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젖은 붕어빵
애인과 함께 살게 된 은재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쇼핑 중독.
은재는
없는 돈을 최대한 끌어모아
쇼핑을 했는데,
일주일에 몇 번이고 택배가 올 정도였다.
없는 돈으로 옷을 어떻게 사?
기껏 사봐야 몇 벌 아닌가?
그 질문에
은재는
자신이 빈티지 의류를 무척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빈티지 의류는
비싸면 한없이 비싸고
저렴하면 이게 되나? 싶을 정도로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아무튼
은재는 ADHD 진단을 받기 전까지
(성인 ADHD 특징 중 하나가 쇼핑 중독이다)
이런 쇼핑 중독에 대해
크게 심각하게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은재는
집안일을 끝내고 홀로 침대에 누워 있다가
문득
자신의 부모님께
장문의 폭언을 보내기도 했다.
장문의 메시지의 내용은
대체로
왜 나를 낳았냐는 것이었다.
나를 왜 낳아서
이렇게 괴롭게 하냐는,
그리고 은재의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다 못해 피어나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충동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투정이 아닌 정말 말 그대로 폭언이었다.
그리고
은재의 부모님은
그런 은재의 메시지에 어떤 대꾸도 하지 않으셨다.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은재는 메시지 화면을 띄워놓고 기다렸다.
그리고 후회할 때도 있었다.
반대로 정말 자신을 태어나게 한 것이 미울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은재는 자해를 했다.
그러다 언제는
정말 너무 괴로워서,
혼자 있는 작은 집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애인에게 마지막 전화를 한 뒤에
화장실에 있던 세제를 마셨다.
표현할 수 없는 애매한 맛이 입에서 감돌다가
끈적이는 농도를 넘기는 게 거북해
결국엔 게워냈다.
속안에 있던 위액까지 게워냈을 때 즈음,
세제의 맛이 더 이상 나지 않았고
그때
애인이 집에 헐레벌떡 들어왔다.
애인은 지친 표정으로 화를 내다가
이내 우는 은재를 안아 침대로 옮긴 뒤에
겨우 은재를 재우고
다시 일을 하러 나갔다.
은재는 그때
자는 척 했지, 잠을 자진 않았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자신이 모든 사람의 짐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죽지는 못하고,
정말 난감했다.
그리고 하루,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은재는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애인도 말리지 않았다.
그때가 겨울이었다.
그래서 은재는 붕어빵이 먹고 싶어서
일주일 만에,
거의 일주일 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잠옷에 코트를 입은 기괴한 복장으로
한 손에 오 천원을 들고서
아주 추운 바람을 맞으며
붕어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웬만해선 울리지 않는 은재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누구누구 삼촌.
아빠의 친구였다.
전화를 받지 않으려다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는데,
아빠의 친구는 요새 무슨 일이 있냐고 은재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물으셨다.
없어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아빠가 내내 네 걱정이야"라고 하시더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은재는 따듯한 붕어빵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손을 누그러뜨리는 이 온기가
은재를 향한 사람들의 걱정 같았고
그래서
은재는 길거리에서 엉엉 울었다.
이런 일이 전에 또 있었는데.
아, 애인의 친구 집에서 술을 왕창 먹고 난 뒤였다.
술을 왕창 먹고나서
은재는
자신을 낳은
자신의 부모가 불쌍해서
30분을 넘게 울었었다.
그때랑 비슷하다고
비슷한 슬픔이라고
울음이 멎어갔을 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했던 폭언들과 폭행들을 떠올리면서
얼마나 많은 불효를 저질러야,
그리고 얼마나 많이 사람들을 괴롭게 해야
자신의 우울이 해결될까,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눈물에 젖어버린 붕어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