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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이었던 '빌라'

by 머쉬

최근 들어 투자 한 물건들에 대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으로 인해 사업 설명회에 참석하는 일이 잦다. 투자 초기에는 사실 이런 호재를 보고 투자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기 투자를 하면서 이런 호재들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예상외 자산을 크게 키워주고 있다.


오늘은 장기투자를 했던 물건 중 하나인 빌라 투자 사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지난 토요일에 나는 과거 10여 년 전에 뉴타운 빌라를 투자했던 물건이 드디어 조합원 평형 신청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조합원 분양가가 생각보다 높았고 나의 자산 감정평가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조합원 등수도 703명 중에 뒤에서 몇 등 하는 권리가 여기 때문이다.

11년 전에 이 빌라를 경매로 2억에 낙찰받았는데 현재 자산 감정 평가가 2.4억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에 내가 84평형을 배정받는다면 조합원 분양가 10억에서 추가로 7.5억을 더 내야지 만이 입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고등학교 대학 원서 지원하듯이 성적도 안되는데 서울대 지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래도 혹시 알아? 미달 날지? 하며 고민고민하여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신청서를 작성하는데 부채 현황과 자산 현황을 적는 서류가 있는데, 주택한 채에 한 장씩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나는 서류 접수를 하시는 분에게 주택이 여러 채이면 이 서류를 채수에 맞춰서 개별로 다 작성해야 하나요? 네 당연하지요. 괜찮아요. 며칠 전에 다섯 채 쓰신 분도 있는데요. 서류를 두 세장을 주었다. 어~ 잠시만요. 조금 더 서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서 너 장을 더 주셨다. 젊어 보이시는데 재테크를 잘 하셨나 봐요? 약간 당황하면서 서류를 몇 장을 더 주셨다.


나는 어... 그 정도로는 안될 것 같은데요. 조금 더 많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난색을 표하면서 한 뭉치의 서류를 다시 주셨다. 나는 이걸 진짜 다 써야 하나요? 이걸 왜 다 써야 하지요. 약간 짜증을 내면서 꾸역꾸역 핸드폰에 정리해놓은 주택 리스트를 보면서 적기 시작했다. 아내와 둘이서 힘을 합쳐 30분 정도를 적었던 것 같다.

기본적인 것을 다 적고 가장 중요한 평형 타입에 대한 부분을 기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접수하시는 분에게 약간의 힌트라고 얻기 위해 혹시 어떤 평형을 많이 신청했어요?라고 물어보니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부분이 국민 평형을 좋아하더라고요라면서 넌지시 힌트를 주셨다. 아 나는 쉽지 않겠구나 생각하면서 사실 10여 년 전에 2억 주고 샀는데 2.4천만 원밖에 봇 받았어요. 짜증 나 죽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그 접수원에게 살짝 푸념을 하였다.


에잇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칼부림 납니다. 여기 최근 조합원 어떤 사람들은 22억을 주고 샀어요? 그래도 국민 평형 될지 안될지 불안해하시는데 어떻게 그렇게 투자를 잘하셨데요? 아직 젊어 보이시는데. 오래전에 소액으로 매입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가지고 계실 수 있었나요? 인내심이 대단하네요. 그리고 이것 말고도 어떻게 주택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가지고 있을 수가 있지요? 쓰기 힘드시니까 저 몇 개만 주세요. 부러움 섞인 농담을 건네신다. 그러면서 꼭 결과 나오면 알려달라며 서류를 접수했다.


이 물건은 몇 번 칼럼에서도 언급했던 물건이다. 사실 매입 당시만 해도 투자 초보 시절이어서 단기로 몇 천만 원만 벌면 팔 생각으로 매입한 물건이다. 당시만 해도 존치 관리 지역이라 몇 년 후 노후도가 충족되면 구역 지정이 되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까지 보고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동산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강제 존버가 돼버린 물건이다.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 계륵 같은 물건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것을 팔아야 다른 물건에 투자해 빨리빨리 돈을 벌텐데 하는 마음은 간절했지만 신은 조급한 나에게 작은 이득 대신 큰 부자 되는 방법을 이 물건을 통해 직접 가르쳐 주셨다.


나는 이 물건을 통해 정신 수양을 많이 했다. 평범한 아파트를 사지 왜 빌라를 샀을까? 당시에 내가 사는 시점이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한때 뉴타운 빌라 광풍이 불고 지나간 자리에 뒤늦게 매입을 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하락기에서는 어느 누구도 아파트를 사려고 하지 않았다. 하물며 빌라는 더더욱 비선호했다. 차라리 아파트였으면 어땠을까? 당시에 친한 친구는 용산 한강 변에 3억을 주고 25평을 샀는데 사고 2년이 채 안돼서 3억이 올랐었다. 내 빌라는 2년이 지나도 시세는 그대로였다.


어쩔 수 없이 낙찰받은 3채 중 한 채를 매입가에 그대로 팔게 된다. 그리고 2채를 강제 존 버를 2년 도합 5년을 버티게 된다. 그러던 중 노후도 75%가 충족되고 존치관리 구역에서 구역 지정이 된다. 구역 지정이 되고서도 시세는 쉽게 오르지 않고 한동안 보합을 유지한다. 그리고 서울장이 서서히 뜨거워지면서 거래가 조금씩 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사장님 예전에 내놓은 매물 파셨어요? 혹시 파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네? 잠깐만요. 거기 개발 진행이 되나요? 그렇지는 않은데 손님들이 조금씩 찾기 시작하네요.


나는 부랴부랴 '매수자' 모드로 부동산에 전화를 돌려 본다. 시세가 4억에 거래가 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내 물건도 드디어 팔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아내에게 시세가 2억 정도 상승했는데 팔까? 물어본다. 아내는 글쎄 서울에 갖고 있는 것은 이것들 밖에 없는데 조금 더 두고 보자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늦게 출발한 지역이었는데 비대위가 다 해결되면서 갑자기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매가가 순식간에 7억, 10억, 15억을 상회하게 된다. 나도 솔직히 이 정도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어찌 됐든 오래 보유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나는 당시에 장기투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그 전까지만 해도 빨리빨리 투자해서 수익 남기면 빨리 다른 물건 투자하고 이렇게 해야만 투자를 이어 갈 수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 하면서 단타를 자주 하면 경험이 많이 쌓인 투자가가 가 되지만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빌라를 통해 장기투자의 힘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매입을 하면 어떻게 하면 장기 보유 할 수 있을지만을 고민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장기 보유하면서 개발호재라는 열매들도 함께 수확하게 되었다.


머쉿게 살고 싶은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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