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Mind_Map 02화

긴 겨울의 시작

by 토모

하루가 가는 시간은 느리게 느껴질지라도 한해가 가는 시간은 쏜살같다. 특히 매년 12월이 되면 추운 바람이 쏜살같이 날아가는 시간을 더욱 빠르게 밀쳐내는 듯하다. 한해가 가고 내년이, 올해가 되면 항상 새로운 마음을 먹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만 겨우 마음먹고 시작한 한해의 속도는 작년보다 더욱 빨라지기만 한다.


때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파묻혀 스스로를 깊은 수렁으로 끌어내린다. 허무하게 보냈다는 자책과 원망, 곧이어 깊은 우울감까지... 그렇게 한없이 우울해지다보면 달뜬 연말 분위기에 지쳐 겨울잠을 자는 곰과 같이 그저 집에 틀어박힐 뿐이다.


그렇다고 이 기분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깊은 우울은 나에게 지난 감정을 다시 일깨워주고 지난 감정들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바쁜 사회에서 언제 이렇게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묻혀서 쌓여버린 감정을 언제 터트려볼 수 있을까. 이 시간이 힘들고 어려워도 생각을 정리하고 터트려진 감정을 추스를 수 있다면 결코 나쁜 시간은 아니다.


이 기간이 쉽지만은 않다. 사회생활이 전제된 나에게 사적인 감정으로 남에게 영향을 끼칠 순 없기에 공(公)과 사(私)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반면 인간관계에서는 구분을 모호하게 두는데 나의 경우에는 우울할 때 혼자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해해주는 지인들은 그러려니 해서 나를 두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지인의 관심은 조금 힘든 편이다. 공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지인들은 우울함을 가지고서라도 만나고 그렇지 않은 지인은 보다 열린 내 모습을 보여주거나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나만의 동굴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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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내 마음은 깊은 동굴 속에서 혼자 웅크리고 있다. 겉으로는 밝고 행복해보일지라도 속마음은 그저 나를 추스르고 위안을 하려 한다. 그동안 고생했노라고 그리고 앞으로 더 잘할 거라고. 지금까지 하던 일들은 헛되지 않았고 너의 감정은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존중받을 가치가 있노라고.


외로움, 슬픔, 아픔, 괴로움 등 부적 감정은 나쁘다곤 말하지만 나는 이 감정으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다. 치유의 과정이 힘들지라도 기나긴 동굴 속에 웅크리다보면 다시금 봄이 보고 싶어 밖으로 기어 나가겠지. 글을 쓰는 이 과정도 내가 동굴을 빠져나오는 행위 중 하나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잠시나마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글을 씀으로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알려 답답한 심정을 뱉어낸다.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던 왕실 이발사의 마음과 조금은 같지 않을까.


아직 겨울이 한창이고 내 마음의 겨울도 한창 진행 중이다. 언제 이 동굴을 벗어날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위로하고 글로 위안 삼으며 다시금 봄을 꿈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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