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이 아니라 나의 글을 먼저 쓴다
11살, 재혼한 아버지가 엄마에게서 억지로 나를 데리고 갔다.
하루 종일 고된 일을 했다. 밤이 되면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다락방은 유일한 내 안식처였다. 살아갈 희망을 상상했던 공간이며 나만의 케렌시아였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세계명작동화 전집을 읽었다. 좁은 책상에 앉아 비밀 일기를 썼다.
긴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락방에 올라가면 온몸에 긴장이 풀렸습니다. 긴 한숨을 내뱉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책꽂이에는 동화 전집, 위인 전집을 번호대로 꽂아두었습니다. 창문 쪽 구석에 오래된 밥상을 놓고 보자기 천으로 덮어 책상을 만들었습니다. 연필통에 연필도 가지런 히 깎아 꽂아두고, 교과서와 노트를 펼쳐 아끼는 샤프펜슬을 가운데 끼워놓았고요, 교과서와 노트 위편에 필통을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작지만 더없이 행복한 나만의 공간이었습니다. <사물의 글쓰기> 최경희 (최미교)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쓰던 그때부터였다.
나도 언젠가는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
어떤 주제로 할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어렴풋했지만 무엇으로든 책을 쓰고 싶었다.
내가 책을 읽고. 용기를 얻은 것처럼 누군가도 나의 책을 읽고 희망을 갖기를 바랐다.
책을 쓰는 일은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주제, 종류에 따라 다르겠다.
나는 치유성장 에세이를 쓴다. 참고할 책이나 자료보다 비밀 일기와 메모들을 보면서 쓴다.
비밀일기에는 세상에 대한 내 생각과 감정이 들어있다. 나의 날것들이 담겨있다. 글에 담을 것들을 솎아내고 있다.
책 한 권에 나의 인생을 담고 있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공저 세 권을 쓰면서 워밍업 했다. 덕분에 내 이야기를 기꺼이 쓸 용기가 생겼다.
지금은 막바지라 편해졌지만, 20 꼭지 넘을 때까지는 아이를 낳는 느낌이었다. 태어나기 전부터 느꼈던 감정들을 다 끄집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40개 중 37개 초고를 썼다. 나머지 3개는 써놓은 글에 살을 붙이며 쓰는 중이다.
모든 이야기를 다 쓸 수는 없다. 내 이야기를 뼛속까지 긁어내지 않아도 글, 책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쓸 수 있는 것과 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밑바닥부터 끌어올리는 이유는 나는 나의 이야기로 나의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그토록 힘들어했던 내 과거 모습이 세상에 나와서 나에게 빛이 돼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를 잘 데 리고 살아왔지만, 진짜 아픔을 보려 하지 않았고 의식적으로 잊고 살 려 했습니다. 들추어내면 더 아플 것 같아내 안의 아이를 묻었었습니다. 글로 나를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로 치유하고 그토록 원하던 작가가 되었습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내가 된다> 최경희 (최미교)
글을 쓰고 싶다면 진짜 나를 써야 한다.
내 생각, 내가 하는 말,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글을 공식적으로 써야 모든 종류의 글을 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묻지 않아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아도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이유다.
책을 쓰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글을 쓰는 일이다.
글을 쓰다 보니 슬픔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이 별 뒤에 무엇이 남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내 슬픔의 근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의 원천이었다. 엄마가 준 사랑이 마음에 자라고 있었고, 덕분에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었다. 이제서야 엄마와 동생을 보내줄 수 있다. 아프면서도 개운하다. 지금, 내 마 음에는 엄마의 따뜻한 온기가 더 크게 남아있다. 글의 힘이란 이런 건가. <나는 힘들 때마다 글을 쓴다> 최경희 (최미교)
글을 쓰는 행위는 마음 치유 효과가 있다. 치유한다는 의미는 ‘나를 제대로 앎’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비밀이 있을 때, 주기적으로 마음이 힘들 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을 때,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을 때 글을 쓴다.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 없다. 조용한 공간,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된다. 마음 둘 곳 없을 때 나를 위로해 주고 비밀을 털어놓아도 좋은 곳,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칠 수 있는 대나무숲 같은 곳, 비밀일기장과 편지는 영원히 내 마음의 쉼터다. <나는 힘들 때마다 글을 쓴다> 최경희 (최미교)
책이 아니라 글을 먼저 써야 하는 이유가 있다.
글쓰기 테라피, 마음 치유 효과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속 깊은 비밀을 확인한다. 원망하고 후회하려는 게 아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시에 보고 싶어서다. 두 시대의 나는 서로 위로하고 치유해 준다. 그리고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 위해 좋은 방법을 찾아간다.
두 번째 엄마 이야기는 내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가슴속에 묻어 두었을 거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가끔씩 걷잡을 수 없이 우울했던 이유를. 연예인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릴 때, 왜 그렇게 깊이 공감했는지를. 반려견 아롱이가 떠났을 때,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 만큼 슬픔에 빠져있었는지를 말이다.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상실의 고통 너머에, 내가 가장 행복했던 모습이 있었다는 걸. 그 힘으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도. <나는 힘들 때마다 글을 씁니다> 최미교
고통 뒤에 숨은 참 나를 만나기도 한다. 따뜻한 빛을 느낀 이유를 알게 된다. 글을 쓰면서 그 빛을 찾아내었고 점점 커지고 있다. 나에게 없었던 사랑이 솟아난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새로운 내가 탄생하는 거다.
이게 바로 글을 쓰는 기쁨이다.
책을 쓰고 싶다면, 책을 쓰려고 하지 말고 먼저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려면 먼저 한 문단을 써야 한다. 문단에는 문장들이 있다. 문장은 단어들이 뭉친 한 줄의 글이다. 한 줄의 글이 되려면 단어들이 모여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진짜 나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오늘, 어제, 친구, 만남, 반가움, 우리 집, 식사 대접, 기쁨, 베트남 커피, 학교 과제 도움, 머리 아픔, 뿌듯함, 바닷가, 산책, 낮술, 흑진주 식당, 계란말이, 전철 시간, 먹으면서 뛰어감 등 내 감정과 행동이 보이는 단어들 말이다.
책을 쓰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 단어가 글이 되는 과정을 먼저 즐겨야 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곱씹으면서 정성을 다해 '글'을 먼저 써야 한다.
나의 단어로 글을 쓰면 진짜 내 책을 쓸 수 있다.
책을 어떻게 내느냐 보다 진짜 나의 글을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초고 마감을 앞두고, 글 쓰는 동안 느낀 점을 적어보았다.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연재 글은 20화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작가로서 글을 쓰기 전의 두려움부터 글을 쓰면서 들었던 불안함을 썼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는지도 공유했다.
다음 연재 글을 시리즈로 할지 다른 제목으로 할지 미정이다.
앞으로 남은 2개의 글도 초보 작가가 글 쓸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셀프 치유법' 관련 연재글도 기획 중이다.
자기 치유 성장 치유포
셀프 치유법을 전하는 치유 언니로서 스스로 치유하는 도구와 방법을 경험하고 전한다.
아침마다 108배 호흡 명상을 한다. 내 셀프 치유법 중 하나다.
"최미교의 말과 글에 힘이 실려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닿기를 바랍니다."라고 마무리한다.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당신의 빛나는 삶과 글을 응원합니다.
자기 치유 성장 코치, 치유성장 에세이스트 최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