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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다가 긴장해서 잘 풀리지 않을 때

초보 작가 글 푸는 방법

by 치유언니

글쓰기 루틴 중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무거나 쓰기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고 책상에 앉는다. 아직 잠이 덜 깨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30분 동안 떠오르는 대로 '아무거나' 쓴다.

꿈 내용을 적기도 하고, 전날 밤 자기 전에 생각했던 내용과 연결되는 생각을 받아 적는다.


초고를 쓰기도 한다. 어느 날은 30분 동안 거의 한 꼭지를 쓸 때가 있다. 뒤죽박죽인 내용의 순서를 바꾸고 눈에 띄는 오타를 고치면 한 시간 조금 넘으면 초고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다. 점점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 다행이다.


글을 쓸 때는 항상 2000자 이상은 맞추려고 노력한다. 짧게 쓰다 보면 습관이 들어 책 초고 쓸 때 어렵기 때문이다. 자꾸 쓰다 보면 10포인트 A4용지 한 장 반에서 두 장 쓰는 게 익숙해진다. 오히려 짧게 글을 쓰면 뭔가 빠진 것 같고 허전하다.


작가는 분량을 잘 채워야 한다. 그래야 퇴고할 때 필요 없는 말을 쳐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남기 때문이다. 분량을 넉넉히 써 둬야 주제와 상관없는 글이나 중복되는 단어와 문장들을 걸러내도 내 생각을 전달하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책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다가 한 편의 글이 되는 날이 가장 기쁘다. 그날은 작가로 살길 잘했다며 스스로 우쭈쭈 해준다.

그런 날만 있으면 좋겠지만 안 써지는 날이 더 많다. 마음먹고 앉아서 한 꼭지 쓰고 또 다음 꼭지 줄줄이 쓰면 좋으련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글쓰기가 대세라지만 나는 내 말로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일기나 SNS 글을 쓸 때는 편한 마음으로 쓰는데 책을 내려고 원고 쓸 때는 긴장한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책으로 낸다 생각하면 더 잘 써야 할 것 같아서다.

단어나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고 좋은 대체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가 온다. 단 숨에 쓸 때처럼 써지지 않아 조바심 난다.


어휘력이 바닥나고 같은 말을 되풀이해 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면 글쓰기를 멈춘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의기소침해져서 글을 쓰지 못한다.

겨우 한 줄 시작하고 그다음 한 줄 한 줄 쓰기가 힘들다.


내가 왜 글을 쓴다고 했을까, 이래서 책을 어떻게 쓴단 말인가, 스스로 어이없어한다.


남들은 다 잘 쓰는 거 같은데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나 보다. 괜히 쓴다고 했다. 온갖 상상을 하며 쓰지 못하는 상황만 생각한다. 고민하고 글을 시작하지 못하다가 중단하게 된다.




초보 작가는 글을 쓸 때 여러 가지 이유로 긴장을 많이 한다. 글 쓰는 실력보다는 감정의 문제라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할 때, 초보 작가로서 글 푸는 방법을 터득하는 중이다.


입 풀기 - 입말로 내 이야기 풀기

분량이건 내용의 흐름이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글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럴 때는 조금만 쓴다. 2천 자 중에서 1천 자만 쓰고 저장한다. 반도 못쓰겠으면 한 단락씩 써둔다.


이야기를 할 때 뒤죽박죽 써도 잘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일단 내 이야기를 해보는 거다. 친구에게 말하듯이 말이다.

문장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가장 편한 말투로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서 적확한 단어나 문장으로 바꾼다.


처음부터 경직되어 글을 쓰면 쓸 때부터 시간 걸린다. 처음에는 가장 편한 말투로 쓰고 고치면 시간이 최소 반이 절약되더라. '이게 말이 돼? 내 말이!'와 같이 평소 하는 말을 먼저 쓴 다음에' 왜 그런지 이해되지 않았다.'라고 쓰는 거다.



몸풀기 - 몸을 풀어야 생각이 풀린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 몸이 경직되면서 생각까지 마비되어 글이 막힐 때가 있다. 잘 안 되는 사실에만 집중하다 보면 부정의 개미지옥에 빠지게 된다. 조금만 더 매달리다 보면 잘 써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

그럴 때는 미련을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빨리 빠져나와 몸을 움직여야 한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마다 몸으로 환기시켜 준다.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할 때도 있지만, 이동하지 않고 몸과 마음 정신까지 한꺼번에 풀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아침마다 108배 호흡 명상을 한다. 글을 쓰다가 실타래처럼 엉킨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그만이다. 몸을 쓰면 머리가 정리된다. 108배하면 몸이 데워지면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혈액 순환이 잘 된다. 절하는 사이에 단어나 문장이 생각날 때 많다.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108배를 마친 후에, 다시 책상에 앉아 쓰던 글 마무리하기도 한다.


마음 풀기 - 내가 한 경험으로, 나 같은 사람들이 도움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되새긴다.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건, 내가 글을 얼마나 잘 쓰냐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물론 잘 쓰면 더없이 좋지만.

글씨를 알고 말을 할 줄 알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누구의 글이든 그 사람의 삶이 녹아 있으므로 나름의 글맛이 있다. 나만의 글맛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나의 이야기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을 글로 풀기 - 초보 작가가 글을 잘 쓰려면, 일단 계속해 봐야 한다. 막힘없이 내 생각대로 글이 써지는 날은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으면 잘 쓴 글이 된다. 잘 쓴 글, 못 쓴 글은 오로지 내 감정인 것 같다. 내 기분이 좋으면 잘 쓴 글이다. 어떤 사람은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생각했다. 그때마다 어떻게 풀었는지 되돌아보면 단 한 가지다. 계속하는 거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는 거다.

나는 작가의 삶을 살기로 오래전부터 결심했다. 그러니 계속해 보는 거다. 잘 쓸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원하는 속도로 내 마음을 담을 수 있을 때까지.




이 글을 쓰는 것 또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쓰다가 의기소침해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내 경험으로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 내 노하우를 나누겠다는 마음이 작가로서 충만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니까.


좋은 글은 전하려고 하는 마음을 얼마나 많이 담았는가라고 생각한다.

전하려는 마음을 담은 글을 읽은 독자가 공감하거나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였다면 글 쓴 보람이 있지 않을까.



글 쓰다가 긴장해서 잘 풀리지 않을 때 초보 작가 글 푸는 방법

입 풀기, 몸풀기, 마음 풀기, 삶을 글로 풀기, 30분 동안 아무거나 쓰면서 긴장 풀기.

참고해서 글 쓰는 삶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당신의 빛나는 삶과 글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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