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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저녁노을

소설 창작 연습

by 다올 Mar 15. 2025

  지방의 소도시에서 서울에 온 지 만 2년이 되었다. 집에서 해주는 밥 먹고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힘들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자꾸 오르기만 하는 서울의 집값이다. 보증금 때문에 대출한 것과 월세로 나가는 돈이 딱 140만 원이다. 퇴근 후 돌아가는 집은 집이라기보단 그냥 방이라고 해야 맞다. 

올해 이사 한 7평짜리 원룸은 작은 싱크대와 빌트인으로 있는 세탁기 그리고 냉장고, 침대가 제일 큰 살림이다. 전에 살던 곳보다 좁아서 물건들을 많이 정리해야 했다. 그때 내가 얼마나 필요 없는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살았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사지 않겠노라고.

  서울 와서 처음 얻은 집은 반지하 방이었다. 보증금이 싸고 방 크기에 비해 월세 부담도 적었다.  좁은 부엌이었지만 부엌과 방 사이에 문이 있어 분리가 되었다. 방은 제법 넓어서 1/3 가량쯤은 책상과 작은 옷장을 벽 삼아  자는 곳과 옷장을 분리할 수 있었다. 

  

  2022년 여름 서울에 비가 엄청 내렸을 때 근처의 반지하 원룸들이 수해를 입었다.

그날도 퇴근이 늦었는데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버스는 거의 반이 잠긴채 움행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다급히 집을 향해 걸었다. 내가 인도를 걷고 있는 것인지 시냇물 속을 걷고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배수구의 황톳빛 물이 오히려 도로를 향해 구토를 있다. 집근처 입구 골목에 도착하자 옆 원룸 세입자들이 물을 퍼내느라 정신이 없다. 퍼낸다고 표현했지만 물은 지하계단을 타고 칸칸이 폭포수처럼 흘러들고 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었다. 스위치를 켜고 방문을 열었는데 다행히 빗물이 들어오지 않았다. 건물이 신축된지 얼마 안되었고  길보다 좀 높은 현관 그리고 현광 입구에 있는 턱 덕분이었다. 마당 가쪽으로 넓게 설치된 수로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때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지 '하느님 감사합니다.진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오랫동안 냉담자로 살았지만 나도 모르게 신을 찾았다. 바깥은 밤새 물건을 끌어내고 정리하느라 시끄러웠다. 밤새 그 소리에 잠을 설쳤다. 다음날 출근길에 원룸촌 골목엔 젖은 살림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축 늘어진 침대 매트, 불어 터진 값싼 MDF가구들, 젖은 베개, 책 등 종류도 다양했다. 아무 일 없는 출근을 하는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반지하지만 나름 쾌적했다. 계약기간을 남겨두고 이사를 할 계획은 없었다. 집주인이 한 건물에 살았다. 60 중반의 그녀는 참견을 많이 했다. 나한테만 그러는 것인지 다른 입주자들에게도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현관의 CCTV를 늘 보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지만 않았다면 1년을 다 채우고 나왔을 것이다. 집주인은 언제인가부터 수시로 벨을 눌렀다. 그러고는 이런저런 트집을 잡았다.

"총각, 총각 집에 친구들이 너무 자주 드나드는 것 같은데. 관리비를 더 내야겠어."

이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최근에 근처 옆 동네로 이사 온 대학 동기가 세 번 다녀갔다. 그렇다고 관리비를 더 내라고?

자고 간 것도 아니고 저녁 퇴근 후에 잠시 와서 이야기 좀 하고 간 게 전부이다. 그 녀석이 원룸에서 씻고 간 것도 아니고 잠을 자고 간 것도 아닌데 관리비를 5만 원을 더 내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그 이후로 툭하면 현관문을 두들겨댔다. 결국 나는 5만 원을 올려 월세를 내기로 했다.  이렇게 일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이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이 터졌자. 


나는 고양이 두 마리와 살고 있다. 사실 애완동물에 대한 사전고지를 하지 않았다. 애들이 워낙 얌전하기도 했고 강아지처럼 수시로 짖는 것도 아니어서 잘 관리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시로 문을 두들기던 주인은 결국 내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더니 고양이 한 마리당 관리비를 2만 원씩 더 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며칠새 나는 관리비를 9만 원이나 더 내야 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고양이를 목요 시키는 것도 아니고 물을 먹는다 해도 두 마리가 하루 종일 500미리리터도 못 먹을 터였다. 


  결국 나는 이사를 결정했다. 집주인은 이사 나올 때 도배비로 50만 원을 보증금에서 뺐다. 1년도 안 살았고 집에서는 잠밖에 안 잤다. 밥도 거의 밖에서 먹었다. 그런데도 도배비를 달라고 했다. 처음엔 도배비를 150만 원을 달라고 했다. 방 한 칸 도배하는데 150만 원이라니, 그러나 그건 약과에 불과했다. 1년을 못 채웠다고 월세 5 달 치를 또 제했다. 공실로 놔두고 온 것도 아니고 새 입주자에게 연결까지 해주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집주인은 방을 내놓았을 때도 퇴근 전인데 회사로 전화를 해서 방 보러 왔으니 빨리 오라고 수시로 전화를 해댔다. 머리가 아팠다. 짜증이 났다.  


그렇게 나는 350만 원을 떼이고 이사를 했다. 지하에서 탈출한 나는 지금 13층에 산다. 제일 꼭대기 층이다. 주인집에 바로 옆이다. 황금빛 대문을 한 주인집. 황금빛 대문 안에선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남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였지만 출퇴근할 때마다 보게 되는 황금대문은 나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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