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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은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온다

순간을 영원처럼 간직하는 방법

by 치유언니

잠이 깼다. 시계를 봤다. 5시 30분처럼 보였다. 남편이 일어날 시간이다. 5분이라도 더 자게 하고 싶었다. 알람도 맞춰 놓았을 테니 곧 울리겠지 싶었다. 화장실 갈까 하다가 남편 일어나면 같이 움직여야겠다 생각했다.


다시 잠들었나 보다.

좀 전보다 시곗바늘이 선명하게 보였다.

6시 15분이다. 잘못 봤나 싶어 다시 봤다. 6시 15분 맞다.



“자기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불렀다. 남편이 몇 시냐고 물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코 골았는데 내 작은 목소리에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옷은 언제 벗었는지 자연인 모습이다.

옷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며 허둥댄다.


문장으로 말할 시간 없다.

“천천히 천천히 자기야 천천히”

나를 한번 쓱 쳐다보더니 거실로 나간다.

나를 쳐다보며 잠이 깬 거다.

숨을 후후 몰아쉬면서 욕실로 들어간다.

소변보고 양치하고 세수하고 옷 입는데 3분. 침대에서 튀어 올라 엘리베이터 부르고 현관문 나서기까지 4분 걸렸다.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마음 잘 알기에 나가는 남편을 보며 말한다.

“여보야, 급할수록 천천히”

“알았다”

현관문이 닫히고 정적이 흘렀다.



알람을 맞춰 놓지 않았나 보다.

처음 시계 봤을 때, 화장실 갔으면 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 남편이 일어났을 거다.


어제는 알람이 올렸었나. 어제는 그가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식탁 위에 준비해 놓은 영양제와 물 마시는 소리만 듣고 다시 까무룩 잠들었었다.


어젯밤 자정 조금 넘어 누웠다. 5시 30분까지 깨지 않고 잤다. 나도 남편도 잠을 푹 잤다. 잠은 푹 자서 몸은 개운한데 출근이 늦어 마음은 급하다.




반가운 마음에 방충망도 열지 않고 찍었다.


우리 집에는 안방에 창문이 하나 더 있다.

여름에는 건물에 가려 할 수 없지만, 가을 겨울에는 태양 명상하기 딱 좋은 방향이다.

추운 계절에는 침대에 앉아 따뜻한 빛을 몸에 담고 하루 시작할 수 있다.


일곱 시 조금 넘으니 동쪽으로 난 창으로 해가 들어온다. 추석 연휴 내내 비 오거나 흐렸다.

태양빛 오랜만이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빛을 가린다. 감질난다. 구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다 빛이 나오면 한껏 받는다.

구름 덕분에 태양의 소중함도 깨닫는다.


방충망 여는 소리에 놀라 달아났다.


새들도 재잘거리며 나뭇가지 사이를 오간다. 며칠 동안 축축했던 땅과 나무 건물들이 태양빛을 받아 마르는 냄새가 난다.

오늘 밤에는 달빛도 받을 수 있기를.

태양빛도 고팠고 달빛도 고프다.



다행이다. 더 늦지 않게 깨울 수 있어서. 직장이 가까워서. 부지런하고 성실한 남편 덕분에 밥 먹고 산다.

다행이다. 순간을 영원처럼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덕분에 글을 쓴다.

다행이다. 날이 좋아서.

덕분에 태양 명상했다. 날이 흐리면 생기는 두통과 어지럼증이 나았다.

덕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 시작한다.


다행입니다. 덕분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추셕 연휴 끝난 후 출근 하는 날, 남편이 알람을 맞춰 놓치 않아 늦잠 잤다.

침대에서 용수철처럼 일어나는 남편을 보며, 그가 현관문을 닫고 나간 후 정적의 순간에 문장들이 떠다녔다.


글감은 일상에서 나온다.

글감은 소소할수록 참신하다.

글감은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온다.

삶의 한순간을 귀하게 여기면 글이 된다.

글을 쓰면 이 순간을 영원처럼 살 수 있다.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일상의 순간을 붙잡아 자신만의 글로 승화시키는 용기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당신의 빛나는 삶과 글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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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성장 에세이스트 최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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