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올 Nov 11. 2024

100-8 조회수 만을 돌파.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제목의 중요성을 깨닫다

시댁에 가기 싫다는 남편은 처가에는 나들이 간다

백일 백작 도전 오늘이 100-8번째 글이다.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을 세우지 못한 덕에 일단 매일 쓰는데 의의를 두고 쓰고 있다. 


오늘은 병원에 어르신들 치매교육이 있는 날인데 병원 사정으로 내일 오란다. 오늘 병원 수없이 있어서 호떡 반죽도 안 했는데 수업이 비어서 시간이 여유가 있는 하루였다. 그래서 어제 밭둑에서 잘라온 돌갓(돌산갓 아님. 돌배 돌복숭아처럼 들에 나는 갓을 돌갓(똘갓)이라 함)을 절이고 김치를 담았다. 원래 돌갓은 억샌데 파밭아래 밭둑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주 부드럽고 칼로 자르는데 아삭아삭 소리까지 났다. 파밭에 매일 물을 주다 보니 물을 먹어서 부드러워진 듯하다. 


양이 굉장히 많아 보였는데 담고 보니 김장통 큰 것으로 딱 한 통 나왔다.  갓을 씻어서 절이는 동안 양파, 사과와 새우젓, 까나리 액젓에 밥 한 그릇을 믹서에 넣고 돌린 뒤 고춧가루에 섞어두었다. 여기에 매실액과 빻은 마늘을 넣고 잘 저어 고춧가루가 잘 불게 준비해 놓았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꺼내서 돼지고기는 수육으로 삶고 쇠고기는 양념해서 육포를 만들었다. 남편이 부탁한 새우 육젓도 1Kg씩 소분해 놓고 냉장고에 조금씩 남아있는 반찬통도 모두 비워냈다. 밀린 빨래도 수건과 옷으로 나눠서 돌려 널었다. 가을볕이 좋으니 금방 마른다. 


처음으로 마당에서 김치를 절이고 씻고 양까지 마당에서 했다. 젓갈 냄새가 맛있었는지 아기 고양이들이 자꾸 와서 냄새를 맡는 통에 가라는 소리를 몇 번이나 말하면서 김치를 담았다. 마당에서 김치 장만을 하니 편했다. 물도 막 버려도 되고 장소도 넓고 사용했던 용기들을 씻는 것도 너무 편했다. 김치를 담는 내내 따뜻한 가을 햇살이 등에 내려앉았다.


오후 4시 반쯤엔 군산으로 배달을 간 남편을 대신해 가게 정리를 도우러 나갔다. 아들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해서 물건을 정리한 뒤 치킨을 주문하고 찾으러 갔다 와 둘이서 저녁으로 치킨을 먹었다. 아들은 치킨을 밥과 함께 먹는다. 그렇게 먹는 사람이 많다는데 나는 그러게 먹는 사람을 아들 빼고는 본 적이 없다.


치킨을 먹고 방에 깔려있는 면카펫을 마당으로 들고나가 탁탁 털고 방과 마루를 청소했다. 저녁 9시부터는 학교 동아리 미션 크루모임이 줌으로 있어서 참석, 끝나니 10시 반이 훌쩍 넘었다. 디카시를 쓰는 동아리인데 12월 발표를 두고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충실히 디카시를 올리자고 했다. 발표는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바쁜 하루의 일정을 끝내고 11시가 다돼서 또 다른 미션인 백일 백작을 쓰기 위해 브런치에 접속을 했다. 보통날과 마찬가지로 빨간 점이 떠있는 종부터 눌러 확인을 했다. 오늘은 몇 사람이 나 내 글을 읽었는지.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엇! 이게 무슨 일이람!!!

조회수 10,000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3년 전에 부산에 워크숍을 갔다가 같은 방을 쓰는 분이 조회수가 천 단위로 올라간다며 흥분해서 잠을 설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땐 나는 브런치 작가가 아니었다. 방을 같이 썼던 분은 밤새 폰을 열고 조회수를 확인했다. 


그런데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겼다. 믿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급하게 시간 안에 쓰느라 별 내용도 없이 그동안 쓴 글 중에 가장 짧게 쓴 글이었다. 그런데 조회수가 만이 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결론은 제목이었다. 소위말하는 후킹을 하려고 지은 제목은 아니었다. 그냥 있던 사실을 그냥 쓰느라 제목을 그렇게 잡은 것이었다. 


산문, 시, 뉴스 기사이건 제목이 진짜 중요하다. 나는 오늘  실로 실감을 하게 된 것이다. 

 '시댁에 가기 싫다는 남편은 처가에는 나들이 간다.'라는 제목이 궁금증을 끌어내었나 보다.


다만 미안하고 부끄러운 것은 글을 너무 성의 없게 썼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읽고 가셨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서 매 순간 글쓰기에 진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을 현실을 통해 제대로 깨달은 것이다. 


브런치에서 매번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와, 진짜 다들 글을 너무 잘 쓰신다."이다.

나의 글엔 댓글이 별로 달리지 않는다. 댓글이 하나도 없는 글도 많다. 좋아요 열개보다 하나의 댓글을 원하고 또 원한다. 공감 댓글이 달리려면 더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주 진실되거나 감정 이입이 되거나 혹은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면 댓글이 많이 달리겠지. 

또 한 가지는 내가 다른 작가분들 글에 댓글을 많이 달아 드리는 것일 테다. 


10,000개 돌파라는 숫자가 주는 기쁨과 반성.

다음에 언제 또 저렇게 많은 조회수가 뜰지 모르겠지만 숫자에 연연하기보다는 반성하지 않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하지만 솔직히 10,00이라는 숫자가 주는 기쁨 또한 감출 없다. 

앞으로는 내용도 잘 쓰고 제목도 잘 정해 보자.  매력적인 제목을 고민하고 글을 발행해야겠다. 오늘도 또 기산에 쫓겨 글을 쓰고 말았다. 새벽에 느긋하게 쓰면 좋으련만 오늘도 12시가 임박했다. 그렇지만 오늘도 미션 완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