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케 탄광,
아픔의 동백꽃, 행복의 동백꽃!

2월 15일. Day 23 in 후쿠오카

by 사진 찍는 미미

오늘의 일정

* 미이케탄광(三池炭鉱) 미야노하라갱

* 미나미구루메 南久留米시립미술관


오늘은 넘 춥다. 맑은 하늘만 보고 코트 안에 바람막이만 입고 나온 걸 후회했다.

손이 곱고 몸이 오싹거리기까지 해서 코트 지퍼를 목까지 올려 잠글 정도였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된 미이케 탄광.

우리 조선인들이 9200여 명이 강제로 동원되고 32명이 숨진, 그러나 일본은 산업화의 혁명유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킨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이번 여행 중에 찾아가기 가장 힘든 난코스고 탄광이라 우려하면서 가보겠다고 우기는 나에게 적극 추천하지 않았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는 그동안 내가 잘 찾아다닌 거 보면 잘 갔다 올 수 있을 거라 용기를 주었다.


하카타역에 갔다가 그동안 터득한 요령으로 갈아타는 곳 (구르메 역)에서 내가 탈 기차시간을 알려 달라고 하니 우리네 가게에서 영수증 같은 것에 인쇄되어 있는 종이를 내어준다. 아! 이게 기차시간 안내표구나.

기차는 쾌속이다. 타고 보니 이름만 쾌속인 듯 1시간을 넘게 간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기차에서 단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고 정거장마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난번에 구루메 역을 갔을 땐 신칸센으로 20분 정도밖에 안 걸렸던 것 같았는데 신칸센이 서는 곳이라면 신칸센을 타야 빨리 가는 거였다.

(그동안은 기차역에 도착한 후 그냥 바로 오는 기차를 무조건 탔었는데,

내 여행 용도에 맞게 천천히 가는 거 빨리 가는 거 골라 타면 되는 것을 여행 후반부 돼서야 알게 되었다.(특별히 알 필요가 없어서 이제 알게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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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잠깐잠깐 눈을 붙여보기도 했다.

구루메 역에 도착. 개찰구에 가서 오무타 기차역에 가는 기차의 타는 위치와 시간을 물어보고 무사히 오무타행 기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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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타 역에 도착. 오무타 기차역은 작고, 기차도 전철 같은 느낌이었다.

역무원에게 미이케 탄광 가는 버스에 대해 물어보니 나가서 왼쪽으로 가면 관광안내소가 있다고 했다.

알아듣고 고맙다고 했는 데도 내가 여행객이라 잘 모를 것 같았는지 함께 나와서 관광안내소 거의 앞까지 나와서 손짓으로 확실하게 알려주고 갔다.

확실히 시골 역 근무자들은 많이 친절하다.


역에서 나오니 유네스코 문화재가 있는 오무타라고 광고가 대단하다.

금방 친절한 역무원에 대한 감사했던 맘이 싹 가시는 듯했다.

미이케 탄광 가는 법과 한국어 안내문이 있냐고 물어보니 관광안내소 직원은 한국어는 오무타 전체를 소개하는 것 밖에 없다며 약간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리나 싶었다. 그러면서 일본어로 된 지도를 펴면서 탄광 과학관으로 가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두 번이나 “아니다. 나는 미이케 탄광으로 가겠다.”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직원은 그제야 버스 시간과 버스번호가 적혀있는 종이를 내어주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버스 정거장으로 갔다. 버스가 제시간에 왔다. 우리나라처럼 디지털로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종이로 크게 정거장에 붙여 놓았는 데도 그게 지켜진다고 하니 교통혼잡이 없는 곳이라 가능한가라고 생각했다.

내가 갈 정거장이름이 길다. 제대로 말하려면 주머니에 있는 종이를 꺼내야 해서 그냥 뒤에만 말했다. 안경다리 가냐고… (정확한 정거장명은 Hayagane Megane Bashi) 기사아저씨가 간다고 대답하길래 내리기 좋게 기사 분 가까이에 앉았다. 갑자기 기사분이 앞의 글자까지 붙여서 거기 가는 게 맞냐고 다시 묻는다 맞다고 대답하였다.


어플에 의하면 정거장부터 20여분을 걸으란다. 그런데 걷기 전부터 가슴이 콱 막히는 건지

시골길에 날씨도 청명하니 좋은데 체한 듯한 답답함에 천천히 걸었다.

드디어 철로길이였던 흔적이 나타났다 ‘아 여기로 석탄을 나르던 철길인가 보다’ 하는 데 철길로 들어갈 수 없게 줄로 막아놨다.

풀과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띄엄띄엄, 어디는 무성히 피어 있는 길을 오른쪽으로 두고 언덕길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탄광지대!

남편은 탄광지대라 무서울 수 있다며 걷지 말고 꼭 택시라도 타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아마 스산한 탄광지대를 떠 올리고 걱정이 되었나 보았다.

작정을 한 건 아니지만 슬플, 화가 날지도 모른다는 준비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주변 분위기는 봄맞이 준비하기 좋은, 낭만적일 수도 있는 (깨끗하고 잘 정리가 되어있고, 빨래가 널려 있고 ) 주민들이 산책하고.. 일반적인 동네였다. 지금은 나한테만 슬픈 歷史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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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인 듯한 건물이 멀리 보이고 오래된 철제 다리가 보였다.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다녔다. 나도 그 짧은 다리를 건너보았다.

그 다리 위에서 지나온 길을 보니 유럽의 사진에서 본 광경처럼 예뻤다.

어쩜 그렇게 슬픈 과거를 숨길 수 있을까?

이들이 근대 산업화의 혁명이 일어난 곳이라 자랑하고 있는 이곳이

예쁘고 평화스러운 만큼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리움에, 고통에 찢어질 듯 가슴 아파 애달픈 곳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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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탄광 쪽으로 가다가 문득 저 철로 가까이에 가보고 싶어졌다.

마침 작은 개울 옆으로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자칫하면 개울로 빠질 수도 있어 나뭇가지들을 의지해서 조심조심 들어가기를 해봤다.


마침내 녹슨 드문드문 끊어진 철로에 도착했다. (이름 모를 작은 꽃도, 풀들도 가까이에서 보았다.)

예쁜데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니 막 뒤 섞여서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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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뭇가지에 의지해서 (풀이며 잔가지들이 옷에 잔뜩 묻었다) 큰길로 나와 탄광 쪽으로 걸어갔다.

화장실도 겉모습은 철로를 따라 석탄을 나르던 기차모양으로 해놓았다.

다른 곳 같으면 기념사진을 찍었을 텐데 그럴 맘이 전혀 들지 않았다.

탄광은 보수 공사 중이었고 친절한? 할아버지가 탄광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이들은 전직 교수들도 있는 자원봉사자들이라고 한다)

난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일본어도 영어도 모른다고 설명 필요 없다고 말했다.(그러고 보니 일본말로 했네) 자랑만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자 아이패드로 한국어로 소개된 영상을 보여준다.


대강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아이패드를 다시 건네주고 사진 찍어도 좋으냐고 물으니 그러라고 했다.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는 곳은 다 보았다. 사진을 찍는데 셔터 소리가 무겁다.

강제 징용으로 여기에 와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아파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통을 다 알고 있으면서 무심한 듯 거대하게 서 있는 건물, 예쁘고 아름답기조차 한 주변을 걸으며 한국에서 왔다고 여러분은 잊혀지지 않을 거라고, 고생하다가 숨졌을, 끔찍이 고생하셨을 그분들에게 미안함과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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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탄광 주변이라고 말 안 하고 사진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내면 너무 예쁜 곳이라 할 것 같았다.

야트막한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슬프게 찍혀지는 철조망, 꽃, 시멘트벽 만 덩그러니 있는 지하..


아까 그 봉사자가 이쪽이 順路라고 말해준 대로

우리에겐 아픔의 현장이 자랑거리로 변장한 곳곳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선 그 철길을 따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둘러보며 걸었다.

발 밑에 닿는 감촉도 느끼고, 공기도 크게 마셔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석탄을 캐고 이 길을 따라 운반했던 길이구나 생각하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끝까지 걸었다. 얼마나 고단하고 슬펐을까? 가족과 고향이 얼마나 보고팠을까? 길 끝까지 가니 아까 보았던 줄로 빙 둘러 묶어 놓아서 길이 막혀있다. 큰길로 나가자면 거의 300미터는 되돌아가서 또다시 300미터가량을 되짚어 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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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래도...

자세히 보니 끈을 묶어둔 기둥 끝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을 보니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자세히 살피면 해결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이 있을 거란 것과

우리 선조들이 먼 길 찾아와 준 나에게 주시는 선물같은 생각도 들었다.

미이케 탄광을 벗어나 큰길에 나왔다 뒤를 몇 번이나 돌아봤다. 우리네 조상들은 여길 얼마나 벗어나고 싶었을 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새삼 힘!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제 미이케 탄광은 보이지 않는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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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 정거장을 알아야 할 텐데 대낮인데도 지나가는 사람도 가게도 없다. 마침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두 청년이 온다. 두 팔을 마구 흔들어 그들을 세웠다.

놀란 청년들에게 버스 정거장이 어딘지 물었다. 필요한 시간에 나타나 준 오늘의 길잡이들이었다.


버스에 타고 보니 아까 갈 때 탔던 그 버스기사분이다. 이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무사히 역으로 와서 4분 남은 기차를 타려고 엄청난 동력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 건너편 가차를 탔다.

몇일 전, 날씨는 춥고 비가 온대다가 월요일이라 미술관이 휴관이고, 공원마저 못 들어갔던 구루메 미술관으로 가 볼까 해서였다.

구루메 역에 와서 미나미 구루메 기차로 환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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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권 JR 패스 쓰는 마지막 날. 기차를 몇 번을 타도 공짜라니 다녀오려고 했다.

안 와봤으면 어쩔 뻔?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공원이 있다면?

역시 미술관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품 전시 중이었다.

부럽고 예쁘고. 동네 사람인 듯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 어떤 아줌마가 간간히 피어 있는 매화꽃을 휴대폰으로 찍다가 호숫가에 비닐봉지가 떠다니는 걸 건져내는 걸 보았다.

그 모습이 매화꽃보다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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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공원을 나와 역으로 걷다가 아차! 기차시간이 궁금해졌다. 지난 월요일에 찍어 논 시간표를 보니 8분 남았다.

그 시간에 못 갈 것 같았다. 그리고 나면 1시간 후에 있었다.

시골이라 기차시간이 편리하지가 않고 드문드문 있는 것이다.

거의 마을 사람들만 이용하니 표 검사하는 역무원도 없는 작은 시골역이다.

시간에 못 맞출 것 같은 생각에 그럼 동네 어디서 한 시간을 기다린담? 중얼거리며 진작 시간을 확인하지 않음을 후회하며. 일단 빨리 걸어 역으로 가보자 하는 생각에 거의 뛰는 걸음으로 내달렸다. 기차시간 때문에 이런 적 한두 번도 아니지만 번번이 왜 그래야 하는 지도 답답한 노릇이다.

여유롭게 여행하는 멋쟁이였다가 돌아올 기차시간 맞춰 뛸 땐 멋진 여유는 사라지고 집에 못 갈까 걱정 가득한 다급한 할머니만 남는다.


도착하고 나니 2~3분 여유가 있었다. 휴~~~ 숨을 고르고 옆에 아저씨한테 구루메 가는 기차임을 확인하고 나서 기차를 탔다. 무사히 구루메에 와서 다시 개찰구로 가서 하카타행 시간과 플랫폼을 물으러 갔다. 오늘 오무타행, 미나미 구루메행 두 번을 가르쳐준 친절한 아줌마 역무원이 있다면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있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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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메에서 하카타 기차를 탈 때 또 한 번 하카타행인가 확인할 때 대답해 준 아가씨가 하카타역에 도착했을 때 건너편에 있는 나에게 하카타라고 눈짓으로 알려줬는데 그 눈짓이 아까 정원에 본 동백꽃 같았다.

오늘 3일권 JR 패스는 다 썼다.

하카타역에서 숙소로 마지막 힘을 다해 열심히 걸었다 얼른 돌아가 쉬고 싶었다.

미나미구루메 미술관에 다시 방문한 걸 알게 된 남편이 첨으로 고맙다라고 했다.

뭐가 고마우냐니까 포기 안 하고 잘 찾아다니고 , 안 아프고 잘 있고..

무슨 말씀이신지.. 나에게 이런 시간을 갖게 해 줌에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고마운 것을..

내 인생에 너무나 커다란 선물인 것을..


같은 날 본 미이케 탄광의 동백꽃과 구루메 미술관의 동백꽃은 같은 동백꽃인데

하나는 마음이 너무 아파 손도 못 댈 것 같은 그리움과 아픔의 동백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관의 따뜻한 봄날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는 아름답고 행복의 동백이었다.


16799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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