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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Nov 23. 2022

키오스크에 익숙해져도 잃지 말아야 할 것들

"애기 엄마, 이것 좀 해줄 수 있어요?"



아이들과 점심을 먹으러 들른 푸드코트에서 우리 엄마 나이쯤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신용카드를 내미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드코드 앞에는 직원분도 있고 키오스크도 병행 운영되었는데, 이젠 키오스크만 세 개로 늘어났다.



아주머니께서 불러주시는 대로 돌솥비빔밥, 제육볶음을 주문 완료하고 카드를 돌려드리는데, 다른 아주머니 한 분도 옆에서 질문을 하셔서 도와드렸다. 문득 우리 엄마는 어디 가서 키오스크 주문을 잘할지 궁금해진다.




"계산해 주세요~"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었다.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계산하고 나오는데, 한 여자분이 계산대 앞에서 외친다. 여기 무인 가게라 셀프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연신 사장님을 찾고 있었다. 음... 도움이 필요했던 분이셨던 것 같았는데, 좀 도와드릴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때 왜 그냥 나왔지? 




아침 걷기 운동을 하고 들어오다가 새로 생긴 편의점에 들어갔다. 오전 여섯 시 반쯤이었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대신 신용카드를 꽂으면 출입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왔다.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들어가서 커피와 바나나(요즘은 편의점 바나나가 가성비가 좋아 종종 구입한다)를 사고 셀프 계산을 하고 나왔다. 




은행 볼 일이 생겨서 근처 은행 위치를 검색했다. 요즘은 예전만큼 은행이 많지 않다. 지점을 통합하거나 자동화기기 지점으로 바뀌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엔 여전히 직원과 대면해서 처리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자동화기기 앞에서도 안내 직원분이 옆에서 도와주는 경우도 많고, 갈 때마다 기기가 고장 나는 경우는 꼭 한 번씩 보는 것 같다. 그럴 때면 은행은 아직 사람의 손이 필요한 때가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무인 카페도 자주 볼 수 있다. 자판기 커피는 맛있어서 도서관이나 근처 체육공원에 가면 꼭 뽑아서 먹는 편인데, 무인 카페는 잘 가지 않게 되더라. 그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가격으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영향도 있고. 왠지 비슷한 가격이면 사람의 손길이 닿은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침에 읽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에서 본 무인 시스템, 컴퓨터 알고리즘에 대한 부분이 떠오른다.



"이런 시스템은 시간과 돈은 물론 인간의 목숨까지 구하는 한편,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간의 경험과 수천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버릴 것이다"

<호모 데우스 - 유발 하라리, P.427>



키오스크, A.I, 알고리즘이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면도 있지만 인간을 대체 가능한 능력이 있어 우리가 감수해야 되는 부분도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되 대체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더 키워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지고 있다.



일상의 편리함에만 익숙해져서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조금 더 촉을 세워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들과 다양한 감정들을 풍부하게 느끼고 싶다. 



아이와 책을 읽고, 매일 나가서 신선한 공기와 바람을 느끼고, 영감을 주는 영화나 음악을 가까이해야지. 보고 듣고 읽은 것들을 매일 몇 줄의 기록이라도 남기면서 내가 직접 느끼는 것들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만의 키오스크를 터치하면 다양한 생각들이 바로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 purzlbaum,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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