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기록하고, 감정을 확인하고, 깨달음을 더하라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게 감정을 글로 풀어내기였다.
특히 아픔과 상처, 부정적 감정 표현을 공개하는 글로 쓰기가 힘들었다.
혼자 보는 글을 쓸 때는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기만 하면 되었다.
분하다. 화난다. 어이없다. 억울하다 등등
때로는 욕을 쓰고 찢어버렸다.
그렇게 하면 감정을 풀렸지만, 공개적인 글이나 책으로 낼 수는 없다.
글 쓰는 법을 배우면서, 초고와 퇴고를 거치면서, 내 글이 실린 책을 보면서, 내 글을 본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감정을 글로 쓰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의 목적은 공감과 치유다. 글쓰기로 나를 알아가고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다.
기쁨, 행복, 억울함, 분노등 감정들을 글로 쓰는 법이 있다.
나의 부족한 점, 부정적 감정, 아픔이나 상처를 치유하면서 성장하는 지혜를 얻는 글쓰기 법을 공유한다.
감정을 성장의 지혜로 바꾸는 글쓰기 3가지 방법
첫째, 사실만 기록하기.
화가 나거나 마음이 아프고 상처받았던 순간에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쓴다. 당시 있었던 장면을 쓰는 거다.
외며느리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해 시댁과 10분 거리로 이사 온 지 5년이 넘었다. 2년 전에는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작년 12월에는 시누이와 쌍둥이인 시동생이 자기 생을 다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아이들은 독립했다. 솔로인 시누이, 시어머님, 남편과 나 넷이 남았다. 차로 5분 거리이니 함께 사는 느낌이다. 주말마다 시댁에서 함께 점심 먹는다.
"집(시댁)에 가서 뭐 먹을까?
몰라 물어봐라.
(시누이한테 톡 보냈는데 답이 없어 전화했다.)
응 언니,
어디야? 나 거제도 항산이야.
응? 산에 갔구나~
오빠 말 안 해?
응 몰랐어. 아무 말도 안 하던데?
뭐 좀 사갈까 물어보려고 전화했지.
아 그래? 오빠한테 다 얘기했는데.
언니한테 얘기 안 했는가 보네.
냉장고에 영주에서 사 온 막걸리 있어.
되게 맛있더라, 그거 먹으라고 얘기했는데.
응 그래 알았어 잘 먹을게. 조심해서 다녀와~ "
메뉴에 대해 남편도 같이 얘기하려고 일부러 스피커폰으로 했다.
통화가 끝나고 남편이 정색하며 나더러 다 자기 탓으로 돌렸단다. 어안이 벙벙했다. 스피커로 대화 다 들어 놓고 무슨 소리냐고 했다. 자기를 아무 말도 전하지 않은 이상한 놈을 만들었단다.
남편은 멈추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그만 좀 하라고,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하라고, 같이 들어놓고 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냐고, 왜 나한테 자기감정만 쏟아내느냐고 소리 질렀다. 시댁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멀리 가버릴까, 바닷가로 내려갈까 고민했다. 우선 가까운 숲공원으로 갔다. 숲 입구로 올라가는
데 나무 냄새가 났다. 꽃들이 고개를 내밀듯 피어있다. 새소리도 들렸다.
울컥하더니 눈물이 줄줄 흘렀다. 당황스러웠다. 가방에서 손수건을 찾는데 없다. 전날 산에서 사용하고 세탁해 두었지. 턱밑까지 흘러내린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두 번째, 감정 담아내기.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쓴 다음에,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언급해 주는 거다. 사실에 대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앞에 일어났던 사건들의 순서대로 나열해 주면 읽는 이들이 이해하기 쉽다.
억울했다. 어이가 없었다. 말문이 막혔다. 스피커 폰으로 같이 들었으면서도 내 잘못이라고 몰아세우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 참고 넘기는 내가 오죽하면 소리 질렀을까.
그냥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도 억울하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앞으로는 그렇게 억지 부리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었다.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말해도 모자란데 자기감정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나에게만 어리광 부리는 게 싫었다. 자기 마음대로 나를 휘두르지 못하게 해야겠다 생각했다.
세 번째, 마음 변화, 깨달음 쓰기.
아프고 상처받았을 때의 사건을 쓰고 감정까지 확인하면 그때와 지금의 생각 차이가 생긴다. 깨달음, 통찰이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내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는 걸 쓰면 된다.
나 자신이 한심했다. 아침에 108번이나 머리를 숙이고 절했는데 이게 뭐야 헛일이 되었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딱 한순간만 참으면 되었을걸 그렇게 화를 내다니, 잘못했다 싶었다.
당장 사과해라, 마음 소리가 들렸다. 바로 사과하지 않으면 둘 다 자책할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던 집중 못 할게 게 뻔하다.
큰 소리에 놀란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 말에 반박하지도 못하고 한숨만 쉬었다. 체념한 듯 다 자기 탓이라고 했다.
요즘 친구를 둘이나 보낸 게 생각났다. 마음이 안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들었다.
잠깐만 참을걸, 왜 그러냐고 차근차근 물어볼 걸,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 들었다.
아가씨도 산에 가고, 혼자 계시는 어머님은 우릴 기다리실 거다. 남편 혼자 가면 우리 부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 많이 하실 어머니 생각하니 마음이 쓰였다
카카오 톡을 보냈다.
"미안합니다. 며칠새 친구를 둘이나 보내고 마음이 많이 안 좋을 텐데.
나도 갑자기 화가 났네요. 마음 아프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항상 여보한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주 작은 감정이라도 쌓아 두지 말고 그때그때 이야기하고 풉시다.
자기가 우울하면 면 나도 우울해집니다.
나한테도 감정이 전이된 것 같아요. 그래서 화 내게 된 거 같습니다.
숲공원 걷고 있어요. 걸어서 내려갈 테니 어머니께 갑시다. 기다리실 거예요.
냉장고에 사다 둔 빵 있어요. 들고 나오세요."
나는 가족의 안정과 행복이 중요한 사람이다. 하루 종일 마음고생하느니 사과하고 풀면 된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대가 그렇게 느꼈다면 잘못한 거다.
내가 잘 못한 건 그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똑같이 터뜨렸다는 거다. 나도 많이 불안하고 긴장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시댁에 갔더니 어머님이 환한 얼굴로 오나~ 하셨다. 마당에 시누이가 심어 놓은 고추와 토마토가 열렸다. 오이도 커다랗게 자라 있었다. 밭에서 딴 싱싱한 상추, 오이, 양파, 쑥갓 넣어 비빔국수 만들었다. 홍삼 막걸리와 맛나게 잘 먹었다.
어머님께 드리려 사놓은 빵을 디저트로 드렸더니 얼마나 맛있게 드시는지. 얼른 사과하고 기분 좋게 다녀오길 잘했다.
다 안다고 하지만 자존심 상하고 감추고 싶은 마음 있기 마련이다. 알면서도 모른척하기도 한다. 알아주지 않아서 서운하기도 하다.
나와 남편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한 번씩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알려주는 의식을 치른다.
우리 부부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
여보야 우리, 자기감정은 자기가 관리합시다. 죽는 날까지 이렇게 알아가며 아름답게 삽시다!
나의 경험에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깨달음을 붙이는 연습은 생각하는 습관까지도 바꿀 수 있다.
예전에는 분하고 억울하기만 했지만 글을 쓰고 나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자신을 돌아보는 글을 쓰면 우선 내 삶이 가장 먼저 달라진다.
글을 읽는 독자도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자신의 경험에 적용하여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게다.
글을 쓰면서 가장 혜택 받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글로 쓰고 돌아보면 삶의 지혜가 쌓인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거나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드러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사실을 기록하고, 감정을 확인하고, 마음의 변화와 깨달음을 더하여 간단하게라도 써두면, 한 편의 글을 쓰거나 책을 쓸 때 훌륭한 글감이 된다.
글쓰기는 나를 알아보고 치유하고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셀프 치유 도구입니다.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나 과거의 아픔, 상처를 어떻게 글로 표현할까 고민하고 있다면,
감정을 성장의 지혜로 바꾸는 글쓰기 3가지 방법이 도움 되길 바랍니다.
자기 치유 성장 치유포유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당신의 빛나는 삶과 글을 응원합니다.
셀프 치유법을 전하는 치유 언니
치유성장 에세이스트 최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