빨간 국물을 혀로 한 번 훑는 것은 비밀.


쫀드기. 콩알, 엿을 뽑아 먹고 입가에 묻는 빨간 국물을 함께 먹던 친구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처럼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워할까?

지금은 백 원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백 원짜리 동전을 보기도 힘들지 모르겠다. 아이들도 충전 카드를 많이 쓰니까. 거스름돈 없이 계산하는 것이 익숙한 시절이니까.

내일은 집에 가는 길에 큰맘 먹고 신랑한테 핫도그 하나 사 달라고 해 먹어 봐야겠다. 케첩 듬뿍 지그재그로 발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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