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대신 연민으로, 후회 대신 성장으로. 자기 관찰 글쓰기 루틴
오늘도 나는 나를 바라본다. 거울이 아니라 글로 나를 바라본다. 글로 나를 바라보는 과정은 나를 관찰하는 일이다. 나를 관찰하면 어떤 면이 부족하고 어떤 면이 넘치는지 알게 된다. 부족하고 넘치는 부분은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잘잘못을 판단하여 책망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책을 쓴다면서, 이틀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바쁘고 피곤해서 못 썼다. 예전 같으면 머리를 쥐어박으며 스스로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책을 쓰냐며 혀를 찼을 게다. 여전히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한숨만 쉬고 있을 거다.
만약, 수강생이 이틀 동안 글을 쓰지 못해서 감이 떨어졌다거나, 다시 글을 쓰기 힘들다고 하면 어떻게 말해줄 것인가. 생각해 본다. 괜찮다고 할 것이다. 오늘부터 다시 쓰면 된다고 할 것이다. 지금 당장같이 쓰자고, 모이자고 할 것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약속을 잡겠다. 그리고 같이 쓸 것이다.
나에게도 그렇게 말해주면 된다. 지금 당장 쓰러 가자!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연다. 구름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태양을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면서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번뜩 든다. 오늘,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것은 단 몇 줄이라도, 단 30분이라도 글을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불을 개고 공기 정화 룸 스프레이를 뿌린다. 밤새 묵은 이불의 먼지가 공기 중을 떠다니는 모습이 햇빛에 비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묵은 방안 공기와 새로운 바깥공기를 섞더니 반대편 창문으로 휙 사라진다. 방안 공기가 쾌적해진다. 내 후회와 걱정이 사라지고 설렘과 희망이 생긴다. 내 아지트 책방으로 가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글을 쓴다.
나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먼저, 내가 처한 상황이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그러려면 한 걸음 물러서서 관찰해야 한다. 감정과 사실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나의 감정이나 기분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정은 상상이다. 상상을 뿌리치고 사실만 본다.
두 번째는 내가 도와주고 싶은 사람의 상황이나 문제로 바라본다. 도와주고 싶은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연민의 마음, 우정, 인류애적 사랑이다. 나를 도와주고 싶은 친구로 여기는 거다.
세 번째는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는 마음을 가진다.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면 마음을 모아야 한다. 마음을 모으려면 서로 존중해야 한다. 나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나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봄으로써 생기는 최대의 기분 좋은 혜택이다. 기분 좋으면 일이 잘 풀린다. 일이 잘 풀리면 다른 이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할 수 있다. 친절은 선순환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 사람이 있다면, 마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처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글을 써본다.
남편은 모든 일의 하나부터 열까지 참견한다. 자기가 하는 방식만이 옳다고 한다. 그런 그가 못마땅하다. 귀찮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내가 못 미더운가 싶다. 아직 날짜도 한참 남았고, 지금 그런 이야기할 타이밍도 아닌데 자꾸 물어본다. 저렇게 조바심 내면서 다그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가 정말 나를 못 미더워서 그런 걸까? 그게 다가 아니다. 지금껏 보니 내가 반응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안다 모른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반응을 잘하지 않는다. 나는 반응을 하지 않는 게 습관이 된 사람이다. 과거 마음의 상처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억울하거나 어이없는 일을 당했을 때 반응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모른 척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확인하는 과정을 참견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나의 생각의 차이를 좁힐 필요가 있다.
참견이라 생각하지 말고, 관심이다 생각하면 좋겠다. 애정이 없다면 그런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가 물어보기 전에 먼저 진행 상황을 알려줘 봐야겠다. 조금 귀찮더라도. 궁금한 것 못 참는 그의 마음을 무시하지 말고 외면하지 말고 알아봐 주자. 내가 먼저 궁금증을 없애 보기로 하자.
실제로 위 상황은 반응 문제였다. 모든 감정에 일일이 반응하는 게 좋지는 않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인 그에게는 그러지 말아야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이 행동에 반응했더니 문제가 사라졌다. 덕분에 나도 그의 관심을 귀찮다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나를 관찰하면 변화할 수 있다. 변화는 성장으로 이어진다.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면 제삼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야 한다. 제삼자의 시선은 나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기 위한 또 하나의 눈이다. 비판하지 않고 사랑하는 눈으로 나를 관찰하기에 좋은 방법이 바로 글쓰기다.
관찰한 바를 글로 쓰면 기록으로 남는다. 기록은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체성을 담은 글을 남겨 놓으면 그렇게 살도록 노력한다. 글은 다시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를 관찰하고 치유하고 성장하는 도구다. 나를 객관적으로 사랑하는 또 하나의 눈이다.
글을 쓰며 나를 인지할 수 있다. 감정, 상황을 관찰하면서 나와 생각 사이에 거리를 둘 수 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문제 해결할 수 있다.
고통과 억압된 감정을 글로 쏟아내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억압된 감정을 풀어내면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통제력이 생긴다. 통제력은 더 나은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감정을 통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은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나를 관찰하고 이해하면 문제 해결뿐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의식이 변화한다.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 성장시키는 일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생겼을 때,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 때,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기분 감정에 휘둘릴 때.
글쓰기를 통해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연민을 가지고, 존중하고 배려하며 친절하게 도와주도록 노력해 보면 좋겠다.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당신의 빛나는 삶과 글을 응원합니다.
자기 치유 성장 치유포유
자이언트 라이팅 코치, 요약 독서법 전문 강사, 치유성장 에세이스트 최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